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에게 채찍과 당근을
오늘은 셀프 반성문을 써야겠다. 그리고 산뜻하게 내가 좋아하는 영화 이야기를 해볼까 한다. 반성문과 영화 추천이라니, 내가 생각해도 흥미로운 조합이다. 어떻게 보면 좀 뻔뻔해 보이기도 한다. 동시에 진지한 분위기를 참지 못하는 나의 습관이기도 하다. 반성문을 써야겠다는 마음을 먹은 계기는 간단하다. 단편영화 촬영일을 변경했기 때문이다. 나를 위해 시간을 내어준 사람들을 번거롭게 했다는 생각에 마음이 불편했는데, 모두 흔쾌히 양해해 주었다. 뜬금없지만, 영화 작업의 매력이 바로 이럴 때 드러난다. 누군가의 지지를 받고 있다는 기분을 느끼면, 나는 다시 바로 서게 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나는 희생과 배려를 한껏 받아 촬영을 쉽게 포기할 수 없게 된다.
사실, 촬영일이 변경된 건 시나리오 때문이다. 원래 계획대로라면 8월 14일에 거의 최종본이 나와야 했는데, 기존 시나리오를 버리고 새로 쓰게 되었다. 기존 시나리오가 잘 나오지 않은 건 나의 고집 때문이었다. 이전에 내가 힘들게 썼다고 생각했던 장면들과 대사들을 버리기 아까워 그대로 가져왔다. 시나리오를 수정한다는 건 구조 전체를 새롭게 다시 짜야한다는 사실을 간과했던 것이다. 나도 모르게 구두쇠가 되어버렸다. 조금 더 솔직해지자면, 혼자 재밌다고 생각하기도 했다. 결국, 내가 피하려 했던 이야기 구조대로 흘러가게 만들었다.
두려웠다. 고집쟁이에 구두쇠가 된 것 같았다. 나는 시나리오 집필 과정에서 고집 대신 신념이 갖고 싶었다. 예전에 누군가 고집스러운 사람은 자신이 충분하다고 생각하고 신념 있는 사람은 자신의 한계를 시험한다고 했던 글이 생각났다. 결국, 고집이 있는 시나리오는 좋은 이야기가 될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고집은 결국 타인이 개입할 여지를 남겨주지 않기 때문이다. 반면, 신념이 있는 사람은 단단해지기 위해 물렁해진다. 타인과 조화롭기 위해 신념을 지키는 게 아닐까 생각해 본다. 세상과 조화롭기 위해 하는 이야기는 아름답다.
다시 시나리오 얘기로 돌아가서, 나는 이전에 썼던 시나리오를 잊어야 한다. 비우고 새로 채워야 된다는 것을 배웠다. 그렇게 채에 걸러져 남은 것들이 어쩌면 내가 정말 하고 싶은 이야기 일 수도 있다. 아니면, 아직 못 버린 나의 고집일 수도 있겠다. 이렇게 글을 쓰면서도 한 번에 바뀔 수 있다는 자신은 없다. 그래서 제목을 반성문이라고 정했다. 그렇지만, 반성도 해봤으니 그다음에 뭐라도 하지 않을까 긍정회로를 돌려본다. 그래서 뭐라도 해보고자 로맨틱 코미디 이야기를 해보려 한다. 응?
-다음화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