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미생들은 어떤 생각을 하면서 살까?
들어가며
직장인의 2대 허언으로 '퇴사할거야' 와 '유투브 할 거야'가 꼽히고는 한다. 나 역시도 퇴사 후 유투버를 꿈꾸는 허언 가득한 직장인이기도 하다. 평생 직장이라는 개념이 사라진 지금, 밀레니얼들은 일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을까? 여기 퇴사와 유투버로서의 데뷔를 동시에 이룬 한 청년이 있다. 러시아 어학연수 시기의 이름 그대로 '파벨'이라는 닉네임을 써 달라 부탁한 그에게서 그 뒷이야기를 들어보기로 했다.
1) 인터뷰이 1호, S양: https://brunch.co.kr/@dlgo7245/10
- 인터뷰이 2호, 파벨
또렷한 이목구비와 서글서글한 말투로 누구에게나 호감을 사는 사람. 일에 대한 열정과 사람에 대한 애정이 많아 어른스럽게 느껴지지만, 예쁜 석양을 보며 끊임없이 감탄할 줄 아는 여린 사람이기도 하다. 첫번째 인터뷰를 본 후, 파벨이 직접 인터뷰를 자청해 두번째 인터뷰이로 선정하게 되었다. 파벨의 절친 E도 함께하여, 한명의 인터뷰이와 두명의 인터뷰이가 함께하는 기묘한 자리가 탄생하였다.
오늘은 제가 질문하는게 바보같을까봐 메일을 읽고 또 읽었거든요,
그러니 미뤄왔던 일이 풀려 기분이 좋더라구요.
파벨: 안녕하세요, 저는 올해 사회생활을 시작한 파벨이라고 합니다. 자기소개를 바로 하라고 하면.. 움 별로 준비해온게 없네.
헤일리: 아, 괜찮아 이건 면접도 아니고 그냥 아무렇게나 해도 돼
파벨: 으악.. 움 스물 일곱 살이구요, 서울에 살고 있어요. 운동이랑 맛있는 음식, 사람들을 좋아하는.. 싫어하는게 별로 없는 사람이에요.
헤일리: 오늘은 어떤 하루를 보냈어요?
파벨: 오늘은 굉장히 뜻깊은 날이었어요. 최근에 2주간 계속 미뤄온 업무가 세개 정도 있었는데, 어려운 일이라 사수한테 묻는게 쉽지 않았었어요. 바보처럼 보일까봐 무서웠던거죠. 그래서 2주동안 메일을 읽고 또 읽어서 오늘에서야 윤곽을 잡아 사수한테 물어봤어요. 사수가 엄청 잘 설명해줬고, 굉장히 뿌듯했죠. 끙끙 앓던게 풀린 느낌이었어요.
헤일리: 업무는 어때요?
파벨: 저는 제 업무가 굉장히 멋있다고 생각해요. 제가 일하는 회사는 비즈니스가 딱 세팅되어있는 편이 아니에요. 그래서 지금부터 비즈니스를 만들어나갈 수 있다는 점이 좋아요.
E: 잘 맞나보네요
파벨: 어렵기도 하죠. 그래도 몰랐던 미지의 세계가 보이는 느낌이 들어서 좋아요. 저희 회사에서는 내가 하는것 하나하나가 다 새로운 규칙이 되고, 사람들과 협의하면 그게 룰이 되거든요. 미생에서도 '사업 놀이 한다'는 말이 나오잖아요. 그것처럼 정말로 사업놀이 하는 것 같아요.
헤일리: 입사 한지 6개월이 됐는데 변한 점도 많겠어요.
파벨: 원래 용돈 받아서 생활 했어서 아무래도 돈에 얽메어서 살던게 있었거든요. 알바를 구해야 한다는 압박감도 있었고 나이가 있으니까 용돈 타 쓰는게 떳떳하지도 않았어요. 그런데 직장을 다니면서 그런 압박감이 많이 사라진 게 가장 달라진 점인 것 같아요. 이젠 그래도 자립이란 걸 할 수 있으니까.
