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이란 파도를 즐기는 중입니다. EP 2
서른하나에 떠난 호주 워킹 홀리데이! 호주를 방랑하는 중입니다 :D
엄마는 한 달여의 방랑을 마치고 온 딸을 공항까지 마중 나왔다.
평생 해외여행 한번 못 가본 엄마는 뒤로 한채 매번 이곳저곳 다니며 혼자 좋은 건 다 보고 오는 딸인데도 한국에 도착한 딸이 보고 싶은 마음에 엄마는 겨울 고속도로를 달려 여동생과 함께 깜짝 이벤트로 입국장 앞에 서 있었다.
덕분에 무거운 짐을 낑낑거리며 힘들게 끌고 다니지 않아도 되었고 승용차 뒷자석을 독차지한 채로 그리웠던 우리 집의 내 방으로 편하게 돌아올 수 있었다.
오랜만에 엄마의 손맛이 담긴 저녁을 먹으면서 엄마와 여동생이 궁금해하는 유럽 여행 보따리를 풀어놓으며 내 결심을 전했다.
"엄마, 나 해외에서 살아보고 싶어. 워킹 홀리데이를 떠날 거야!"
여행에서 돌아온 지 하루도 지나지 않아 집을 또다시 떠나겠다고 말하는 딸의 이야기를 엄마는 가만히 들어주셨다. 워킹 홀리데이는 어떤 제도인지 한국을 떠나 어떻게 살아보고 싶은지 크게 그려놓은 계획을 모두 말하고 난 뒤의 엄마는 잠시 생각에 잠겼었지만 바로 내 결정을 응원해주셨다.
당시 엄마는 나를 응원해주셨지만 한편으로는 반대하는 입장이었다. 적지 않은 나이의 딸이 얼른 좋은 사람을 찾아 행복한 가정을 꾸리기를 원하는 엄마의 마음을 나는 알고 있었지만 모르는 척 넘겨버렸다. 지금 내 인생보다 중요한 건 없으니까!
2주 만에 여행의 긴 여운에서 벗어나 새로운 직장을 찾았다. 내가 새로운 인생 계획을 실행하기 위해서는 되도록 많은 여유자금과 영어가 필수였다.
어린 시절 마냥 멀게 만 그리던 뭔가 특별한 일을 하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았던 20대의 마지막 날은 새로운 직장에서 여느 다른 날과 같이 일을 했다. 퇴근 후에는 가족들과 맛있는 저녁을 먹고 카운트다운을 했다. 드디어 제야의 종이 울리고 내 인생의 세번째 막을 여는 순간이었다.
서른의 시작은 영어의 대한 고민과 함께 열렸다.
회사를 다니면서 학원을 다니기에는 시간이 일정치 않았다. 무엇보다 기초부터 다시 시작해야 할 것 같은 내 영어 실력을 가지고 무작정 학원에 갈 수는 없었다. 혼자서 먼저 기초를 잡아보기로 했다. 나는 혼자 공부를 먼저 시작해야 어느 상황에서도 스스로 공부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일본어도 독학으로 시작해서 현지인과 자유롭게 대화가 가능하고 일어 관련 자격증도 가지고 있으니 영어도 가능하다고 판단했다. 적어도 혼자 어떻게 언어를 공부해야 하는지는 예전에 경험해 본적이 있는 경험자였다.
기초부터 정확히 잡고 싶었기 때문에 무료 강의와 함께 들을 수 있는 책을 선택했다. 출퇴근길과 여유가 있는 시간에는 꼭 영어 강의를 들었다. 엄청 집중해서 듣기도 하고 때로는 마치 노래처럼 흘려듣기도 했다.
내가 처음 일본어를 쉽게 접하면서 즐기게 된 건 드라마나 영화를 통한 리스닝으로 소위 말해서 귀를 먼저 트이게 한 유형에 속했는데, 영어는 그게 쉽지가 않았다.
문장 구조가 다른 데다가 말하는 사람마다 제각각인 발음, 억양은 물론이고 일본어는 1년이 넘는 시간 동안 공부가 아닌 단순한 시청자로 꾸준하게 영상 매체를 접했었다. 그리고 일본어를 접하던 시절의 나는 학생이었다. 이 말인즉슨 그때의 나의 뇌는 아주 젊었다는 뜻이다.
그로부터 족히 12년은 지났다는 것을 영어의 늪에 빠지면서 종종 실감하게 되었다. 초등학교 때부터 열심히 해둘 걸 그랬다는 생각이 문득 떠오르던 순간들이었지만 후회하기에는 이미 늦은 때였다. 주어진 시간에 최선을 다해야 했다. 당시 나는 1년 뒤 2019년 봄에 호주로 떠나기로 계획을 세운 상태였기에 1년이라는 시간 동안 열심히 노력해보기로 했다.
매일 빼놓지 않고 강의를 들으며 영어를 공부하는 것과 더불어 단어들이 제대로 들리지 않더라도 자막만 계속 본다고 해도 하루에 한 편 이상은 꾸준하게 영어 드라마와 영화를 시청했다. 쉬는 날에는 하루 종일 영상을 끼고 살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당연히 영어 공부를 거르는 날도 있었다. 만약 거르게 된다면 다음 날에 어제의 분량까지 두 배로 공부를 했다. 그 결과 나는 호주로 떠나오기 전에 영어 시리즈 7권을 전부 끝냈다. 호주로 떠나기 전 영어 책을 가져가기에는 무게가 상당했던 터라 나는 미처 끝내지 못한 마지막 책의 3분의 2가 넘는 분량을 몽땅 노트에 옮겨 적었다.
어떻게 보면 아주 단순하고도 무식한 방법이지만 내 호주 생활의 밑거름이자 살아남기 위한 생존 영어의 기반이 되어주는 소중한 지식들이 되어주고 있다.
실제로 영어를 듣고 영어 자막을 신나게 읽은 탓인지 내 듣기, 읽기, 쓰기는 말하기보다 훨씬 높은 레벨이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돌아보면 리스닝에 중점을 둔 이 선택은 좋은 선택이었다고 본다. 확실히 말하는 건 현지인들과 다국적 친구들과 대화를 하고 생활에 부딪혀가면서 자신감이 늘어감과 동시에 향상되는 것 같다.
호주에 온 지 어연 2년, 나는 아직도 영어의 늪에서 고군분투하고 있다. 때로는 물도 먹어가며 때로는 아주 멋지고 여유롭게 수영도 하면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