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알아가는 시간
독일에 온 후 처음으로 마주한 쨍하고 맑은 하늘에 어제는 그만 감격하고 말았는데... 그 여운이 채 가시기도 전인 오늘, 집 근처 산을 뛰다 보니 봄이 한 뼘 더 가까이 와 있었다. 지난주까지만 해도 안개와 눈에 덮여 숨어있던 산이 온전히 제 모습을 드러낸 것을 보니, 내 마음에도 맑은 에너지와 빛이 절로 스며든다.
길고도 길었던 겨울의 장막이 걷히고 있다
일주일새 전혀 다른 모습을 내어주는 자연을 바라보며, 내 상황도 이와 다르지 않다는 생각을 했다.
한달 전만 해도 불안정하고 외로웠던 생활이 2월에 가족이 오면서 한층 안정이 되었고,
회사에서도 일하는 감각과 비지니스에 대한 시야가 매일 조금씩 선명해지고 있고,
내 불명확한 역할에 대해서도 어제 부서장에게 털어놓고 '내가 하고 싶은 업무는 이런 것이다' 라고 선언하고 나니 앞으로 더 선명해질 일만 남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러모로 봄과 함께 긍정적인 기운이 서서히 스며들고 있다.
자연 속에서 달리고, 달라진 풍경 속에서 내 삶의 모습을 발견하고, 잠시 멈춰 호흡을 고르며 쉬어가던 시간 속에서 또 하나 선명해진 것이 있다.
‘나는 어떤 사람인가.’
나는 자연 속에서 치유되고 회복되는 사람이라는 것, 그래서 필연적으로 자연 곁에 살아야 하는 사람이라는 것.
(북한산을 내 집 드나들듯 할 수 있던 동네에 살다가, 2년 전 초밀집 도심인 동네로 옮겼을 때 정서적으로 힘들었던 것도 이와 같은 이유 때문이었을 것이다.)
독일에 온 뒤 단조로워진 일상 속에서, 내 삶에 꼭 필요한 '정수'만 걸러졌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연, 달리기, 독서, 글쓰기, 그리고 가족.
내가 좋아하는 것들이자, 동시에 나를 살게 하는 힘이다.
군더더기 없는 이곳에서의 삶에 감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