사실은 요리사가 되고 싶었어요.
사람이 좋아하는 건 변하지 않더라구요
E: 옛날에는 CJ 제일제당 가고 싶었다면서요.
파벨: 네. 취업을 준비하면서 식료품 회사에 지원한 적이 있어요. 요리사가 되고 싶었거든요. 식당에서 알바를 굉장히 많이 했는데, 하다보니 요리사가 되고 싶은거에요. 그래서 6개월 정도 주방에서 일을 하기도 했죠. 업무 강도가 너무 세서 결국 그만두긴 했지만.. 요리를 하고 싶은 꿈이 커서 자퇴하려고 한 적이 있었던 정도로 진심이었어요.
그때 할머니가 전화와서 '절대 안된다. 졸업만 해라' 하시기도 하구요. (웃음) 요리라는 취미이자 돈벌이가 있었던 게 대학생활의 큰 부분이었죠. 나머지 하나는 뭐.. 대학때 다양한 사람을 만난게 기억에 남아요.
헤일리 :요리사는 어릴 때부터 꿈이었던 거에요?
파벨:아니요 그건 아니에요. 군대 다녀와서 요리에 대한 꿈을 꾸기 시작했어요. 재밌는게 군대 가기 전에도 비슷한 생각을 했더라구요. 군대 다녀오기 전 써놓은 노트에 '요식업을 해야지' 라고 써놓은 게 있었더라구요. 까먹고 있었는데. 군대 다녀오기 전에도 그런 생각을 한 걸 보면 사람이 좋아하는 건 일관된 측면이 있는 것 같아요.
E: 나머지 하나는 사람을 만난 거라고 했는데, 결국 그럼 다양한 사람들과 술을 마셨단 얘기인가요!
파벨: 이제는 아니에요 ㅎㅎㅎ 이번주 화요일 부로 안먹으려구요 (인터뷰 날짜는 목요일, 이틀이 지났다.) 이제 정말 금주할거에요. 원래 주 2회가 목표였어요. 그런데 그러다보니 금, 토는 매일 마시더라구요. 그래서 주 1회로 줄이기로 했어요. 평일에는 정말 마시면 안되겠다는 걸 느껴요.
스무살 이후로 술 싫어한 적이 단 한번도 없었어요. 그런데 한두달 전부터 술이 싫어졌어요. 회사에서는 내가 원하지 않을때 마시는 일도 많거든요. 옛날에는 술 마시는 게 하나의 탈출구였는데, 이제는 의무가 되어버린 것 같아서 싫더라구요. 학을 떼게 되니까 별로 마시고 싶지가 않아요.
매체를 이것저것 활용하는 타입이에요.
나중에는 유튜브 채널도 다시 열고 싶어요.
E: 노트에 뭘 기록하는 습관이 있나봐요.
파벨:자기계발적인 내용이 많아요. 이렇게 하자, 저렇게 하자 등의 내용을 써놓아요. 미래에 대해서도 쓰고, 생각해 본 것들에 대해서도 쓰는데.. 나중엔 다 까먹어요.
헤일리: 블로그도 한다면서요.
파벨: 네 ㅎㅎ 사실 창피해서 블로그에 쓴 글은 공개 못하고 있어요. 나중에 재밌는 글이 올라가면 공개할게요.ㅎㅎ 한때는 나만 팔로우 되어 있는 인스타 계정도 있었어요. 올리고 싶은거 올리고, 쓰고 싶은거 쓰고 그랬죠.
E:인스타에 올리는 글이랑 블로그에 올리는 글이랑 달라요?
파벨: 사실 인스타 안하는 이유는 비밀번호를 까먹어서이고(웃음) 둘이 큰 차이는 없어요. 노트북으로 늘어져서 뭘 쓰는게 편해서 그냥 쓰는 거에요. 그냥 인스타는 깨작깨작 쓰기 좋다는 느낌만 받아요.
