틈만 나면 여기저기서 보이는 민들레. 그 노란 꽃을 보느라 한창 아이와 땅바닥만 쳐다보고 다녔다. 아이는 때론 짧은 민들레에, 때론 길쭉한 민들레에 매번 감탄했다. 그리고 꽃을 꺾고 싶어 했지만 나는 그때마다 아이를 말려야 했다. 우리가 이렇게 꽃을 보며 즐기듯이 다른 사람들도 그 즐거움을 느껴야 한다고 아이를 설득했다. 그러나 미처 손쓸 새도 없이 아이 손이 먼저 나가는 경우도 있었다. 민들레 홀씨가 솜털처럼 하얗게 뭉친 몽오리를 보면 아이는 쏜살같이 달려가 입으로 바람을 불어 씨앗을 퍼뜨렸다. 훨훨 날아간 씨앗들은 어디로 가서 자리를 잡았을까?
이 계절에 딱 알맞게 읽게 된 그림책 하나. 이순옥 작가의 <틈만 나면>이다. 민들레, 이름 모를 들꽃들, 잡초 등등이 여기저기 틈새에서 피어나는 모습을 그린 책이다. 마침 하브루타 스터디에서 이 책을 같이 읽고 질문거리를 만들어 토론 시간을 가지게 되었다.
나는 맨 처음 이 책을 읽었을 때 비로소 처음으로 민들레의 시선을 가지고 세상을 바라볼 수 있었다. 틈만 있으면 이 꽃은 뿌리를 내리고, 싹을 틔우고, 꽃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사실도 함께 말이다. 우리가 보는 민들레 줄기의 길이는 고작 한 뼘도 채 안 되는 경우가 많았는데, 그만큼 지상으로 올라오기 위해 민들레는 줄기의 약 2배 정도 길이가 되는 만큼을 땅 속 깊숙이 뿌리내리고 있었다. 이순옥 작가의 그림은 강한 생명력 그 자체였다.
기다란 뿌리 외에 한 가지 더 인상적이었던 장면은, 작은 보라색 꽃이 사람의 발에 짓밟히기 직전을 그린 페이지였다. 밟혀도 괜찮다는 그 꽃의 독백. 우리에게 회복탄력성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말해주는 듯했다. 누군가에게 제지를 당하거나 어떤 상황에 가로막혀도 다시 일어설 수 있는 마음. 그것이 우리에게 필요하다는 메시지였다.
어느새 이 그림책은 나에게 위로가 되고 있었다. 각자의 시간, 각자의 자리가 있는 법이니 우리는 그때와 그 장소를 기다리면 된다고 나를 다독이며 귓가에 속삭였다. 마침 아이에게도 이 책을 꼭 읽어주고 싶어서 잠자리 독서용 책으로 골라 아이 침대로 갔다. 글자를 한 자, 한 자 소중하게 읽을수록 되돌아오는 것은 나를 향한 위안이었고 그 시간은 힐링이었다.
하브루타 스터디원들과 함께 만든 질문들을 추려보니 24개가 만들어졌다. 그리고 나는 문장을 다듬어서 영어 질문으로 바꾸었다.
1. In what ways did this book change how you think?
2. In what ways did this book change how you act?
3. What kind of place or environment would help you grow the most?
4. Are you living as your authentic self?
5. What quality of this small living thing do you admire the most?
6. How do people in our society tend to view small and overlooked forms of life?
7. How are we shaped by the attention, care, or judgment of people around us?
8. Have you ever pushed past your own limits?
9. Have you ever had a moment when you felt you were truly thriving? When was it?
10. If you have not had that moment yet, when do you think it might come?
11. What needs to happen for your dreams to become reality?
12. Have you ever waited a long time for someone or something while feeling alone?
13. If someone more powerful than you tried to control or silence you, how would you respond?
14. Can you still feel content even if life does not place you somewhere ideal?
15. Can you accept something with a positive attitude even when it is not what you wanted?
16. Where do you imagine the dandelion seed landed before it took root and began to grow?
17. If a dandelion could choose where to grow, would it still choose a rough or difficult place?
18. Have you ever stopped to notice a dandelion or a weed growing nearby? If so, what made you pause?
19. What has grown in the hidden spaces of your heart, and what does it mean to you?
20. Could a narrow crack sometimes be a better place to grow than a wide open field? Why or why not?
21. Is a crack or difficult space always a bad environment for growth?
22. How might a plant grown in an open field differ from one grown in a narrow crack?
23. Is it a stereotype to assume that things grown in harsh places are always stronger?
24. Are humans really superior to the plants that grow through narrow cracks?
이 질문을 놓고 파트너와 영어로 말을 해보든지, 아니면 답을 영어로 작성해서 교환해 본다면 영어 공부로도 손색이 없다. 만약 이 과정을 혼자 진행해 본다면, 챗GPT와 주고받아도 무방하다. 심지어 AI는 첨삭 기능도 있으니 좋은 영어 선생님이 되어줄 것이다.
집에서 아이와 그림책/영어책을 읽을 때 이 방법을 꼭 사용해 보시길 추천드린다. 책을 읽고 독후활동을 하면 아이의 논리력과 표현력도 함께 증진되기 때문에 권하는 바다. 한글 질문만 만들어 놓아도 번역기의 도움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영어 실력을 걱정할 필요가 없다. 각자의 AI 툴을 충분히 활용해서 아이와 질적인 독서 활동을 해보자. 성인 북클럽에서도 마찬가지! 깊은 토론을 거치며 영어 실력이 느는 건 덤이다.
참고로 챗GPT에게 무턱대고 질문을 만들어달라고 부탁하지는 말자. 책에 대한 이해와 나의 사고작용이 종합적으로 작용했을 때 양질의 질문이 만들어지기 때문에, 그 소중한 기회를 AI에게 넘기지 말았으면 한다. 가뜩이나 AI가 사람의 영역을 무자비하게 대체하고 있는 와중에 인간 고유의 자질인 사유 기능마저 자발적으로 포기한다면, 우리에겐 존재의 이유가 없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