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년대생이 들려주는 90년대생 이야기 #3. 모디양

회사 밖을 나온 진짜 미생들 이야기

by 헤일리
흔히 90년대생은 전통적 관습에 얽매이지 않는 존재로 비춰진다. 각종 광고나 드라마에서업무 후 회식을 하러 가자 제안하는 부장님에게 '제가 왜 가야하죠?'하고 삐딱선을 타는 사람은 대부분 '눈치없는' 신입사원들이다. 이전 세대에게는 당연했던 것에 의문을 제기하는 밀레니얼들은 때로는 버릇없게, 때로는 창의적으로 묘사된다.
여기 '학생이라면 앉아서 공부를 해야 한다'는 관습에 반항하고도 어엿한 사회인으로 자라난 한 여인이 있다. 선생님들의 말에 토를 달던 여인은 어느덧 4개국어 능통자라는 무기로 취업에 성공한 후, 취업 이후의 또다른 관문을 향해 발을 내딛으려 하는 중이다. 그녀에게 관습이란 무조건 타파해야 하는 것이 아닌 자신의 욕구에 따라 조절할 수 있는 무언가인지도 모른다. 밀레니얼과 관습의 타파라는 무거운 주제를 뒤로 숨기고, 말차라떼가 유명하다는 한 커피숍에서 그녀를 만났다.




세번째 인터뷰이: 모디양


또렷하고 예쁜 이목구비를 갖췄으면서도 단체 톡방에서 심상치 않은 드립을 날리는 반전 매력의 소유자. 현재 다니는 무역 회사에 입사하기 전

일본에서 2년간 근무하였고 대학은 중국어 특기자로 간 언어 능력자이기도 하다. 만만치 않은 회사에서 누구보다 빠른 적응력을 보여주고 있는 그녀를 그녀가 좋아한다는 한 까페에서 만났다 .





전 제가 웃을때 많은 감정이 섞여있다는 생각을 해요.
그걸 밝게 봐주는건 정말 고마운 일이구요.


모디: 으악 늦어서 미안해

헤일리: 괜찮아! ㅎㅎ 인터뷰에 응해줘서 고마워요. 우선 자기소개 해줄 수 있어요?

모디: 아 자기소개를 하라구? 아 저는 아직 저 자신에 대해 잘 모르는데, 어떡하죠.

헤일리: 그럼 '아직 저 자신에 대해 알아가고 있는 사람입니다' 라고 써도 돼요?

모디: 아 그러면.. 저는 그냥 물 흐르듯 살기로 결심한 사람입니다. 이렇게 해주세요. 웬만하면 욕심을 가지지 않고 흘러가는 대로 사는 사람이 되려고 노력중이다. 이렇게.


헤일리: 멋있다. 최근에 한 생각이에요?

모디: 오래됐어요. 고등학생, 대학생 때 정도부터 가졌던 생각이니까.


헤일리: 사실 모디씨를 두고 '성격이 굉장히 좋다'고 하는 사람들이 많아요. 항상 남에게 밝고 친절하다고. 모디씨가 그런 마음가짐으로 살아서 성격이 좋게 보이는 걸까요? 어떻게 생각해요?

모디: 아 그런 질문이 있었구나. 글쎄요 제가 원래 말투가 차갑고 또박또박 끊어서 말하던 사람이었는데, 그렇게 보인다니 고맙네요. 예전에는 말투나 이런것 때문에 오해하는 사람들도 많았고 인상이 차갑다는 소리도 많이 들었거든요. 원래는 잘 웃지도 못해서 제가 웃어도 웃는것 같지 않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었고.. 고치려고 노력도 많이 했어요. 웃는 연습도 하고 대학생 때는 연극을 하면서 사람들에게 부드러운 말투가 어떤 건지 연구하기도 하고..그럼에도 아직도 술먹으면 강압적인 말투가 나오기도 하구요.(웃음)


헤일리: 신기하다. 원래 성격은 둥글둥글하지 않았는데 바뀌었다는 얘기네요.

모디: 원래는 너무 예민해서 환경이 바뀌거나 하면 몸이 아팠어요. 나에게 안맞는 것이나 싫은 것이 생활에 있으면 너무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서 신경질적으로 변하고.. 정말 몸이 아팠어요. 그래서 학교 안간적도 많았구요. ㅎㅎ


그런데 어느순간 그런 제가 싫은거에요. 주변 상황을 이해 못하고 싫어하면 나만 아프더라구요. 주변은 아무것도 바뀌지 않은 채로요. 그런 생각을 한 후로부터 '그냥 넘어가자, 신경쓰지 말아보자, 같이 살아보고 지내보자'하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그래서 좀 더 다른 사람을 웃어넘길 줄 알게 됐어요. 글쎄요, 지금도 제 웃음에는 싫음과 즐거움과 짜증이 모두 섞여있는 것 같아요. 그게 밝아보인다는 얘기를 들으니 다행이네요. 저한테 좋은 말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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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상 왜 하지, 왜 이렇게 하지 하는 의문이 있었거든요.
예전의 저는 호불호가 심한 사람이었던 것 같아요.


