험난한 등원길

by 헤일리 데일리

"호두야, 어린이집 가자."


이 소리는 아침마다 내가 아이를 깨우는 소리이다. 호두는 취침 시간이 늦어지더니 거의 아침 9시까지 늦잠을 잔다. 9시 30분 까지는 어린이집에 도착해야 하는데 말이다.


호두가 아침잠을 자고 있는 그 시각. 8시... 8시 반...


시간이 계속 흐를 동안, 나는 어린이집 준비물 챙기기와 동시에 나도 밖에 나갈 채비를 하며 발을 동동 거리기 일쑤다. 아이를 원에 데려다주려면 나 역시도 어느 정도 사회에 용인되는 복장과 얼굴 상태를 갖춰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봤자 그냥 적당한 티셔츠와 바지에 선크림 정도지만. 이마저도 할 시간이 없을 때 가장 유용한 아이템은 '모자'다. 쌩얼을 은폐하기에 딱 좋다.



아이가 일어나면 일단 아침밥은 패스. 어린이집에서 9시 30분 이후에 아침 간식을 주시기 때문이다. 주로 죽이나 과일이 나오는데 이 덕분에 아침밥 차리는 시간을 른 데에 쓸 수 있어서 다행이다. 나는 그냥 유산균과 영양제 등을 먹고 가장 급선무인 씻기는 것으로 넘어간다.



"쓱싹쓱싹 잘 닦고! 빨리 물 뱉고!!"


호두는 급한 내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칫솔질을 하는 둥 마는 둥. 자꾸 뭉그적 거린다. 거기다가 슬금슬금 올라오는 장꾸(장난꾸러기) 본능을 억제하지 못하고... 결국 입에 머금은 물을 여기저기 뱉기 시작한다. 아이고 두야.


"세면대에 똑바로 뱉어야지."


심지어 입에 머금은 물을 내 발에 명중시키는 호두. 어금니 꽉 깨물고 화를 참으며 타일러 보지만 소용이 없다. 호두는 이미 낄낄 깔깔 신이 나서 멈출 줄 모른다. 이렇게 양치질은 강제 종료다. 물장난으로 일이 커지기 전에 얼른 세수시키고 데리고 나와 옷을 갈아입혀야 한다.


(어휴. 딸인데 왜 이렇게 장난이 심한지... 보통 아들내미들이 이렇다고 들었는데???)



간신히 등원룩으로 갈아입히고 나가기 직전! 마지막 관문이 남았다. 그것은 바로바로


머리 묶기


나는 똥손인 데다가 시간이 없어서 그냥 고무줄로 아이 머리를 질끈 묶어버린다. 호두머리는 거의 추노급. 원에 가면 다른 여자아이들의 머리가 아주 이쁘고 단정하게 묶여있는 것과는 정반대다.


평소에 나는 내 머리도 크게 손질을 하지 않는다. 단발에 머리 말릴 때 쓰는 드라이기가 전부고, 더우면 대충 묶어버린다. 이렇게 꾸밀 줄 모르는 엄마이자 여자라서 그럴까? 호두 머리 묶는 일은 내게 있어 크나 큰 숙제다. 심지어 아이 머리가 산발인 어떤 날은 선생님께서 손수 예쁘게 묶어주시곤 한다. 어찌나 감사한지! 나갈 때 보다 집에 들어올 때 머리가 더 예쁘다.



이렇게 간신히 등원 준비를 마치고 후다닥 집을 뛰쳐나와 아이를 어린이집에 데려다주면 등원 끝! 아이가 어린이집 현관에 들어가면 나는 긴장이 한순간에 풀린다. 그제야 숨을 돌리고 여유를 되찾고 터덜터덜 집으로 돌아온다.






사실 어린아이를 등원시키며 시간을 지키기 위해 아이를 보채는 일이 영 달갑지만은 않다. 어린이집에 다니지 않으면 아이가 굳이 겪지 않아도 될 일이기 때문이다. 급박하게 준비하는 상황 속에서 내 잔소리를 들어가며 이리저리 움직이는 아이의 모습이 나도 안쓰럽다.


하지만 이왕지사 어린이집에 다니기로 했으니, 그리고 호두 본인이 어린이집에서 하는 활동을 좋아하니 등원 시간을 잘 지켜보자는 것이 내 취지다. 시간을 지킨다는 것 - 호두 인생 최초로 만들어진 "사회와의 약속" - 여기서부터 사회생활이 시작되기 때문이다. 앞으로의 인생을 위해 그 약속을 지킬 줄 알아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아이가 늦어도 8시에는 일어나야 하는데... 그래야 여유롭게 준비하고 9시 반 전에 어린이집에 들어갈 수 있다. 그런데 도무지 잠자리에 드는 시간이 당겨지질 않아서 대책이 서지 않는다. 워낙 잠에 예민한 편이라 본인이 졸려도 버티고 또 버티니 엄마로서 방법이 없다. (신생아 시절부터 계속 수면교육을 해봤지만 다 망했다ㅠㅠ)



한편으로는 이렇게 부랴부랴 준비를 마치고 허둥지둥 어린이집에 들어가는 아이를 보면, 엄마인 내가 게으른 탓도 있겠다 싶다. 나 역시 학교, 회사, 약속에 갈 때 늦은 적이 꽤 있었기에 일단 반성부터 해보는 바다. 내가 먼저 부지런하게 준비하고 시간을 칼 같이 지키는 모습을 보여야 하는데... 그러지 못한 탓에 아이도 늦장을 부리는 것 같아서 양심에 찔린다.


그래. 내 업보다. 내가 먼저 부지런한 사람이 되는 수밖에 없겠다. 일단 뭘 하든 미루지 않고 제때 처리하는 모습을 보이며 아이에게 솔선수범 해야겠다 다짐한다.



입면 시간은... 가족이 전부 밤 9시에 소등하고 누우면 되려나? 될까?ㅠㅠ 자신이 없지만 일단 시도해보련다. 이래서 엄마(또는 부모) 되기가 어려운 것인가 보다.

오늘도 초보 엄마는 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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