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사랑'을 말한다면

친구와의 대화(3)

by 하일

2025년의 끝자락에서 친구들과 술자리를 가졌다.


오랜 시간 마음을 나누진 않았지만, 나를 꽤 호의적으로 생각하는 지인과 진지한 이야기를 나눌 때였다.


흔한 연애 이야기였다.


그는 자신의 비극적인 연애사와 더불어 현재 교제하고 있는 사람과의 마찰을 꺼내며 메신저 대화 내용을 보여줬다. 당장 방금 싸워 냉랭해진 대화창이었다.


다소 날이 선 말투와 내용들.


그는 자꾸만 상대의 말투를 탓했고, 자신의 감정이 상했다는 사실을 앞세웠다. 미안하다는 말을 갈구했다.


상대는 어느 정도 반박을 하다 더욱 첨예해질 갈등이 싫어서 점점 더 적극적으로 회피하고 있었다.


섣부르게 판단하고 싶지 않았지만, 그 누구도 잘한 사람은 없어 보였다.


원래 사랑이 그런 게 아닌가.


완벽하게 어느 한 쪽이 잘못한 관계는 그리 많아 보이진 않는다. 정말 극단적인 경우가 아니고서야 말이다.


유치한 독점욕과 모성애 혹은 부성애, 죄책감과 우월감. 그 어느 쪽이든 사랑이란 이름으로 감싸줄 법하다.


그러나 사랑은 결국 서로의 필요에 의한 것이다. 정확히 말하면 연애라고 해야 할까.


사실 사랑의 모양은 제각각이기에 그냥 대부분의 것들을 사랑이라고 말하고 싶다.


어쨋든...


하지만 내 지인은 그런 사실에 대한 자각을 한 적이 없어 보였다.


물론 내가 생각하는 사랑이 그가 생각하는 사랑과 다를지라도, 이런 사랑도 사랑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는 사실을 알려주고 싶었다.


그래서 그에게 냉정하게 이야기했다.


"사랑은 서로의 필요에 의한 거라고 생각해. 그리고 저마다 그 사랑의 방식과 모양도 달라. 너의 방식대로 상대가 사랑하길 바라는 건 욕심이야."


"난 항상 맞춰주기만 하는 사랑을 하고 있는걸."


"그건 결국 너 선택이잖아. 너 선택이면 너가 감당해야지. 그리고 사랑은 결국 식어가면서 견고해지는 과정이야. 그 사실은 무섭겠지만 인정해야 돼."


"그게 무슨 말이야?"


"음... 철공소를 생각해 봐. 엄청 뜨거운 온도로 어떤 물건의 모양을 만들잖아. 그리고 서서히 식어가고. 결국 그렇게 단단해지고 견고해지는 거야. 사랑도 마찬가지인 거지."


"나중에 전화 걸어도 돼? 오빠랑 더 이야기하고 싶어."


그에게 어떤 깨달음이 있었던 모양이다.


너무 진지하고 무거워질 것 같아서 우스갯소리를 꺼냈다.


"너는 1회기에 3만 원 받을게!"


"우리 친구잖아!"


"친구여도 손님은 손님이지~"


그렇게 2025년의 끝자락에 가까워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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