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의 맛

by 헤일리 데일리

우리 인생의 맛은 어떤 맛일까?


달콤한 인생


이런 말을 들으면, 일단 달콤하지 않을 것 같은 느낌이다. 일종의 반어법 같은? 이병헌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동명의 영화도 인생의 쓴 맛을 강조했다.


출처: 네이버 영화


이런 말도 있지 않은가?!


인생의 쓴 맛을 알게 해 주마.


달콤하고 싶지만 쓴 맛은 필수? 딱 다크 초콜릿이 떠오른다. 달콤 쌉싸름한 맛! 신기하게도 이 두 가지 맛을 나타내는 영어 단어가 있다.


bittersweet 씁쓸하면서도 달콤한


- bitter 맛이 쓴; (감정이) 쓰라린, 아픈

- sweet 달콤한; 기분 좋은


Bittersweet는 두 단어의 합성어다. 원래는 식물의 이름이었는데, 점차 감정을 비유적으로 표현하는 의미로 쓰이게 되었다. 그러다 18세기 중반, 사전에 등재되면서 공식 표제어가 되었다. (출처: Oxford English Dictionary)


나는 이 단어를 아델의 노래에서 처음 알게 됐다. 한창 아델이라는 폭풍 성량의 보컬에 빠졌을 때다. 그 유명한 'Someone Like You' 속 가사에는 이렇게 나온다.


Who would have known
누가 알기나 했겠어
How Bittersweet this would taste
사랑이 쓸쓸하면서 달콤할 거란 걸


출처: 아델 인스타그램


재밌는 사실은, 이 달고 쓴 맛이 어우러져 하나로 표기됐을 때 무슨 맛을 앞에 쓸 건지 순서가 있다는 것이다. 국립국어원 누리집 사전과 옥스퍼드 영어사전은 명확히 그 순서를 달리 했다.


달콤쌉싸름하다 (국립국어원)
bittersweet (옥스퍼드 영어사전)


우리말은 단 맛이 먼저고, 영어로는 쓴 맛이 먼저다. 같은 맛을 표현했는데 이렇게나 순서가 다르다. 문화적 차이일까? 우연히 발견했는데 신기하고도 재밌 사실이다.





<노르웨이의 숲>을 영어로 읽는데 이런 문장이 나왔다.


Life is a box of cookies. (...)
You like some but you don't like others.


민음사 번역에 따르면, 인생은 비스킷통 같은 것! 그래서 '그 안에 좋아하는 맛이 들어있으면 응당 싫은 맛도 있는 법'이라는 의미였다. 이 문장은 엽기적인 그녀 같은 '미도리'의 대사였는데, 너무 적절한 비유에 담긴 철학이어서 무릎을 치지 않을 수 없었다.


assortment: 모음, 종합



그래, 맞다. "cookie assortments"처럼 인생에는 단 맛도 있고 쓴 맛도 있다. 뭐가 먼저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그저 현재(present)를 일희일비 않고 평정심을 유지하며 사는 것, 그게 진리다. 오랜만에 과자 종합선물 상자를 누군가에게 선물해 보는 것이 어떨까? 왜냐하면 현재 그 자체가 선물(present)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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