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이별

by 헤일리 데일리

각종 기사와 SNS는 온통 이 노래로 도배다.


안녕은 우릴 아프게 하지만 우아할 거야.
- 가수 화사의 "Good Goodbye" -



청룡영화상 축하무대에서 화사가 노래를 부르며 배우 박정민이 함께 호흡을 맞췄는데, 이 장면이 엄청난 화제를 몰고 왔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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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으며 서로를 떠나보내는 남과 여. 이토록 아름다운 이별이 있을까. 그 이별의 아픔은 우릴 성숙하게 한다는데, 이별이라는 말에서부터 이미 마음이 저려오기 시작하는 건 어쩔 수가 없다.





얼마 전 라디오 오프닝 곡으로 애즈원의 '십이야(十二夜)'라는 노래가 흘러나왔다. 애즈원은 중고등학생 시절부터 내가 참 좋아한 여성 듀오다. 음색이 너무나 청아하고 아름다웠는데, 그 아름다움으로 부르는 슬픈 노래들이 하나같이 마음을 사로잡았었다.


아이 등원 준비를 하며 나 역시도 그 노래를 따라 흥얼거렸다. 그런데 곧 먹먹함으로 다가온 그 노래는 더 이상 부를 수가 없게 되었고, 나는 하염없이 눈물만 흘렀다.



떠나려고 그랬나요 그대 차가워진 그날부터
감히 그댈 버릴 수 있다고
믿고 싶은 건 견딜 수가 없어서
많은 밤을 되뇌며 다시 기억 속에 묻어두고
그대 남겨준 그 추억들로
나를 다독이면서 살아가야 하는 걸
날 사랑하지만 함께 할 수 없는 걸
믿었던 내 마음까지도
이젠 내가 남겨질 탓인가요
꼭 다시 돌아올 거라 믿고 싶은 밤
내 아껴둔 그 맘을 다 주고 싶은 밤
나 사랑한단 그 말을 하지 못하고
돌아서는 밤...
내 입 속에서만 항상 맴도는 그 말
내 가슴속에 수만 번 써 내려가 지운 그 말
그댈 사랑한다는 그 말..



애즈원의 멤버 중 지난여름 고인이 되신 이민 씨. 이 곡의 가사가 마치 그녀를 향한 마음 같아서 너무 애절하게 들렸다. 수많은 팬들 중 하나인 나도 이렇게 슬픈데 가족들의 마음은 어떨까 싶어서 더욱 가슴이 아팠다.


그저 맑고 예뻤던 노래가 이렇게 하염없이 슬퍼지다니. 내가 요즘 부쩍 '죽음'에 대한 생각들로 가득 차서 그런 것 같기도 하다. <혼불> 3권을 읽으며 간접적으로 겪는 청암부인의 임종과 장례 절차, 그리고 기타 등장인물들의 마지막 가는 모습들... 이런 이야기들을 소설로 접하는 동시에 할머니께서 병원에 입원을 하시며 나도 무척 혼란스러웠다. 언제, 누구에게 찾아올지 모르는 마지막 순간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도 모르겠고 내 생의 끝에 남겨질 모습들도 걱정이 됐다.



There's never any end to the worry...
... 걱정에는 끝이 없다.
('키다리 아저씨' 중에서)



그렇다. 걱정해서 무엇하리. 이별과 죽음 앞에 장사가 없는 것을. 그래서 내가 얻은 결론이 무엇일까. 현재를 충실히 살고 이 순간을 즐겨라? 이런 뻔한 말로 이 글을 마무리하고 싶지는 않다. 그냥 화사처럼 웃으며 춤을 추고 싶다. 좋은 이별을 위해서.



1760436863251.jpg 화사 "Good Goodbye" 뮤직비디오



그리고 혼불 속 청암부인처럼 진짜 어른이 되고자 한다. 내가 가는 날은 축제가 될 수 있도록. 서양 문화권의 장례식처럼 내 장례식은 모두가 웃을 수 있는 한 자리가 됐으면 한다. 그날을 위해 부지런히 준비해야겠다.



제사 때를 당하면, 아무 음식도 아끼지 말고, 술도 빚고, 떡도 허고, 돼지도 잡아서, 온 동네 사람이 재미나고 풍족하게 먹도록 해주어라. 나는 생전에도 사람을 좋아했으니.
- <혼불 3>, P.12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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