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필로그> 졸업

by 헤일리 데일리

우리 집 미운 4살은 어느덧 5살 형님이 되어 어린이집 졸업을 했다.



졸업식 당일엔 담임 선생님을 부둥켜안고 어찌나 울었는지. 2년 연속 아이를 지도해 주신 선생님이어서 그런지 정이 정말 많이 들었었나 보다. 초보 엄마에게 때론 이런저런 따스한 말도 해주시고, 아닌 것은 아니라고 정확하게 짚어주시기도 했던 선생님. 이런 은사님을 만나게 되어 우리는 너무 행운이었다.


아이는 이별의 슬픔을 감당하기엔 아직 너무 어렸다. 여전히 밤마다 졸업식 노래를 흥얼거리다가 이내 눈물을 찔끔찔끔 흘리는 중이다. 선생님도 헤어져야 하지만 친구들 모두와 안녕을 해야 했기에 더 슬픔이 큰 듯했다. 같은 반이었던 친구들은 각자 다른 유치원으로 뿔뿔이 흩어지며 이별을 맞이했다.


선생님이랑 친구들 보고 싶어.



아이가 이 말을 할 때마다 얼마나 짠한지 모른다. 이제 새로운 친구들과 선생님을 만날 거라고 아이를 다독여주었다. 그리고 악 두 달 뒤 스승의 날에 예전 담임선생님을 뵈러 가자고 아이와 벌써 계획을 세워두었다. 나도 선생님을 다시 뵐 날이 기다려진다.



졸업식을 마치고 3월 3일 유치원 첫 시작일까지 며칠의 여유가 있었다. 그래서 가족끼리 졸업 여행을 떠났다. 아이가 그토록 좋아하고 노래를 부르던 '시크릿 쥬쥬' 캐릭터가 온통 도배된 곳으로 휴가를 다녀왔다. 남편은 시간적 여유가 있으니 3박 4일 정도로 다녀오자고 했지만 나는 마음의 여유가 없었다. 혹시나 너무 신나게 여행을 하고 오면 아이가 새로운 유치원에 적응하지 못하고 등원 거부 사태를 맞이할 것 같았기 때문이다.


아침마다 유치원 가기 싫다고, 안 간다고 하는 아이를 등 떠미는 일이란... 생각만 해도 쉬운 일이 아니다. 남편은 본인이 그 일을 맡지 않았기 때문에 얼마나 곤혹스러운지 알지 못한다. 그래서 나는 여행은 딱 1박 2일만 하고 돌아올 것을 선언했고, 집에 와서 입학 전까지 매일 아침 아이를 데리고 등원 연습을 했다. 아침 9시에 딱 집을 나서서 유치원 앞까지 다녀왔다. 이제 매일 갈 곳이라는 시그널을 주면서 왕복하는 것이 목표였다.



비가 와도 등원 연습을 멈추지 않았다. 나와 아이는 도보로 등원을 해야 했기에 이 훈련이 더더욱 필요했기 때문이다. 유치원 셔틀버스를 탈 수도 있었지만, 객관적으로 유치원이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어서 걸어가도 되리라 판단했다. 그리고 내가 시간적 여유가 있는 한 아이를 직접 데리고 다니고 싶어서 이렇게 결정했다. 여담이지만 마침 우리 아파트 같은 층에 같은 유치원에 다니고 있는 6살 언니가 살고 있었다. 그 어머님이 내게 한 마디 하셨다.


셔틀버스 엄청 편한데.



눈, 비가 내린다거나 엄청 추운 날은 내 결정이 후회가 될지도 모른다. 하지만 1년은 걸어 다녀보는 걸로.



요즘 아이는 작년과는 다르게 아침 식사를 간단히 하고 집을 나선다. 이제 유치원에서는 아침 간식을 든든히 챙겨주시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억지로라도 아이를 먹여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지각을 하지 않는 것! 우리는 준비를 마치고 서둘러 유치원으로 향한다. 유치원이 보이면 아이는 꼭 이 말 한마디를 한다.


엄마랑 헤어지기 싫어.



낯선 공간에서의 생활이 아직 익숙하지는 않은가 보다. 하지만 막상 가면 재밌게 놀고 올 것을 안다. 그래서 나는 아이를 달래서 들여보낸다. 엄마가 기다리고 있을 테니 잘 놀고 오라고.


이렇게 첫 주가 무사히 지나갔지만 아이는 집에 오면 간식을 엄청 찾고 짜증이 늘었다. 아무래도 자기 나름의 사회생활을 열심히 하고 와서 정신적 허기가 생겼나 보다. 아직까진 새로운 선생님과 아이들에게 제 본성을 보여주지 못한 채 조용하고 사근사근한 페르소나를 걸치고 있었기에 그랬으리라. 십분 이해가 된다. 그렇게라도 살아남으려는 노력에 엄마는 짠하지만 한편으론 안심이 되기도 하는 마음이다. 하지만 친절한 모습을 가장한 사회생활을 하면서 그 반대급부적인 태도로 집 식구들을 대하는 것은 절대 합리화될 수 없다. 비록 지금은 어리니 이런 태도를 눈 감아 주겠지만, 커 나가면서도 이렇게 행동한다면 단단히 훈육을 시키기로 한다.



황금 같은 일요일. 우리 집은 비교적 차분히 지내며 월요일을 맞이하기로 한다. 새로운 한 주가 시작하면 다시 유치원 생활에 빠르게 몸을 맞춰가야 하기 때문이다. 집이 유치원보다 더 재밌는 곳으로 판단하는 순간 등원 거부는 계속될 것이다. 그러지 않기 위해 차분하게 월요일 준비를 해야 한다.


부디 유치원은 너무 재밌고 신나는 곳으로 인식되길 바라며. 그리고 새로운 친구들과 잘 친해질 수 있길 바라며. 엄마는 너의 5살 라이프를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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