헤일리: 매체를 잘 활용하는 사람이네요.
파벨: 맞아요. 저 유튜브도 작게나마 하고 있어요.
헤일리: 아 맞다, 유튜브도 하고 있죠? 주변에서 파벨을 인터뷰 한다고 하니, 유튜브는 안하느냐고 물어봐 달라더라구요. 구독자들이 기다리고 있다면서 원성이 자자해요.
파벨: 다시 업로드 해야죠. 한때는 꿈이 유튜버인적도 있었어요. 그래서 대학 졸업 하고 부모님께 "1년 동안만 제가 하고싶은 것 하겠습니다" 라고 말씀드린 후에 아는 형이랑 유튜브를 시작했구요. 당시에는 컨텐츠도, 전문 지식도 없어서 3~4개월 정도 하다가 접긴 했지만, 다시 하고 싶긴 하네요.
헤일리: 다시 하면 어떤 아이템으로 해보고 싶어요?
파벨: 음.. 사실 제일 하고 싶은건 제가 회사에서 담당하는 아이템 소개하는건데.. 아무도 안보겠죠?
남들을 배려하면서, 건강하게 사는게 좋은 것 같아요.
멋있는게 다른 데 있는게 아니더라구요.
헤일리: 사실 원래 하려고 했던 질문 중 하나가 '나에게 있어 가장 소중한 인간관계는 무엇인가요? 거든요. 유튜브를 함께했다던 형과도 소중한 인연일 것 같아요.
파벨: 그 형도 정말 특별한 인연이죠. 하나를 더 꼽자면.. 전역하고 나서 러시아에 어학연수 같은 걸 다녀왔는데, 거기서 만났던 선배들과의 인연이 특별해요. 그 형들이 사고가 굉장히 건강하거든요. 남들 배려하고, 자기 할 것 잘 하는 사람들이라 굉장히 존경스럽다고 느껴요. 그런 사람들을 만난 게 제 인생에서 굉장히 큰 것 같아요. 많이 배웠죠.
E: 어떤걸 배웠나요? 지금의 파벨에게 베인 매너같은 건가요?
파벨: 매너도 그렇구요(웃음). 건강하고 밝고, 남들 챙기고.. 그런 행동 양식을 배웠다고 볼 수 있는거죠. 그런 삶이 멋있다고 생각해요.
헤일리 :러시아에 어학연수 다녀온 건 굉장히 특이한 경험이네요.
파벨: 뭐 그렇죠. 방학 때였어요.
헤일리:파벨도 러시아 이름 아니에요?
파벨: 맞아요. 유튜브 그만하고 나서 중계무역이랑 수입 담당하는 회사에 다닌 적이 있는데. 거기에서 만든 별명이에요. 그 회사가 러시아랑 무역하는 회사였어서 러시아 이름이 필요했거든요. 제 영어 이름이 Paul이라, 러시아 식으로 파벨으로 불렸죠. 거기에서 일하면서 지금 회사에 오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회사 자체는 나쁘지 않았지만 좀 더 체계적이고 회사 자체의 리소스가 많은 곳에서 일을 하고 싶었거든요. 결과적으로 좋은 경험이었다고 생각해요. 사장님도 일을 엄청 잘하시는 똑똑한 분이셨고, 덕분에 운전도 배웠구요.
헤일리: 졸업 하기 전에도, 하고 나서도 굉장히 많은 걸 했네요.
파벨: 네 맞아요. 요리사에, 유튜버에, 무역인에 정말 많은 걸 꿈꿨으니까. 결국 여기에서 일하고 있네요 (웃음)
헤일리: 이 인터뷰 전에 파벨의 회사 동기들로부터 익명 질문을 몇개 받아봤어요. '과거로 돌아갈 수 있다면 언제로 돌아가고 싶은가?' 라는 질문도 있었는데요.
