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간 사람들은
그렇게 내게 쓸쓸함을 남겨주고...

문득 연락처를 뒤지다가

by 하일

잠에서 깬 지 한참 지난 어느 일요일의 오후. 여전히 침대에 몸을 맡긴 채 눈을 감고 무의식에 뒤엉켜 추억을 거닐고 있던 때였다.


그러다 거연히 누군가가 떠올랐다.


그 사람에 대한 기억은 선명하게 남아있지만 어째서인지 이름이 기억나지 않는다. 여러 자음과 모음을 조합하며 자꾸만 되뇌어도 떠오르지 않는 명찰이었다.


그러다 그 사람을 만났을 때 찍은 폴라로이드 사진 한 장이 있다는 걸 깨닫고 서둘러 몸을 옮겼다. 내 키보다 훌쩍 높은 붙박이장에 손을 뻗어 앨범을 꺼내 열었다. 그리고선 재빠르게 그날이 또렷하게 담긴 조각을 찾아냈다. 마침내 사진 아래의 날짜를 확인할 수 있었다.


아마 내가 그즈음에 그 사람을 놓치지 않았을까 하는 추측과 그렇다면 그 시기 언저리의 메시지 목록을 확인하면 되지 않을까 하는 발상이었다.


그러나 일말의 기대감으로 SNS의 다이렉트 메시지 목록을 보았을 때, 그 사람에 대한 정보는 찾아낼 수 없었다.


사무치게 아쉽더라.


그 사람에 대한 그리움보다, 이름을 결국 찾아내지 못했다는 사실에 찝찝함이 짙은 한숨으로 빠져나갔다.


그렇게 차근차근 메시지 목록을 들여다봤을 때 마음 깊이 아려오기 시작했다.


그곳은 얄팍한 인간관계를 잘 담아내고 있었던 곳이었다.


어쩌다 연이 닿아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지만 지금은 그곳에서 시간이 멈춘 관계들. 아니면 풋사랑에 그치는 우스운 관계들. 또는, 서로의 일상 때문에 소원해진 관계들. 일면식조차 없음에도 나에게 욕을 하는 사람들. 말다툼에 그만 차단해 버린 누군가의 계정들. 그리고 미상의 이유로 날 차단한 사람들...


이외의 모호하고 괴상한 이유로 사라진 관계들.


모든 것이 그 평화로운 오후 속에서 내 침대에 같이 누워있게 되었다.


스쳐 지나간 이들을 바라보며 괜스레 쓸쓸함을 느낀다.


가을이다.


그렇게 가을이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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