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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영화 촬영 전, 내가 꼭 확인하는 것들

작은 영화가 세상에 나오기 전까지

by beno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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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영화를 준비하는 과정은 늘 비슷한데,
또 매번 다르게 어렵다.
이번엔 지난 촬영들을 돌아보며
내가 생각한 중요한 점들을 간략하게 정리해보려 한다.

내가 지금까지 써 내려간 글들에서 팩트만 뽑아낸 요약버전이랄까.


1. 이야기: 내가 무엇을 찍는지 다시 묻는 시간

시나리오를 수십 번 수정해도
촬영 전날이면 늘 같은 고민이 찾아온다.
“이 이야기를 왜 찍어야 하지?”
이 질문이 분명해질수록 현장은 단단해진다.

로그라인 정리


인물의 욕망/목표 최종 점검


씬별 감정선 다시 읽기


촬영 의도(감독의 노트) 1장으로 압축하기


이 네 가지를 다시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내가 이 이야기를 왜 시작했는지 떠오른다.


tempImage4amLkF.heic 촬감님과 밤까지 콘티 회의를 한 날

2. 콘티: ‘찍을 수 있는 영화’로 바꿔가는 과정

머릿속의 장면은 완벽하지만
현장의 시간과 공간은 늘 불완전하다.
그래서 콘티는 계획이 아니라 현실화의 시작이다.

씬별 구도 2~3안 확보


이동 동선과 카메라 높이 확인


배우 동작과 감정 변화 체크


‘이 장면에서 꼭 필요한 컷’과 ‘버려도 되는 컷’ 구분


촬영 당일 시간이 줄었을 때
어떤 컷을 놓치지 않아야 하는지 아는 것,
그게 감독의 안전장치가 된다.


3. 캐스팅 & 리허설: 사람으로 완성되는 영화

배우의 얼굴이 붙는 순간
영화는 완전히 다른 생명력을 얻는다.

배우와의 감정선 공유(장면별 서브텍스트 포함)


불편함·트리거·선호하는 연기 방식 미리 체크


리허설과 블로킹에서 가능한 동선 찾기


“이 장면의 공기”를 배우와 같은 언어로 설명하기


특히 단편은 시간이 적어
리허설에서 합의한 언어가 현장 분위기를 좌우한다.


4. 로케이션: 장소도 배우다

장소는 감정의 밀도를 결정한다.
그렇기에 장소 헌팅은 ‘그냥 공간 찾기’가 아니라
이 영화의 또 다른 등장인물을 고르는 일이다.

햇빛 방향·그늘·조도 확인


콘센트 유무 / 소음 / 촬영 금지 구역 체크


배우 동선이 자연스러운지 확인


스태프 휴식 공간·장비 적재 위치 파악


로케이션이 잘 맞지 않으면

아무리 좋은 연기와 장비가 있어도 장면이 흔들린다.


5. 프리프로덕션: 영화를 지탱하는 보이지 않는 구조

단편 촬영의 대부분은
현장에서 터지는 문제를 얼마나 줄이느냐의 싸움이다.
그래서 촬영 전 준비는 치밀할수록 마음이 가벼워진다.

장비 목록 체크(카메라·렌즈·조명·오디오 전부)


배터리·메모리백업 시스템 준비


컷별 시간분배표(촬영 타임라인)


의상·소품 리스트 및 예비 안 확보


분장, 상처 효과, 머리 스타일 ‘전·후’ continuity 체크


식사 / 휴식 / 이동 시간 정확히 계산


급한 상황에 대응할 플랜 B 시트


촬영이 잘 굴러가는 건
‘운’이 아니라 ‘예측 가능한 준비’ 덕분이다.


6. 스태프와의 커뮤니케이션: 말로 찍는 영화

현장에서 감독이 가장 많이 하는 일은
카메라를 잡는 것이 아니라 말을 건네는 일이다.
그래서 촬영 며칠 전, 나는 다음을 꼭 점검한다.

전체 시놉과 의도 공유


“이 영화의 핵심 톤”을 3줄로 요약해 전달


장면별 우선순위 안내


문제 상황 발생 시 의사결정 기준 합의


“각 부서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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