좁혀지지 않는 온도차

by 헤일리 데일리

"에어컨, 선풍기 쐬면 안 됩니다."


의사 선생님은 딸아이 호두에게 폐렴 진단을 내리고, 금기 사항을 단호하게 말씀하셨다.


(이 고온다습한 날씨에 선풍기도 못 튼다니...)


병원에서 집에 돌아온 우리에게는 습식 우나가 펼쳐져 있었다. 나는 호두에게 닿지 않는 범위에서 선풍기를 틀어놓고 슬쩍슬쩍 그 앞을 오갔다.


하지만 문제는 남편이었다. 열이 많고 더위를 심하게 타는 체질이어서 에어컨 없이는 도무지 여름을 나지 못하는 그런 사람이기 때문이다. (참고로 한 겨울에도 집에서 인견 반바지를 입고 있을 정도다.)


그러다 보니 남편은 호두와 한 공간 안에서 공존하기 힘들었다. 땀을 뚝뚝 흘리더니 더위에 녹아내리며 점점 어쩔 줄을 몰라하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지켜본 나는 도무지 안 되겠어서 남편에게 말했다.


"방에 들어가서 에어컨 쐬고 있어."


남편은 내 말이 끝나기 무섭게 방으로 들어갔다. (아마 한 줄기 희망의 빛을 보았겠지?)


그런데 호두는 유독 아빠를 찾으며 방으로 따라 들어가려 했다. 에어컨 바람이 닿으면 안 되는데 말이다. 나는 그런 아이를 말리려고 여러 번 어르고 달래고, 젤리와 사탕으로 유도도 해봤지만 잠시 뿐이었다. 평소와 달리(?) 아빠랑 놀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에어컨 쐬려는 자 VS 쐬면 안 되는 자



호두가 방에 가려고 하면 카디건을 입혔고, 거실로 나오면 카디건을 벗겼다. 계속해서 이렇게 아이의 온도 조절을 하려니 머리가 지끈지끈 아파왔다. 아이도 당연히 귀찮았을 것이다. 근데 엄마로서 어쩔 수가 없었다.


나는 중간에서 온도차를 좁히지 못하다가 스트레스가 극에 치달았다. 그러다 더위를 못 참는 남편이 미워지기 시작했다. 하필 아이가 아파서 냉방을 하지 못하는데... 그 와중에 왜 아빠라는 사람이 그걸 못 견디는지 야속함이 몰려왔다.





지금 생각하니 남편을 집 밖으로 내보낼걸 그랬다. 그냥 카페든 어디든 가서 시원하게 있다 오라고 할걸. 그게 차라리 내 정신 건강에 좋았을 것 같다. 그러면 아이도 그냥 그러려니 하고, 아빠가 회사에 갔을 때처럼 알아서 놀았을 텐데 말이다.



하지만 한편으론 더위에 지친 남편을 조금 더 이해해 줄 걸 그랬다는 생각이 든다. 당시에는 아이 회복이 우선이어서... 이번에 약으로 폐렴을 못 잡으면 입원해야 한다는 우려 때문에 내가 너무 생각이 좁았던 것 같다. 남편에게 미안한 마음이 사알짝 올라온다.


그런데 그렇게 더위를 많이 타는 이유가 체질 상 그런 것도 있지만, 아무래도 비만이기 때문에... 다른 사람보다 심하게 몸에서 열이 나오는 듯하다. 그러니 살을 좀 빼면 좋겠다. 중과 배 둘레가 줄면 본인 건강도 챙길 수 있고, 가족 모두가 공존하기에 적정한 온도도 유지할 수 있으니 일석이조의 효과다. 따라서 남편에게 강력히 다이어트를 권고하는 바다. (권고가 아니라 강요/강제가 맞다.)



가족이라는 한 울타리 아래에서 서로 맞춰가며 살아가기가 이렇게 힘들다니! 온도차가 커도 너무 크다. 그 차이를 좁히는 것도 중요하지만 차이를 인정하는 것이 우선이겠다. 무엇보다도 (남편이라는) 존재 자체의 소중함을 항상 각인하며, 상대방을 이해하고 존중하면서 살아가는 게 답이겠지?! 내가 생각해도 뻔하지만 당연한 귀결이다.




내가 글을 쓰고 있는 지금 이 순간에도 나는 이불을 뒤집어쓰고, 남편은 선풍기와 에어컨을 동시에 작동시키고 있다. 이 온도차 무엇?






keyword
작가의 이전글험난한 등원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