내가 스웨덴 남편과 해외살이를 하며 가장 그리웠던 것은 단연 가족과 함께 보내는 시간이었다.
명절이 되면 한국에 있는 가족들은 가족 단체톡에 명절 음식 사진들을 보내주고, 아쉬운 대로 그리움을 달랬다.
한국으로 이사하기로 결정됐던 날, 난 참 들떠있었다. '이제 가족들이랑 복작복작 오순도순 재밌는 시간을 보낼 수 있겠구나!'
6형제인 아빠 덕에 명절에 할머니 집을 가면 늘 식구들로 북적이고 시끌시끌했다.
끝없이 준비되는 맛있는 음식들과 그동안 못 봤던 사촌들까지. 정말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놀았다.
한국에 온 첫 해 명절, 한껏 기대에 부풀어 남편과 함께 할머니 댁 시골길에 올랐다.
차가 어찌나 막히던지. 아차 잊고 있었다. 어마 무시한 귀성길 차량행렬을 말이다.
난생처음 겪는 귀성길 체증에 익숙지 않은 남편은 참 괴로워했다.
남편과 차 안에서 뜨거운 언쟁(?)을 마치고 도착한 할머니 댁은 정말 피곤 그 자체였다. (더군다나 한국말을 잘 못하는 남편은 더 힘들었을 거다.)
기대에 부풀어 도착했지만 너무 피곤해서 그냥 누워 조용히 쉬고 싶었다..!
귀성차량 다음으로 스웨덴 남편이 받은 두 번째 충격은 집안 여자들의 끝없는 가사일이었다.
어릴 때부터 할머니 댁에서 명절을 보낼 때면 큰엄마와 작은엄마들이 참 바쁘게 음식을 준비하셨다. 철없는 어린 난 맛있는 음식이 많아 기쁘기만 했다.
이제 성인이 된 나는, 앉아서 쉴 만하면 계속해서 음식 준비에 설거지까지 끝없는 일에 지친 여자들의 모습이 참 크게 보였다.
그다음 두 번째 해에도 우리의 명절은 다르지 않았다. 귀성차량을 뚫고 힘들게 도착한 후, 열심히 가사를 돕고 집에 돌아왔다.
그리고 3년 차에 명절 귀성길을 포기했다. 대신 가족들과 명절이 아닌 평소 주말에 만나 같이 저녁을 먹고 와인을 마신다.
그렇게 우리 부부에게 한국 명절은 그저 빨간 날이 많은 연휴가 됐다.
한편으론 어릴 적 나에게 많은 추억을 준 명절이 변해간다는 게 아쉽기도 하지만, 모두가 행복한 방법으로 명절을 보낼 수 있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