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정에서 호두와 뽀로로 애니메이션을 보고 있었다. 참고로 나는 아이에게 TV를 보여주고 싶지 않아서 집에 TV를 들이지 않았고, 아이는 친정이나 시댁에 가서만 영상을 볼 수 있는 구조다. 그래서 양가 할머니, 할아버지가 TV를 틀어주시면 아이는 신이 나서 아주 집중하며 프로그램을 시청한다.
이날도 아이가 집중해서 뽀로로를 보던 중 갑자기 배경 음악으로 '어른들은 몰라요'라는 노래가 흘러나왔다. 나는 옛날 라떼 시절 노래가 반가워 신나게 따라 불렀다. 사실 가사를 잘 몰라서, 어른들은 아무것도 모른다는 후렴구만 흥얼거리는 정도였다.
그런데!!
장난감만 사주면 그만인가요 예쁜 옷만 입혀주면 그만인가요
어른들은 몰라요 아무것도 몰라요 마음이 아파서 그러는 건데
언제나 혼자이고 외로운 우리들을 따뜻하게 감싸주세요
자세히 듣고 보니 이렇게 뼈 때리는 가사가 숨겨져 있었다!!
그리고 돌이켜보니 나는 노랫말에서처럼 장난감이나 사주고 예쁜 옷 사 입히는 데에만 열중하는 그런 엄마에 지나지 않았다. 나는 순간 머리가 띵해졌고 가사를 곱씹으며 반성모드로 들어갔다.
아이와 교감하고 아이의 마음을 읽어주는 것이 엄마의 가장 큰 역할이거늘... 나는 본분은 잊은 채 왜 쓸데없는 것만, 그리고 외적인 것만 신경 쓰고 있었을까? 뭣이 중헌디. 아이에게 너무나 미안했다.
귀찮다고 야단치면 그만인가요 바쁘다고 돌아서면 그만인가요
어른들은 몰라요 아무것도 몰라요 함께 있고 싶어서 그러는 건데
언제나 혼자이고 외로운 우리들을 따뜻하게 감싸주세요
2절 가사는 더 슬펐다. 이것은 마치,
"(귀찮으니) 네가 알아서 해봐."
"엄마/아빠가 바쁘니까 가서 놀고 있어."
이런 흔하고도 무심한 말을 들었을 우리 아이들의 마음을 대변한 것 같았다. 얼마나 속이 상했을까? 짐작조차 되지 않는다.
나 역시 귀찮다고 말만 안 했다 뿐이지, 책을 읽어달라고 다가온 아이를 돌려보낸 일이 수두룩 하다. 아이에게 집안일을 해야 한다는 변명을 늘어놓으면서 말이다. 내가 정말 무심했다. 그러면 안 됐는데.
사실 집안일을 하면서 동시에 아이를 케어하면, 일에 치여 아이와 온전히 놀아줄 수 없는 것도 현실이다. 밥 차려주고 먹이고, 다 먹으면 설거지하고 주변에 떨어진 것 치우고. 그뿐인가? 주방일 외에도 방 청소에, 빨래에, 놀던 장난감 정리에... 할 일이 산더미다.
이렇게 가정주부인 엄마는 집안일만으로도 벅찬 상황인데, 그 와중에 아이가 와서 같이 놀자고 보채면?
대략 난감.
급 올라오는 스트레스.
놀아주고는 싶으나 쿨하게 결단 내리지 못함.
우유부단한 나의 마음속에선 이런 복잡한 심리가 뒤섞인다.나만 그런 건 아니겠지?
그러다 결국, 집안일이 쌓이는 속도에 압도되어 일을 우선적으로 선택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적어도 내 경우는 그렇다. 아이에게 미안하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 벌어지는 것이다. 독점육아 상황에선 정말이지 마음의 여유가 없다.
내 이기적인 욕심이겠지만, 호두가 부디 이런 엄마의 상황과 마음을 알아주면 좋겠다. 조금 더 커야 이해해주려나? 하지만 이 노래 앞에서 엄마의 속사정은 그저 핑계이자 변명에 지나지 않는 거겠지?
이 노래가사를 알고 나니 더 이상 아이를 외롭게 두어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결심했다. 일단 아이와 단 둘이 있을 때 집안일은 빠르게 또는 최소로만 할 것! 나머지는 남편 오면 해야지 뭐...
가장 중요한 것은 스마트폰 보는 시간을 줄이는 것이다. 습관적으로 스마트폰을 집어들 때가 있는데 이제 그러면 안 되겠다. 이 시간을 확보해서 아이와 함께 하는 시간을 늘려야겠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아이의 마음 읽어주기!!이것이 나에게 가장 큰 숙제다. 항상 내 위주로 생각하고 아이의 마음이 되어보지 못했던 것 같다. 완전히 공감 능력 제로 엄마였네?!!
부모가 아이에게 공감하며 대화를 하면 아이와의 애착 형성에 도움이 된다고 한다. 그리고 아이의 정서가 안정적으로 발달하고, 나아가 자존감도 높아진다고. 오은영 선생님이 방송에서 늘 말씀하신 내용이다. 들어는 두었지만 실천을 못했었다니 또 반성 모먼트다. 말이 나온 김에 오은영쌤의 저서인 <어떻게 말해줘야 할까>를 재독 해야겠다. 휴 초보 엄마는 바쁘다.
《어른들은 몰라요》라는 노래가 엄마를 이렇게 감화시키는구나! 역시 명곡 맞네. 가끔씩 주기적으로 들으면서 오늘의 마음을 되새겨야겠다. 명곡의 재발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