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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성실한 베짱이 Nov 17. 2019

'맥주 샘플러'같은 매력을 가진 책

1일 1페이지, 세상에서 가장 짧은 교양 수업 365, 위즈덤 하우스

하루 1분이면 세계의 모든 지식이 내 것이 된다!
역사의 탄생부터 문화의 흐름까지 딱 한 권으로 끝내는 1일 1지식

자극적인 문구다. 정말 이대로 된다면 좋다. 더할 나위 없다. 그러나 이대로 되지 않는 것이 세상사다. 일단 나는 이 책을 끝까지 다 읽어 내지 못했다. 뭐... 구성의 의도를 따른 거라 볼 수 있겠다. 하루에 하나 씩 읽어 나가려 다짐했으니 말이다.



ㅣ계획까지 제공한 책

이 책을 집어 들고 읽어 내려가다 보니 고등학교 시절 공부 계획이 떠 올랐다. 생각해 보면 난 계획을 참 좋아 했다. 중간, 기말 고사 공부를 시작하려 하면 일단 계획을 세워야 했다. 시험 까지 남아 있는 시간은 총 20일. 공부해야 할 과목은 12과목. 각 과목 별로 중요도 및 시험 범위의 양을 파악하고 매일 매일 2~3과목 씩 효율적으로 배분한다. 시간과 장소까지 계획한다. 학교 야자에서 하는 것이 좋은 공부, 집에서 자기 전에 하는 것이 좋은 공부, 쉬는 시간에 짬짬히 해야 하는 공부. 그리고 일단 3번 이상 볼 수 있도록 계획을 잡는다.


문제는 이 계획을 잡는 시간이 1~2일 걸린다는 것이 문제였다. 또한 계획 잡는 시간까지는 계획하지는 못하였기에 시작 부터 계획에 차질을 빚게 된다. 수정하지도 못할 정도록 빡빡하게 채워진 계획이었기에 뒤로 밀리기 시작한다. 5일 정도가 지날 무렵 계획은 과감히 폐기 된다. 효율적으로 잘 짜여진 계획은 어느샌가 벼락치기로 변해 있었다.


교양에 관해서는 이러한 우려를 단번에 해결한 책이 나왔다. 1년간 하루에 1분씩 투자 하면 우리는 세계의 모든 지식 서양의 세계만 다루었다는 것이 함정이라는 을 내 것으로 만들 수 있다. 요일 별로 카테고리를 나누어 놨기 때문에 지루함도 방지할 수 있다. 계획을 세울 일도 없다. 계획은 이미 세워져 있다. 그저 책이 하라는 대로 편안하게 따라가면 된다. 만약 오늘 읽지 못했다면 내일 읽으면 된다. 1년에 못 끝내도 상관없다. 2년에 끝내면 되니까. 명심하자. 이 내용으로 시험은 보지 않는다.



ㅣ'맥주 샘플러'의 매력을 가진 책

이 책은 자신을 이렇게 소개하고 있다.


[월요일] 역사: 서양 문명을 형성하고 발전시킨 인물과 사건을 살펴봅니다.

[화요일] 문학: 위대한 작가와 그들의 시와 소설 등 주요 작품을 소개합니다.

[수요일] 미술: 영향력 있는 회화와 조각, 건축물을 탄생시킨 미술가와 미술 운동을 알아봅니다.

[목요일] 과학: 블랙홀의 기원에서부터 배터리 작동 원리에 이르기까지 놀라운 과학의 세계로 안내합니다.

[금요일] 음악: 위대한 작곡가 그리고 그들의 음악과 음악적 유산을 들여다봅니다.

[토요일] 철학: 고대 그리스부터 20세기에 이르기까지 위대한 사상가의 발자취를 다룹니다.

[일요일] 종교: 세계 주요 종교와 그 종교의 교리와 기원을 설명합니다


요일마다 새로운 내용을 접할 수 있다. 지루할 틈이 없게 역사에서 문학으로 문학에서 미술로 넘어갈 수 있다. 그러나 꼭 이를 따라야 할 필요는 없다. 먼저 관심이 가는 주제를 쭈욱 훝을 수도 있고 역사에서 과학으로 바로 넘어 갈 수도 있다. 이 책에는 우측 상단에 읽었다는 것을 표시 할 수 있게 되어 있다. 깨알 같이 디테일을 챙긴 멋진 기능이다. 원하는 것, 관심있는 것을 먼저 읽고 과감히 체크해 보면 빨리 전부다 체크해 버리고 싶을 지도 모른다.


