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에 결혼이라는 이벤트를 허용하게 된 계기

고슴도치를 변화시키는 건 뭘까

by 헤일리 hailey

당연히 누군가와 평생을 살 수 없다 생각하던 고슴도치가 내년 봄, 결혼이란 이벤트를 맞이한다.


인생 깊은 곳에 타인의 접근을 허용치 못하던 내가 어떻게 마음을 바꾸게 되었을까.

나조차 신기한 변화에 얼떨떨한 상태로 준비하다 보니 벌써 이벤트를 위한 대부분이 준비되었다.


인생의 빅 이벤트를 앞두고 오랜만에 그와의 기록을 되짚어 본다.




생각지도 못한 공간에서 우연한 마주침으로 모든 게 시작었고, 우연한 만남이 계속되어 인연이 되었다. 스스로도 감당하기 힘들만큼 생각이 많은 나는, 시작 전부터 꼬리를 무는 고민에 긴 시간 망설였지만 한결같이 따뜻하게 옆을 지켜준 그 덕분에 시작되었다.


다만, 그의 접근을 일부분 허용한 이후에도 위험감지센서가 작동하며 나조차 피곤한 일상이었다.

틈틈이 까칠한 고슴도치 모먼트가 생겨나는 나에게 그는 한결같은 말과 행동으로 증명 주었다.

내가 막연한 두려움에 모진 말을 내뱉고 시험해도 그는 언제나 같이 긍정적인 미래를 그려주며 가시 선 고슴도치를 안심시켜주곤 했다.


아주 유명한 연애 지론 중 절대적이라 생각되는 표현,

'같이 있을 때 꾸밈없이 나답게 있을 수 있게 만드는 관계인가'를 아주 처음으로 감이 되었다.

그와 있는 순간엔 까칠한 모습도 어린아이 같은 유치함도 나조차도 이해 안 가는 투정도 모두 다 용인된다.

그의 넓은 아량 덕분일까?

사실 그 보단 서로의 뾰족한 모습조차도 용인이 되고 감싸 안을 정도의 사랑이 전재되어 있기 때문이지 않을까.

감정모먼트 제로에 가까운 내가 사랑이란 표현이 자연스럽게 나오게 만든 그가 어떤 면에서 대단하고 감사하다.


시작부터 둘의 대화 속에 결혼라이팅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기승전 '미래=결혼'이라는 흐름을 각인시킨 그 덕분에 나조차도 결혼이란 이벤트가 자연스럽게 느껴지던 어느 날.

즉흥력으로 무장한 둘이 끄라비라는 생소한 여행지를 긴 기간 머무른 때였다.

모든 게 즉흥적이었고 마음 가는 대로 여행하느라 힘들기도 한순간이었지만 그 어느 때보다 편안했고 모든 게 행복했다.

햇빛을 힘들어하는 그를 설득해서 섬투어를 가던 차 안에서 문득 그를 쳐다보는데 너무나 편안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는 그 모습을 보고 '이 친구와 평생을 해도 편안할 것 같다'라는 생각이 문득 스쳤고, 그 순간이 지금이 되었다.


그간 참 많은 관계로 얽혀가며 의도치 않은 상처를 주고받아 나의 모습을 숨기게 되는 일의 연속이었다.

누군가는 나라는 사람을 부정하고 자신이 원하는 모습으로 만들고자 가스라이팅을 끊임없이 시전 했던 관계 속에서 나를 잃어갔던 순간도 있었으나, 오히려 그 순간이 나에게 옳고 그름을 판단하는 기준을 만들어주기도 했다.


'나답게 편안하다.'

이 감정이 고슴도치가 결혼이라는 이벤트를 허락하게 된 전부이다.

그가 어떤 모습을 좋아할까, 이러면 잘못됐다 느낄까?, 그가 옳다고 생각하는 건 무엇일까.. 생각이 꼬리를 무는 관계가 아닌 온전히 나다움을 인정해 주는 관계

건강한 관계는 건강한 시너지를 낼 것이고 미래에 펼쳐질 고난의 순간들도 두 손 맞잡고 헤쳐나갈 힘이 될 것이라 믿는다.


말에는 힘이 있고, 말하는 대로 이루어질 것이다.

라고 입버릇처럼 말하는 그의 옆에서 긍정언어를 배워가는 중이다.


나는 나답게, 그는 그답게

그렇게 편안한 우리는 이제와는 다른 미래를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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