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어버린 3일

by 헤일리 데일리

1월 1일. 새해 벽두부터 남편이 감기로 앓아누웠다. 워낙 열이 펄펄 끓고 증상이 심해서, 공휴일에도 진료를 하는 병원에 찾아갔다.

거슬러 올라가 지난해 12월 마지막 주말. 호두를 기점으로 감기 바이러스는 온 가족에게 퍼지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호두도 어린이집에서 걸려온 듯하다.




1월 2일. 약간이나마 회복한 남편을 출근시키고 호두를 등원시킨 나. 오만한 생각을 했었다. 나는 감기에 옮지 않고 살아남았노라고. 그러고선 집안일과 수업 준비를 해놓고 나가려는데 몸이 으슬으슬했다.

초장에 감기 기운을 잡아야겠다 싶어서 선제적으로 약을 먹었다. 그래도 점점 몸은 떨려오고 머리카락이 쭈뼛쭈뼛 섰다. 날씨가 추운 것 같지는 않은데 뼛속 깊이까지 오한이 느껴졌다. 그러더니 두통에 머리가 깨질 듯이 아프더니 눈이 스르르 감기고 잠이 쏟아졌다.

그래도 예정된 수업을 진행해야 해서 따끈한 차로 몸을 녹여봤다. 좀 괜찮아졌다. 열이 내리는지 땀이 나기 시작했고 몸이 풀리는 듯했다. 그렇게 수업을 시작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두통이 다시 시작되고 이제는 식은땀이 났다. 속은 메슥거리기까지 해서 하는 수 없이 조퇴를 하고 말았다. 정말 조퇴까지는 하고 싶지 않았는데...

집에 돌아오는 길, 지하철 안은 다행히 그리 붐비지 않았아서 자리에 앉아 귀가할 수 있었다. 그런데 점점 갈수록 속이 더부룩하고 숨이 막혀오기 시작했다. 호흡곤란. 결국 몇 정거장을 앞두고 내려야만 했다. 집에 가기 위해 버스라도 타야 했으나, 다시 대중교통에 올라 탈 자신이 없었다.

그렇게 나는 집까지 무작정 걸었다. 추위가 느껴졌지만 그래도 숨은 쉴 수 있었다. 오히려 찬 공기가 정신을 차리게 해 주었다. 오로지 집에 가서 누워야겠다는 일념으로 길을 걸었다. 집에 도착하자마자 대충 씻고 나는 쓰러지듯 잠이 들어버렸다. 어렴풋이 호두와 남편이 복닥거리는 소리가 들렸지만 금세 음소거 버튼이 눌렸다.




1월 3일. 열은 완전히 내린 듯했다. 병원에서 기침 가래약을 처방받아왔다. 기침을 할 때 가슴을 잡아 뜯는 듯한 통증, 그 고통을 잊지 못해 병원부터 찾았더랬다.

그러고 나선 기억이 없다. 아이를 친정에 맡기고 자다가, 잠시 일어나선 꾸벅꾸벅 졸다가... 그게 끝이다. 저녁이 되어 그나마 몸이 가벼워져서 토지 읽기와 글쓰기를 시도했다. 그런데 또 눈이 감겼고 으슬으슬 한기를 느끼며 일찍 침대에 누웠다. 역대급으로 두꺼운 솜이불에 몸을 꽁꽁 말고 잤는데도 추웠다. 열이 또 올랐나 보다.

1월 4일. 결국 새벽에 타이레놀을 먹으며 다시 하루를 시작했다. 자다가 잠깐 일어나 호두 챙기고 다시 약 먹고. 또 자고... 이걸 몇 번 반복했다. 그리고 정신을 차려보니 어느새 또 깜깜한 밤이다.

새해에 다짐한 목표도, 할 일도 많았는데 요 며칠을 감기로 불태웠다. 액땜 제대로 했다. 이번 감기가 얼마나 독한지 온몸으로 실감하는 중이다. 병원에 그 많은 사람들이 몰리는 이유가 있었다. 참고로 독감의 경우, 검사까지 진행하면 진료비가 거의 20만 원이라고 한다.


내 잃어버린 3일 돌리도!


라고 하기엔 너무 인력을 넘어선 범위라서 그냥 그러려니 한다. 다만 호두가 빨리 깨끗이 낫기를 가장 바라는 바이다. 아이는 기침 증상이 폐렴으로 넘어갈까 봐 너무 무섭기 때문이다. 그저 가족이 완쾌해서 보통의 날이 찾아오길 바란다. 무엇보다도 나의 루틴을 찾고 싶다. 아. 보. 하. 아주 보통의 하루가 찾아오길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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