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아이 문화센터(이하 문센) 수업을 신청하는 날이다. 인기 강좌는 빨리 마감되기 때문에 수강신청을 서둘러야 한다.
지난봄 학기, 아이가 어린이집 입학을 했을 당시에도 문센을 등록했었다. 그런데 하도 아프고 결석을 밥 먹듯 해서 수업 절반을 못 나갔었다. 돈도 아깝고 도저히 안 되겠다 싶어서 이제 문센은 다니지 말자고 다짐했던 나다. 그런데 스멀스멀 다시 문센에 애를 보내고 싶은 마음이 올라왔다.
그렇게 내 마음이 바뀌게 된 이유는 바로 '흥 부자' 호두 때문이다. 어린이집을 다니더니 흥을 발산하고 연신 리듬을 타는 방법도 터득해 왔다. 음악만 나오면 방방 뛰는데 도저히 집에서 수용할 수 있는 에너지가 아니다. 더군다나 요즘은 몸을 흔드는 방법도 업그레이드하고 싶은지 꿈틀꿈틀 난리 부르스다. 나는 그 광경을 보고 제대로 된 댄스 수업을 받도록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문센 신학기 카탈로그를 펼쳤다.
댄스 수업이 뭐가 있을까 살펴봤다. 아직 K-Pop 수업을 듣기엔 너무 어리고, 트니트니 수업은 운동 위주고... 그러다 내 눈을 사로잡은 것은 바로?!!
베이비 발레
발레 클래스였다. 여자 아이에게 딱이었다! (물론 남자아이들도 배운다면 더더욱 좋을 것이다. 요즘 남녀 가리는 종목이 뭐가 있겠는가.)
여러 수업 중에서 아빠가 데리고 다니기에도 좋을 시간을 골라 바로 접수를 했다. 수강신청 성공! 그러고 나니 벌써부터 아이에게 발레복을 입힐 생각에 설레고 신이 났다. 그 모습이 얼마나 귀여울지~~ 푼수 도치맘은 어쩔 수가 없나 보다.
그런데 곰곰이 생각해 보니 발레 수업에 대한 나의 설렘과 기대감 이면에는 숨겨진 것이 있었다. 내 마음속 깊이 자리 잡았었던 욕망이랄까?
내가 7,8살 때쯤 나는 엄마에게 발레 학원에 다니고 싶다고 떼를 썼었다. 그런데 우리 부모님은 공부를 중요시 여기는 스타일이어서, 그런 내가 헛바람이 들까 봐 발레를 배우지 못하게 하셨었다. 당시 나는 발레리나가 되고 싶었던 꿈을 꺾어야 했기에 인생 1회 차의 큰 시련을 맛보았다. 아마도 내가 주도적으로 무언가를 배우고 싶었으나 그러지 못했던 최초의 사건이었으리라. 아직도 그 좌절감과 절망감이 생생하다.
어린 시절 나는 (체육을 제외한) 예체능의 끼가 다분했던 것 같다. 발레에 이어 바이올린도 배우고 싶었고, 그 이후에는 모델 또는 패션디자이너가 되고 싶었다. 적고 보니 전부 다 이루지 못한 꿈들이어서 가슴 한켠이 아리다. 만약 일찍부터 준비해서 전문 분야로 나아갔으면 어땠을까도 싶지만 후회한들 무엇 하리오.
한편으론 이런 후회와 미련이, 나와 호두와의 관계에 있어서 경각심을 가져야 할 포인트로 다가왔다. 나는 평소에 학생들에게 영어를 가르치면서 나름 다짐했던 것이 있었으니...
부모의 열등감을 자식에게 투영하지 말자.
엄마/아빠 본인이 영어를 못해서, 자식은 그러면 안 되겠다는 생각에 자녀 영어 교육에 과한 투자를 하시는 부모님이 간혹 계시다. 그 모습을 보며 가졌던 생각이다. 물론 아이가 영어에 흥미가 있다면 좋은 결과가 도출된다. 그러나 아이가 그렇지 못한 케이스라면? 그런 교육열은 아이에게 독이 될 뿐이다. 강제적이고 재미없는 영어 수업에 억지로 앉아있는데 아이가 좋아할 리가 없다. 그 시간은 지옥과도 같을 것이다. 이는 필시 부모의 열등감이 잘못 투영된 결과다.
나 역시 발레를 못 배운 미련을 아이에게 투영한 것은 아닌지 반추해 본다. 아마 발레리나를 꿈꾸던 어린 시절이 마음 한편에 깊숙이 자리 잡고 있어서 아이를 통해 대리만족을 느끼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지금이라도 이 것을 깨달아서 다행이다. 이래서 자기 검열이 중요한 것이다. 헌법상 사전검열은 금지지만 셀프 검열은 적극 권장해야 하는 이유다.
만약 아이가 발레 수업을 원치 않는다면 당장 그만두어야지. 강압적으로 무언가를 배우게 해서는 안된다는 철칙을 다시 한번 마음에 되새긴다. 아이는 나 자신도, 내 소유물도 아닌 하나의 소중한 인격체이기에 아이 본인의 선택과 결정 역시 부모로서 존중해줘야겠다. 단, 그 선택에 따른 책임도 뒤따른 다는 것을 단단히 고지해 주는 것도 물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