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에게 정말 필요한 것은 그저 엄마의 사랑과 관심일 뿐
지난주 목요일쯤, 왼쪽 어깨가 너무 아파서 밤새 울다가 진통제를 먹고 겨우 잠들었다.
다음날 한의원에 갔다. 이 전에도 종종 어깨가 아파서 치료받으러 다녔기 때문에 선생님이 이미 내 상태에 대해서 어느 정도 알고 계셨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혹시 목 디스크가 아닐까 하고 여쭤보니 그 정도는 아닌 것 같다고 하시며 본인 경험담을 이야기해주셨다. 10여 년쯤, 목 디스크로 한동안 고생했다고 하셨다. 그때가 본인도 한 창 아기들 키우고 일을 할 때였다고. 아이가 몇 살이냐고 물으셔서 지금 39개월 16개월 정도 됐다고 말씀드렸다. 아이를 키우는 게 그만큼 힘든 일이라고 하시며 나를 안쓰럽게 쳐다보셨다.
본인이 디스크 때문에 고생했을 당시 사진들을 보면 사람이 딱 아파 보인다고 할 정도로 얼굴에서 이미 다 나타나 있었단다. 자연스럽게 신경질 적이 되고 인상이 좋지 않다고 할 정도로 상태가 좋지 않았다고 하셨는데, 그 마음이 충분히 이해되었다. 나 역시 허리 디스크로 오랜 기간을 고생해봤기 때문이다. 디스크는 아파보지 않은 사람은 정말 알 수 없는 고통이다. 어쩌다가 한 번 아픈 게 아니라 늘 어느 정도의 고통을 수반하는 병이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성격도 조금 짜증스럽게 변할 수밖에 없다. 내가 그 병을 앓았던 당시 나 역시 모든 것이 디스크를 중심으로 결정되었다. 허리에 무리가 가는가 가지 않는가. 컨디션이 좋아서 좀 덜 아픈 날은 정말 좋은 날이었고, 그렇지 못한 날은 하루 종일 신경이 곤두서 있곤 했다. 고통은 익숙해지기가 힘든 것이었다.
그래도 걱정하지 말라고 하셨다. 좀 아프긴 하지만 죽을 병 아니니 걱정하지 말라고. 자기도 지금은 완치됐다 할 만큼 좋아지셨다며 이리저리 목을 돌리시는 모습을 보여주시는데, 지난밤 온갖 걱정에 휩싸였던 내 모습이 오버랩됐다. 단순히 어깨가 결리는 것이라는 걸 알고 있었다. 하지만 혼자서 누울 수도 일어날 수도 없는 상황에서 움직일 때마다 '악' 소리가 날 정도로 아프다 보니 '이거 무슨 큰일 날 병에 걸린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 더 크게 울었다. 남편이 걱정하지 말라고, 괜찮아지는 것이라고 나를 달랬지만 한 번 찾아온 두려움은 쉽게 가시질 않았던 것 같다.
원장님은 침을 놔 주시면서 말씀을 이어가셨다.
"아이들에게 너무 애쓰지 마세요. 이것저것 너무 잘 해주려고 안 해도 됩니다. 제가 키워보니 그렇더라고요. 특히 초등학교 들어가기 전에 했던 것들은 잘 기억도 못 하더라고. 요즘 엄마들이 너무 잘하려고 애쓰는 것 같아. 나도 생각해보면 이것저것 시키고 보여주고 많이 해줬는데, 돌이켜 보면 그게 중요한 게 아니었어. 그저 엄마랑 둘이 있는 것만으로도 애들은 좋아하고 그게 가장 기억에 많이 남는 것 같아요. 엄마랑 종이 찢기 이런 것만 해도 충분해. 너무 좋은 거 먹이려고 애쓰지 말고, 어디 좋은데 구경시켜주려고 애쓰지도 말고 그냥 애들이랑 같이 많이 놀아주고 많이 사랑해줘요."
그 말을 듣는데, 순간 눈물이 날 만큼 울컥했다. 원장님의 진심을 담은 말씀이 크게 와닿았다. 너무 애쓰지 말라고 하는 그 말에 왜 이렇게 안심이 되는지. 원장님의 이 말씀을 들으라고 나를 아프게 한 걸까 하는 생각까지 들었다.
그러고 보면 주말이면 아이들 데리고 어디든 나갔다 와야 한다는 생각으로 아이들을 데리고 다녔다. 남편도 나도 힘들지만 우리가 힘든 것보다 아이들에게 좀 더 많은 것을 경험해 주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원장님의 말씀을 들으며 더 중요한 것을 잊고 있었던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엄마 책 읽어주세요.' '나랑 같이 놀아요.' 하면 설거지하느라 혹은 휴대폰을 보느라 연신 '잠깐만, 이것 좀 하구' '조금만 기다려줘'를 입에 달고 사는 내 모습이 떠올랐다. 지금 당장 아이가 원하는 것을 들어주지는 않으면서 좋은 경험하게 해준 답 시고 이래저래 데리고 다니는 게 무슨 소용이 있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가장 중요한 것은 가장 기본적인 것인데 왜 항상 이렇게 기본적인 것들은 지키기가 어려운 것일까. 그러면서 나는 왜 덜 중요한 것들을 하기 위해 그렇게 애쓰고 있었던 것일까.
일요일 오후, 아이들은 오랜만에 아빠랑 늦잠을 늘어지게 자고 있다. 일어나면 동네 아이스크림 가게나 들러 아이스크림이나 사 먹어야겠다. 일주일간 수고했으니 달콤한 거 먹으면서 나도 아빠도 아이들도 휴식을 좀 취해야겠다. 다음 주에 동생네가 놀러 오기로 했으니 이번 주는 어디 가지 말고 쉬어보자.
아이들을 충분히 사랑해주는 방법에 대해 더 생각을 해봐야겠다. 우선 더 이상 잠깐만을 외치지 않기를 다짐한다. 잘못을 깨달았으니 이제 실천하는 일만 남았다. 언제까지 아이들이 엄마를 찾겠는가. 나를 찾지 않는 아이들에게 서운해지기 전에 지금 아이들을 서운하게 만들지 않도록 아이들이 부르면 언제든 바로 달려가야겠다.
"그래. 지금 엄마랑 같이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