헤일리: 고치려는 마음을 가진다고 누구나 성격을 고칠 수 있는건 아닐텐데, 오히려 모디양이 다른 사람을 많이 배려하고 신경써주는건 기질적인 면도 있지 않을까요?

모디: 아니요 원래는 정말 독고다이였어요ㅋㅋㅋ 내가 싫고 이해가 안되면 다른 사람한테 그걸 직접적으로 표현했구요. 그런데 그래봤자 아무것도 바뀌지 않더라구요. 그 후로부터 생각을 열심히 바꾸려고 노력을 했었죠.


헤일리: 그 '원래의 나'는 언제쯤을 말하는 거에요?

모디: 중고등학생때 정도? 그런 성격때문에 학교도 잘 안맞았어요. 공부는 학원에서 다 하는데, 학교에서 하는 공부는 교과서만 보면 되는거 아니야? 라는 생각을 하다보니 학교에 갈 필요를 못 느낀거죠. 그리고 당시 신경질적으로 대한 친구들이 있었어서 상대하기 싫은 마음도 솔직히 있었구요.


그런 얘기를 아버지한테도 했었는데, 아버지가 그냥 졸업만 하라고 그러시더라구요. 그래서 학교는 잘 안가고 하고 싶었던 외국어 공부만 했었죠. 집안에서는 절 믿어줬었어요. 아무래도 그렇게 든든한 구석이 있어서 저도 변할 수 있지 않았나 생각해요.


헤일리: 그러게요. 어떻게 보면 정규 교육이 아주 잘 맞는 사람은 드물 거라는 생각도 들고.

모디: 그러니까 저는 그런 의문이 많았던 거에요. '이걸 왜 하지?' 아니면 '이걸 왜 이렇게 해야 하지?' 같은. 선생님들 중에서 그런걸 좋아하는 분들도 있었지만, 반대로 마음에 들어하지 않는 분들도 있었어요. 반항적이라는 생각을 하셨겠죠.


헤일리: 그래도 모디씨 명문대 졸업생 아니에요?ㅎㅎ

모디: 하고 싶은 공부만 하다 보니까 K대를 나오게 되긴 했어요. 마침 외국어 특기자 전형이 었었거든요.


헤일리: 일본어 특기자로 간거요?

모디: 일본어, 중국어, 영어 다 해요. 중국어는 특기자 전형을 위해서 더 준비하고 입학했어요. 중문과 들어가서 더 본격적으로 공부했구요.


헤일리: (쓰면서 계속 놀라는 중. 오오~오우~하는 리액션만 하고 있다)

모디: 저희 집이 종갓집이라 한자를 알아야 한다는 말을 어릴때부터 계속 들었어요. 한자를 어릴때부터 배우다 보니 일본어나 중국어가 더 편했던 것 같아요. 보면 뜻은 대충 알아서 시험 성적이 잘 나왔던 것 같아요.


헤일리: (속마음이 그대로 튀어나옴) 아 너무 부럽다.. 그 능력을 살려서 지금 일도 하고 있는 거잖아요.

모디: 근데 발전이 없다는 생각을 하기도 해요. 중국어도, 일본어도 이미 고등학교 1,2학년때 어느 정도 했던 거잖아요. 그 이후로부터 발전이 없는거죠.


헤일리: 중국어 7급이 있었다면 땄을텐데요.

모디: ㅋㅋㅋ맞아요.


미련을 많이 갖는 편이 아니라서요.
연극도, 일본도 그냥 우선순위를 정했을 뿐이에요.


헤일리:대학생활은 어땠어요?

모디: 대학은 수업을 골라 들을 수 있는 곳이어서 굉장히 좋았죠. 대학교수님들이 아무래도 다 연구하시는 분들이다보니 질문했을 때 답변도 열심히 해주시구요. 대학 시절에는 교수님들과 열심히 잘 지냈어요.


헤일리: 연극도 했었다면서요.

모디:고등학생때부터 뮤지컬을 좋아해서 해보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었어요. 부모님은 보수적이어서 반대하셨는데, 대학에 가니까 취미라고 둘러대면서 그런걸 할 수 있게 됐어요. 연극제도 나갔거든요. 본격적으로 하고 싶었는데 결국 부모님한테 제동이 걸려서 안한거죠.