파벨: 움.. 글쎄요, 비트코인? (웃음) 사실 없어요. 과거에 대한 후회가 있는 편이 아니라서요. 안돌아가고 싶어요. 현재가 좋아요.
헤일리: 익명 질문에 '잘생겼다'는 말이 되게 많더라구요. "파벨은 뭘 먹고 그렇게 잘생겼나요?" "잘생긴 파벨은 왜 여친이 없는건가요, 눈을 낮출 생각은 없는건가요?"이런 질문들이 들어와 있어요. 어때요, 본인도 인정합니까?
파벨:아진짴ㅋㅋㅋ 아니에요. 칭찬 들으면 기분은 좋지만.
헤일리:동의를 한다는 거에요, 안한다는 거에요.
파벨:움.. 안한다! 저 정도면 중상위권에는 속한다고 생각하긴 하지만 ㅎㅎ 여자친구가 없는 이유는.. 아 그걸 알면 제가 지금 여자친구가 있겠죠. 하지만 눈 낮출 생각은 없어요. 저는 눈이 높다기보다는 이상형이 확고한 것 같아요. 얼굴 하얗고 코 예쁜 사람이 좋아요. 아 그리고 센 느낌보다는 귀여운 느낌이 좋더라구요.
헤일리:본인이 세기 때문이 그런거에요?
파벨:아니요 정반대죠. 제가 유약하니까 그런거에요 ㅋㅋㅋ
헤일리:전혀 그렇지 않은 것 같은데요ㅎㅎ 재밌게 일 열심히 하고 잘 살고 있는 것 같은데. 회사생활 이외에 개인적으로 하고 있는 취미 같은 것도 있어요?
파벨:움.. 글쎼요 제 취미는 다 단발성이라.. 책 읽는거나 운동하는거나, 친구들 만나는게 거의 다에요. 사실 회사 다녀오면 늘어져서 이런 것들을 못하는 경우가 더 많구요. 아, 요즘은 드라이브가 되게 재밌더라구요. 북악스카이웨이도 좋고, 대부도도 가깝게 갈 수 있어 좋아요.
헤일리:넷플릭스는 안봐요?
파벨:아 보죠. 저 하트시그널 엄청 열심히 봐요(웃음). 대리만족 하는거죠. 남자 중에는 김강열이 제일 좋고, 여자 중에는 서민재가 제일 좋아요.
미끄:이상형이랑 비슷한 사람 좋아하네요 ㅎㅎ
다른 사람들에게 해줄 얘기가 많았으면 좋겠어요
꼰대는 안 될 자신 있어요.
헤일리:파벨은 어떤 사람이 되고 싶나요?
파벨:음.. 저는 제 스스로에 대해 자랑스러워 할 수 있는 사람이었으면 좋겠어요. 그럴 수 있도록 제 환경을 만들어가고 싶구요. 가진 것도 많고 추억도 많아서, 남들에게 해줄 이야기가 많은 사람이고 싶어요.
E:그거 약간 꼰대 아니에요?
파벨:(진지하게 생각 중) 아 아니요, 꼰대는 안 될 자신 있어요. 물론 제 주장은 강해지겠죠. 그렇지만 제가 기본적으로 남들에게 강요하는 걸 싫어하는 스타일이라서 꼰대는 안 될 것 같아요. 저는 남들에게 영향을 안 끼치는 편을 더 좋아하는 편이에요. 그냥 이 상태를 그대로 유지할 것 같아요.
헤일리:저도 동의해요. 파벨은 그럴 것 같아요. 혹시 마지막으로 하고싶은 말 있어요?
파벨: 재밌는 시간이었어요. ㅎㅎ 가벼운 얘기가 주가 된 것 같아서 약간 아쉽긴 하네요. 다음번에 좀 더 깊은 얘기로 대화하는 것도 재밌을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