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헤일리 Oct 15. 2020

추석을 맞이하여
좋은 어른에 대해 생각한다

나이가 드는 것이 어른이 됨을 의미하지 않는다

얼마 전 TVN의 예능 프로그램 '유퀴즈온더블럭'에서 세대를 주제로 방송을 꾸린 일이 있다. 미지의 X를 넘어서 미궁으로 빠져든 Z세대, 모바일 시대의 개막을 목격한 Y세대, 디지털과 아날로그 두 시대를 모두 경험한 원조 X세대, 그리고 경제발전을 위해 몸을 사리지 않았던 산업화 세대의 대표 인물들이 방송에 등장했다. 


그중 Z세대에게 MC 유재석이 물었다. 

'언제 어른이 된다고 생각합니까?'  

Z세대는 대답했다.

'20살이 되면 어른이 된다고 생각해요.' 


유재석이 다시 물었다. 

'어른과 꼰대의 차이는 무엇일까요?' 

Z세대는 대답했다.

'어른이 되면 꼰대가 되는 것 같아요.' 


어린이들에게 스무살은 큰 존재이지만, 그다지 존경할만한 존재는 아니다. 이는 어린이들이 자유로운 어른의 모습을 동경하면서도 정작 좋은 어른을 많이 마주치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나 역시 먹고 싶은 것을 마음대로 먹고 사고 싶은 것들을 마음껏 사는 어른들이 부러웠지만, 그들을 자연스레 좋아하지는 않게 되었던 것 같다. '공부하라'고 얘기하면서 정작 공부하지 않는 어른들, '친구들과 사이좋게 지내라'면서 어린이들과는 사이좋지 않았던 아저씨들에게서는 퀴퀴한 담배 냄새가 났다. 


어른이 되면 자동으로 꼰대가 된다는 Z세대의 말은 그래서 공감이 가면서도 어딘가 슬픈 면이 있다. 꼰대를 남에게 집중하지 않고 자기 이야기만 늘어놓는 사람으로 정의해보자. 어린이들에게 어른들이란 모두 자기 이야기만 늘어놓은 채 어린이들의 이야기에는 집중하지 않는 사람들일지도 모른다. 


우리는 너무나 쉽게 출생률에 대해 이야기하지만 이미 태어나 자라고 있는 어린이들에 대해서는 놀랍도록 관심을 두지 않는다. 육아의 부담은 어머니에게만 지운 채 '노키즈 존'을 만들어 아이들을 배척하는 어른들은 자기 이야기만 늘어놓는 사람으로 변해갈 뿐이다. 그러니 우리는 나이를 먹으면서 꼰대는 될 지언정 어른이 되지는 않는다. 


추석은 조금 지났지만 열매가 영글어가는 계절을 맞아 어른이 된다는 것에 대해 생각해본다. 나이를 먹는 것이 어른이 됨을 뜻하지 않는다면, 나는 이제 어떤 어른으로 나를 만들어가야 할까? 나를 비롯한 아직 '변화의 가능성'이 있는 우리들이 변하지 않는다면, 우리 사회의 어른이란 그저 꼰대의 존칭으로 남을 것이다. 우리는 미래 세대에 대한 섬세한 관심과 책임감을 가진 사람들을 결여한 채 그저 나이 먹고 목소리만 큰 사람들의 집합체로 나아갈지도 모른다. 반성과 성찰 없는 사회가 섬세한 영혼의 소유자들에게 얼마나 폭력적일 수 있는지 우리는 이미 경험해왔지 않은가. 


그래서 이 브런치는 나의 감정을 표현하기 위한 곳이기도 하지만 더 나은 어른이 되기를 고민하는 과정을 담은 공간이기도 하다. 내 기준으로 좋은 어른이란 끊임없이 배우고 그것을 다른 사람들과 나누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이 곳에는 끊임없이 배우는 과정, 그리고 그것을 다른 사람들과 나누는 과정 모두를 담으려고 한다. 이 글을 지나치며 읽는 사람들이 자신만의 좋은 어른 되기 프로젝트를 만들어보기를 소망하면서. 

매거진의 이전글 나는 왜 쓰는가/조지오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