난 맥주를 좋아 한다. 매니아는 아니지만 무슨 술 먹을래? 하면 맥주를 마시겠다고 한다. 맥주 중에 뭐 먹을래 하면 있는 술을 먹지만 만약 샘플러가 가능하다면 기어코 샘플러를 시킨다. 많은 종류의 맥주를 조금씩 맛볼 수 있다는 것이 너무 좋다. 그 중 맛있는 것을 한 잔 더 먹을 수 있고 그래도 못 고르겠다면 또 샘플러를 고를 수도 있다. 샘플러로만 취할 수도 있고 좋은 기분을 만끽 할 수도 있다.


이 책은 맥주 샘플러 같은 책이다. 원하는 것을 골라 먹을 수도 있고, 차례대로 맛을 볼 수도 있다. 맛을 보다 맛있으면 그 맥주를 한 잔, 두 잔 주문하듯 그 분야의 다른 책을 한 권, 두 권 주문할 수 있다.



ㅣ아이와 함께 할 수 있는 책

요사이 자기 전 아이에게 책을 읽어 주고 있다. 10살 딸아이 인데 책을 읽기는 읽으나 그닥 좋아 하는 것 같지는 않아 시도해 보았다. 그런데 꽤 효과가 있다. 뭐... 며칠이나 했다고 책을 스스로 읽겠냐만은 책 읽어 주는 것은 매우 좋아 한다. 정말 피곤해서 오늘은 넘어가자고 말해도 책을 들고 와서 읽어 달라고 한다. 이렇게 좋아할 줄은 꿈에도 생각못했다.


이 책을 하루에 하나씩 읽어 주면 어떨까 생각해 봤다. 내용이 10살 아이에게는 너무 어렵지 않을까 생각하다가도 '알파벳' 장을 보면 생각이 달라진다.


기원전 2000년경 고대 이집트 왕들은 한 가지 문제로 골치를 썩고 있었다. 이웃 국가와의 전쟁에서 승리할 때 마다 많은 포로들을 잡아 노예로 삼았지만 정작 노예들은 이집트 인들이 사용하는 상형문자를 읽을 수 없었기 때문에 그들에게 서면으로 명령을 내릴 수 없었다.

(중략)

현대의 거의 모든 알파벳은 4000년전 고대 이집트인이 노예와 의사소통을 하기 위해 상형문자를 간단하게 변형해서 만든


꽤나 흥미롭다. 현재 학교에서 3학년이면 영어를 배우고 있기 때문에 자신이 배우는 알파벳이 이렇게 생겨났다는 것의 감을 잡을 수 있다. 또한 나도 몰랐던 내용이라 읽어 주기도 재밌다. 다른 여러 내용들로 가지를 쳐서 질문과 토론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알파벳은 노예랑 의사소통하기 위해 만들어 진거구나, 알파벳은 한 글자가 한 소리를 가졌지만 이집트 상형문자를 그렇지 않은 가봐, 한자랑 비슷하지? 한글은 알파벳이랑 비슷하네..., 한글도 그런 거야?, 노예랑 쉽게 대화하려고 만든거야? 근데 영어랑 한글은 완전 다르잖아...


이런 토론들 말이다. 아이와 이런 이야기를 하다보면 나도 성장하는 것을 느낀다. 예전에 민주주의와 세금에 대해서 아이와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다. 1시간 가량을 반 선생님과 아이들에게 대입해서 최대한 쉽게 설명을 해주었는데 아이는 굉장히 재미있어 했다. 가끔 이런 이야기를 또 해달라고 하기도 한다. 이 책은 아이와의 이런 대화를 연결해 주는 다리가 충분히 될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뭐... 또 실패하면 어떤가. 혼자 읽어도 충분히 의미있고 재미있는 책인데 말이다.



*이 책은 성장판독서모임 서평단 2기의 활동으로 출판사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그러나 위의 서평은 전적으로 제 주관적인 감상임을 밝혀 둡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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