헤일리:아쉬웠겠다.

모디: 저도 어떻게 보면 내가 하고 싶어하는 연극이나 연기를 하면서 돈을 벌기 쉽다는 걸 아니까 그만뒀던 거죠. 저는 돈이 많이 필요한 사람이거든요. 그래서 미련없이 그만둘 수 있었어요.


헤일리:그리고 첫 직장으로 일본 기업을 고른 거네요.

모디:그때가 한국인을 채용하려는 붐이 일었을 때였어요. 한국인들이 영어도 잘하고 똑똑하다면서 일본 기업들이 많이 왔었거든요. 제가 취업한 회사가 그 붐이 일었을 때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한국에 와서 채용을 했던거죠. 거기만 대기업이었어요, 사실. 일본 사람들이 이름만 들으면 알만한 곳이었어서, 부모님 설득도 할 수 있겠다 싶었죠. 사실 다른 친구들처럼 천편일률적으로 취업준비를 하기 싫기도 했어요. 일본에서 살아보고 싶은 생각도 있었구요. 3학년 때 면접을 봐서 붙었고, 4학년을 다니고 나면 바로 취업이 되는 시스템이었어요.


헤일리: 4학년때 좋았겠어요. 걱정도 없고

모디:맞아요 ㅋㅋㅋ 그래서 듣고 싶은 수업도 4학년때 많이 들었죠.


헤일리: 그렇게 합격한 회사에 다니다가 지금 다니고 있는 회사에 들어왔잖아요. 그만두고 싶어서 그만둔 건가요, 아니면 그 회사가 별로여서 그만둔 건가요?

모디: 아, 남자친구가 결혼하자고 그래서 그만뒀어요.


헤일리: 옣? 아 그럼 회사가 문제가 아니네요.

모디: 네 회사는 너무 좋았어요. 하고싶은 일은 다 할 수 있었구요. 그런데 남자친구가 2주마다 일본을 왔다갔다 하면서 돈을 너무 많이 쓰는 상황이 반복됐고, '이건 말이 안된다'라고 생각했죠. 그래서 한국에 오게 됐어요.


헤일리: 어려운 결정이었을 것 같아요.

모디: 글쎄요 ㅎㅎ 제가 그다지 미련을 갖는 편은 아니라서 괜찮았어요. 우선순위가 높은 쪽을 그냥 선택하는거죠. 연극도 그렇고, 일본에서의 일자리도 그렇고 한쪽이 우선이니까 그냥 끊는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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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모디가 일본 여행지로 추천한 하코다테
조만간 결혼할 거에요.
우린 이미 의기투합한 사이


모디: 남자친구랑은 대학때부터 7년때부터 친구로 지냈거든요.

헤일리: (호들갑) 오우~ 로맨틱~

모디: ㅋㅋㅋ 애시당초 결혼을 전제로 연애를 한거에요. 서로에 대해서 너무 잘 아는 사이고, 여기에서 뭐가 틀어질 수는 없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남자친구랑 의기투합을 한거죠. 틀어지면 어떡하지, 하는 생각은 안했던 것 같아요.


헤일리: 남자친구랑 되게 잘 맞나봐요. 결혼은 조만간 할 예정인거에요?

모디 :네, 아마 내년? ㅎㅎ


헤일리: 그래도 의외네요, 일본에서의 직장이 만족스러웠는데도 그만둔 거니까.

모디: 맞아요. 그런데 직장이 만족스러웠던 거랑은 별개로 일본 생활이 불편한 점도 있었어요. 본가에서 누리던 것들을 일본에선 못 누렸거든요. 동기들도 너무 좋고 생활은 만족스러운데 집이 그다지 좋지는 않았어요. 그 인프라, 라고 해야 하나. 그게 지금보다 좀 수준이 낮아서 싫기도 했어요.

제가 원래는 택시만 타고 다녔거든요? 그런데 일본이 택시비가 진짜 비싸요. 30분 타면 한 6만원 정도를 내야 하거든요. 그래서 맨날 지하철을 타고 다녔었는데, 일본 지하철이 좀 오래돼서 계속 계단으로 다녀야 한다거나.


헤일리:아 그러니까 문화나 이런게 안맞았다기보다는 그곳의 인프라가 안맞았던거네요?

모디: 네! ㅎㅎ 문화는 너무 잘 맞았어요. 다만 택시를 못타고 집이 좁다. 이거 두개.


헤일리:그럼 일본 생활에서 좋았던 건 뭐에요?

모디: 글쎄요, 다 좋았는데. 매운걸 안먹고 살 수 있는것도 좋았고, 친구들이랑 회사 사람들도 잘 맞았거든요.


