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차로에서 횡단보도를 건너려고 신호를 기다리는 중이었다. 건너가도 좋다고 신호등에 초록색 사인이 뜨는 순간 우회전 차량이 멈추지 않고 그냥 액셀을 밟고 회전을 했다. 횡단보도의 제일 왼쪽 편에 서 있던 나는 그 SUV를 봤고, 아직 출발하지 않았기 때문에 멈춰 설 수 있었다. 그런데 문제는 내 오른편에서 발걸음을 뗀 어린 학생이었다. 그 학생은 초록불이 나오자마자 바로 길을 건넜던 것이다. 나는 그 학생을 확인한 순간 몸이 얼어붙어서 어떤 액션도 취하지 못했다. 그저 작고 낮은 탄성이 내 입에서 터져 나왔던 것 같다. 고함을 쳤어야 했는데.
다행히 그 SUV는 그 학생을 피해서, 불과 30cm도 채 되지 않는 거리를 두고 더 액셀을 밟으며 교차로를 빠져나갔다. 정말 천만다행인 순간이었다. 하지만 안도감을 느낄 새 없이 나는 그 운전자에 분개해야 했다. "우회전 후 나타나는 횡단보도에 보행자용 녹색불이 켜져 있고 보행자가 통행하려고 할 때 운전자는 일시정지를 해야 한다"는 도로교통법이 있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이곳은 어린이 보호구역이다.
내가 더 화가 났던 이유는, 나 역시 같은 장소에서 똑같은 일을 겪었어서다. 작년 봄 유모차에 아이를 태우고 횡단보도를 건너는데 화물 트럭이 우회전을 해서 유모차를 아슬아슬하게 비켜갔다. 그때 일을 생각하면 지금도 심장이 쿵 내려앉는다. 이런 법규 위반 차량들을 단속하거나 신고할 수는 없을까? 왜 어른들의 가벼운 생각과 경각심 없는 행동으로 무고한 아이들이 위험에 처해야 할까.
출처: 경찰청
글을 쓰며 찾아보니 단속에 걸리면 범칙금과 벌점이 부과된다고 한다.
승용차를 기준으로 범칙금 6만 원, 벌점 10점.
그리고 우회전 위반 사항에 대해서 경찰청 교통민원 24에 신고할 수 있다는 희소식을 접했다!
경찰청 교통민원 24 홈페이지에 차량 번호와 위반 사항 내역을 접수하고, 사진 또는 동영상 첨부.
이제 시민들의 안전을 위협하는 차량이 나타나면 반드시 신고를 해야겠다. 특히 아이들이 보호받지 못하는 순간을 발견한다면 즉시 조치를 취하리라. 더 이상 두 손 놓고 방관할 것이 아니라 보다 적극적으로 아이들을 지켜야겠다.
출처: 대구 경찰청
글을 마무리하며 얼마 전에 있었던 슬픈 사고를 언급하고자 한다. 비록 우회전 위반과는 다른 사안이지만, 운전자의 주의와 경각심이 얼마나 중요한지 다시 한번 강조하기 위해서다.
출처: 중앙일보
지난해 마지막 날, 재래시장에서 한 승용차가 시장으로 돌진해서 한 명이 숨지고 십여 명이 다치는 사고가 발생했다. 새해를 앞두고 (혼란한 시국으로 이전해 보다는 덜 했겠지만) 약간이나마 들뜬 마음으로 시장에 나갔을 사람들. 하지만 누군가는 새해를 맞이하지 못한 채 세상과 이별을 하게 됐다. 마침 친구 중에 이 시장과 가까운 거리에 살고 있는 친구가 있었고, 단체 카톡방에서는 혹시 모를 소식에 그 친구에게 황급히 안부를 물었다. 다행히 그 친구는 사고와 관련이 없었고 우리들은 가슴을 쓸어내려야 했다. 자칫하면 내 친구, 내 일가친척이 맞닥뜨릴 수 있는 일이었다는 생각에 이 사고가 기억에서 지워지지 않는다.
차량이 인도로, 상가로, 보행자로 돌진하는 이런 사고가 왜 빈번해졌을까? 급발진이 원인일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하지만 예전보다 심각한 수준이 된 것만은 확실하다. 나는 길을 걸어가면서 두리번거리는 것이 습관이 됐고, 돌진 차량이 무서워서 상가의 테라스 쪽 자리는 피하게 된다. 겁이 많은 쫄보가 더 겁이 많아져 내가 운전하는 상상은 하지도 못한다. 혹시라도 운전자로서 실수를 할까 봐... 장롱 면허를 계속 유지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 듯싶다.
나의 뚜벅이 팔자를 다시 한번 확인하면서, 보행 시 내 스스로의 안전은 내가 책임져야 한다는 생각만 절실해진다. 부디 안전하게 통행할 수 있는 시절이 오길 간절히 바란다. 운전자들이 보행자의 안전을 생각해서 주의를 기울여 주시길 당부드린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