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1페이지, 세상에서 가장 짧은 교양 수업 365>
1일 1페이지, 하루 1분이면 세계의 모든 지식이 내 것이 된다!
만일 예전의 나였다면 이런 혹하는 광고를 보면서 코웃음을 쳤을지도 모른다. 1단원만 새까맣던 정석에 대한 기억처럼 앞에만 조금 읽다 끝내버릴 책이라 생각하며 대충 훑어본 다음 덮어버렸을지도. 하지만 지금의 나는 조금 달라졌다. 지난 시간 매일 조금씩이라도 꾸준히 하는 것의 위대함을 알게 되면서 하루 한 장이 결코 가벼운 행위가 아님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처음 책을 받고서 책을 대하는 태도가 조금 달라졌다.
처음 책을 받았을 때에는 상당한 두께에 이거 언제 읽지 하는 부담감이 든 것도 사실이다. 그런데 막상 페이지를 펼쳐보니 상당히 신박한 구성에 놀라게 됐다. 월요일부터 일요일까지 분야가 정해져 있는 데다 정말 딱 한 페이지씩만 설명되어 있는 것이 새로웠다. 비록 일반 책에 비해 글씨 크기가 작아 글자가 빽빽하지만 하루 한 페이지 읽는 데에는 전혀 문제없어 보였다. 물론 서평을 쓰기 위해서 하루 한 장만 읽은 것은 아니지만 솔직하게 실토하면 다 읽은 것도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서평을 쓰는 것은 이 책의 유용함에 대해 알려야 할 의무가 있기 때문이다. 역사에서부터 시작해 문학, 미술, 과학, 음악, 철학, 종교까지 그야말로 내가 관심 있는 분야들이 모두 포함되어 있는 것이 그 유용함의 첫 번째이며, 나처럼 이것저것 알고 싶어 하는 사람들에게 너무 깊지도 그렇다고 너무 얕지도 않은 마치 알쓸신잡을 보는 것만 같은 경험을 할 수 있는 것이 유용함의 그 두 번째라 할 만하다.
대학에서 전공에 관계없이 교양과목이 있는 것은 대학 수준의 교육을 받는 자들이 기본적으로 알아야 할 양식이라는 측면이 고려되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는 일정 수준의 교양을 갖춘 사람이 되었어야 하지만 사실 사용하지 않는 자전거 바퀴가 녹스는 것처럼 내 일상과 밀접한 혹은 직장 업무와 관련되지 않는 그 외의 일들은 어느덧 머릿속에서 잊히는 것이 기정사실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더 이상 교양인으로 살아갈 수 없는 것인가?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뻥 뚫린 교양의 구멍을 메꿔주는데 훌륭한 역할을 한다. 예를 들어 <밀로의 비너스>를 실로 오랜만에 보면서 그와 관련한 일화들을 읽으며 비너스 팔에 대해 다시 상상하게 됐고, <표면 장력과 수소 결합>을 읽으며 물의 특이한 성질에 대해 다시 떠올리게 됐다. (얼음이 물에 뜨는 이유는 물이 다른 물질과 달리 고체일 때의 밀도가 액체일 때 보다 낮기 때문) 그로 인해 강물이 얼어도 물속 생물들이 죽지 않는 이유가 된다고 설명해 주시던 선생님의 말씀까지 연쇄적으로 떠올랐다. <카스트 제도>를 읽으면서 새삼 인도의 계급 제도에 대해 생각하게 했고, 그 실상이 실제로 어떠한지 궁금하기도 했다. 모든 부분들을 하나하나 언급할 수는 없지만 이 모든 것들을 외워야 하는 압박감이 아닌 그저 나의 교양을 쌓는데 도움이 될 정도의 가벼운 마음으로 읽었다는 것이 가장 마음에 들었다.
물론 뭐가 됐든 단 한 페이지로만 축약했기에 누군가에게는 그 설명이 다소 아쉬운 부분도 있을 것이다. 나 역시도 맛보기 용인가 싶을 정도로 좀 더 추가된 설명이 있으면 좋겠다 싶은 부분이 있었다. 하지만 이 책의 취지를 떠올린다면 더없이 그에 충실한 편집이라 할 수 있다. (하루 1분 교양 쌓기 아닌가!) 무엇보다도 방대한 분야를 다룬 만큼 각 분야별 저자가 다르고 그에 대한 석, 박사 학위자들의 감수까지 받았기에 글의 신뢰성에 있어서는 크게 의심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 게다가 (깨알같이) 읽었는지 안 읽었는지를 표시할 수 있는 체크란이 있는데 독자의 편의성을 꽤나 신경 쓴 듯 싶었다.
언젠가부터 서문을 꼭 읽어보는 편인데, 그 글이 참 마음에 들었다.
이 책에 실린 글은 새로운 지식으로 우리의 뇌를 깨우며 규칙적인 두뇌 운동을 하도록 도와줍니다. 단조로운 일상에서 벗어나 인간의 고귀한 지혜의 영역을 탐험하는 경험을 선사하고, 지적인 발견의 새로운 지평을 열어줄 것입니다.
건강한 몸을 위해 규칙적인 운동이 필요한 것처럼 건강한 삶을 위해서는 규칙적인 두뇌 운동 역시 필요하다는 말에 깊이 공감했다. 이미 다 알고 있다는 생각으로 혹은 더 배울 필요가 없다는 생각으로 더 이상 배우려 하지 않는 것은 아무것도 하지 않은 체 우리 몸이 건강하기를 바라는 것과 다름없는 일이다. 몸을 관리하는 만큼이나 우리의 두뇌도 지속적으로 관리가 필요하다는 것을 새삼 깨달았다. 지적 호기심으로 일상이 새로워진다면 그것 또한 얼마나 기대되는 삶의 시작인가. 나는 이 말이 어떤 의미인지 조금은 알 것 같다.
일상에 지쳐 배움은 그만 하고 싶은 마음도 반대로 더 배우고 싶은 마음도 모두 공감이 된다. 그만하고 싶을 때는 잠시 그만두어도 좋다. 하지만 완전히 끊어버리기엔 우리 삶엔 알아서 나쁠 일 없는 것들이 더 많은 것 같다. 심지어 영화를 봐도 게임을 해도 이 책에 나오는 교양 지식이 곳곳에 숨어있기 때문에 조금 더 안다면 더 재밌게 느낄 수 있지 않을까?
스마트 폰으로 검색만 하면 세상 모든 정보를 순식간에 얻을 수 있기에 '아는 것이 힘'이 되었던 시대는 이미 지났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좀 더 풍요로운 삶을 위해서 우리가 조금 더 알아가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이다. 하루 한 장씩만 읽어도 1년을 읽으면 365개의 지식이 쌓인다. 그중 100개만 남아도 성공하는 게 아닐까 싶다. 도저히 책 읽을 시간이 없다고? 그럼 아침에 폰으로 한 페이지 찍어서 휴대폰 보는 시간 중에 한 번 읽어보는 건 어떨까? 우리의 두뇌 운동을 위해 이러한 방법도 한 번 추천해 본다.
*이 글은 성장판 서평단으로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고 쓴 글임을 명시합니다. 위의 서평은 전적으로 제 주관적인 감상임을 밝혀둡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