헤일리: 일본 여행지 하나만 추천 해주세요.

모디: 저는 홋카이도를 진짜 좋아해요. 자연이 예쁘고 해산물도 맛있어서, 추천한다면 홋카이도일 것 같아요. 좀 더 구체적으로 한곳만 꼽자면 하코다테가 제일 좋았어요. 거기가 직항은 없는데, 프로펠러 달린 비행기 타고 가면 갈 수 있어요.

아이 운동회에 갔는데 급한 일이 터지면 어떡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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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일리: 그럼 모디씨의 꿈은 뭐에요?

모디: 어릴 때나 지금이나 꿈은 현모양처에요. 저는 일 그만두고 전업주부 하면서 아기 키우고 싶어요. 글쎼요 할 수 있으려나 모르겠네요. 남자친구는 일하는 게 좋다고 생각하는 입장이긴 한데..

저희 집이 아이한테 집중을 많이 한 집안이었어요. 모든게 아이 중심으로 돌아갔어서 제가 부모님께 애착이 많은 것 같아요. 지금도 스킨십도 많이 하고, 모든 걸 다 공유하거든요. 그래서 어릴 때는 분리 불안 같은 것도 있었어요.

저는 항상 어머니가 학부모 참관일에 왔었는데 , 가끔 보면 할머니가 오시거나 하는 집도 있잖아요. 그런 걸 보면서, 이건 그냥 제 생각일 뿐이지만... '아이는 엄마가 키워야 한다'는 생각을 했었어요. 저는 제 아기가 엄마가 없어서 의기소침하는 일은 없었으면 좋겠어요. 저희 부모님처럼 제가 할 수 있는걸 모두 다 해주고 싶어요.


사실 육아랑 일의 밸런스를 완벽하게 맞출 자신은 없어요. 운동회에 갔는데 회사에서 급한 일이 터질 수도 있는 거잖아요. 그럼 컴퓨터 켜고 일하면서 운동회 달리기를 못나가는 그런 엄마가 되는 거에요. 전 그런 아이가 서운해 하는 상황이 싫어요. 어린 시절에 엄마 아빠가 항상 같이 있는 그 든든한 기억이 너무 좋았어서 그런가봐요. 힘들겠지만, 잘 해봐야죠.


헤일리:모디가 생각하는 결혼생활은 어떤 건가요?

모디:글쎄요, 꼬질꼬질한 채로 편하게 있어도 되는 삶? 안정감을 바라는 것 같아요. 제 남자친구가 그런걸 줄 수 있는 사람이라고 믿어서 결혼한다고 한 거죠. 남자친구가 되게 듬직하거든요. 그 사람의 판단을 믿을 수 있다는게 좋더라구요. 덩치크고 힘 센것도 좋구요.


전 혼자 사는게 조금 무섭더라구요. 예전에 혼자 살때는 비가 들이치면 '창문이 깨지면 어떡하지' 하는 생각을 하기도 하고, '누가 집에 들어오면 어떡하지' 하는 생각도 했었거든요. 결혼을 하면 아무래도 그런 생각을 덜 하지 않을까요? ㅎㅎ


헤일리:결혼식이 너무 기대돼요 ㅎㅎ 그렇다면 모디가 나중에 하고싶은 일, 원하는 것이 있나요?

모디:움.. 그것도 약간 결혼이랑 관련된 건데, 완벽한 인간을 낳고 싶다? ㅎㅎ


헤일리:(생각지도 못했던 대답!)

모디:그 아이가 원하는 걸 존중하면서도, 세간의 평가를 벗어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번듯하지만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아이를 이끌어갈 때 납득하는 친구면 좋구요. 우리 아빠가 그러셨거든요. 두시간이고 세시간이고 나를 붙잡고 저를 설득하는 사람이어서, 아빠같은 엄마가 되는게 제 꿈이에요. 완전 이상적이죠? (웃음)


헤일리:모디라면 이룰 수 있을 거에요! ㅎㅎ 마지막으로 하고싶은 말 있어요?

모디:움 나랑 놀아줘서 고마워요. (웃음) 사실 단톡방에서 농담하고 이런걸 좋아하면서도 한편으로는 그걸 불쾌해하지 않을까 걱정하기도 했었거든요. 내가 재미없는데 웃어주는거 아니야? 이런 의심도 하고. 그런데 이렇게 인터뷰도 하고, 함께 여행가는 자리도 만드니까 너무 좋네요. 우리 더 많이 놀아요. >_< 그냥 그게 다에요.


미끄:히히 너무 고마워요. 그대로 적어줄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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