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재원 생활 D-1
뭐가 그렇게 슬펐던 건지, 지난 밤 한참을 울었다.
다른 동료 주재원들처럼 부임 전 이사를 하지도, 차를 팔지도 않았기 때문에 독일에 간다는 현실감을 좀처럼 느끼지 못하다가, 출국 전날 밤이 되니 현실감이 세게 닥쳐온 것.
변화 앞에서 이제는 어느 정도 덤덤하고 무뎌지기까지 했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나 보다. 내면에 자리잡고 있던 미래에 대한 불안감, 지난 10년 간 한번도 떨어져 지낸 적 없었던 남편과 물리적으로 떨어진다는 현실감, 당분간 타국에서 함께 고생할 딸아이의 모습을 상상하니 괜시리 서글퍼지고, 이 나이에 무슨 영광을 누리겠다고 이 모험을 감행하기로 결정한 것인지…스스로 한 선택이지만 아주 잠시 후회하기도 했다.
몇 시간동안 밀물과 썰물처럼 슬픔이 들어왔다 나가고, 또 눈물도 한 너댓번은 훔치면서 잠을 설친 것 같다. 아침에 일어나서 감정의 파고를 뒤로 하고, 공항에서 씩씩하게 가족과 친구와 이별을 했다. 그리고 비행기에서 글을 쓰고 있는 지금, 이제 새로운 현실 앞에 용감하고 강해지는 선택지 밖에는 내게 남지 않았음을 자각한다.
문득 아이를 낳고 5개월 만에 계획에 없던 이직을 하고, 복직과 동시에 떠난 출장지의 호텔방에서 한참을 배겟잎에 파뭍여 통곡했던 기억이 떠오른다. 생후 5개월 만에 일을 하겠다고 ’자발적으로‘ 아이와 생이별하고 일을 선택한 것이 과연 최선인지에 대한 의구심에도 사로 잡혔던 것 같다.
그렇지만 8년이 지난 지금, 나는 안다. 그보다 더 나은 선택지는 없었다는 것을.
무튼 8년 전의 그 때와 내 몸이 비슷하게 반응하는 것을 보고, 그때만큼의 막막함과 두려움이 내 안에 존재하고 있구나, 를 알아차리게 되었다. 하지만 동시에 과거의 데이터로부터 묘한 위안과 힘을 얻는다. 이번 독일행 역시 내 인생의 근사한 분기점이 되어줄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기 때문이다. 지금의 선택 또한 몇년 후 돌아봤을 때, 그보다 더 나은 선택지가 없었다라고 확신하게 될 거라 믿는다. 내가 지금처럼 노력하고, 꺾이지 않는 이상.
이제 비행기가 이륙한다.
나의 미래도, 우리 가족의 운명도 이제 띄워졌다.
멋지게 비행해보는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