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든 아니든 학급수가 줄어들면 안된다.
학급수를 줄이다니! 부장회의가 끝나고 전달된 사항 중의 하나가 2021학년도에 학급 수를 하나 줄이게 됐다는 소식이었다. 그 말은 즉, 학급당 학생 수가 증가한다는 것을 뜻한다. 내가 지난해 복직하면서 나의 큰 복이라고 생각했던 것은 우리 반 친구들이 20명이라는 사실이었다. 물론 우리 학교에서도 6학년을 제외한 나머지 학년은 평균 25명 정도 되는데, 5명 차이가 얼마나 클까 싶겠지만 그 차이는 생각보다 크다. (지난 학교에서는 학급당 인원이 16-7명 정도였다. 그 역시 20명과는 또 차이가 난다.)
특히 코로나 상황에서 학급 당 인원은 더욱 큰 이슈가 됐다. 내가 큰 복을 받았다고 생각했던 이유는 바로 근처 이웃해 있는 학교들의 소식 때문이었다. 우리 학교에 비해 학교 규모가 큰 주변 초등학교의 학급당 인원수는 그 어려움을 짐작할 수 없을 정도로 아이들이 바글바글하다. 친구네 학교만 해도 학급당 인원수가 36명 정도 되니 코로나로 인해 온라인 수업이 시작되면서부터는 상황이 복잡하게 진행되었다.
지금은 전면 원격수업으로 전환된 상황이지만, 등교 수업과 온라인 수업의 병행이 이루어질 때의 상황을 비교해 보자. 우리 학교 같은 경우는 전체 학급 수가 많지 않고, 한 반당 평균 25명 정도 이기에 학년 별로 등교 날짜를 구분 짓긴 했지만 적어도 한 학급이 모두 등교할 수는 있었다. 하지만 학급수가 많은 데다 한 학급에 35명 이상되는 큰 학교에서는 한 반에 아이들이 모두 등교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아이들 수에 상관없이 교실의 크기는 전국 어디든 비슷하기 때문이다. 그렇게 되면 2부제 3부제로 나뉘어 등교하게 되는데, 심지어 어떤 학교는 4부제로 까지 나눠서 진행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 말은 즉슨, 한 반에 아이들이 40명이라면 10명씩 4그룹으로 나눠서 그룹 당 일주일에 한 번 등교를 하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담임교사가 일주일에 하루를 제외한 나머지 4일을 원격수업을 준비함과 동시에 4번 등교하는 아이들에게 똑같은 것을 또 가르쳐야 한다는 것인데, 아이들 입장에서는 1일 등교 4일 온라인으로 간단하게 생각될 수 있지만, 교사의 입장에서는 4일 등교, 4일 온라인을 병행해야 함을 뜻하기에 한 번에 다 등교한다는 것에 절로 감사함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게다가 코로나가 전면적으로 접어들면서 1학기와 달리 대부분의 학교에서 2학기에는 쌍방향 수업을 실시하게 되었는데, 온라인으로 40명의 아이들을 가르치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일지. 가히 짐작이 되지 않는다. 20명 아이들을 데리고 줌 수업을 하는 것도 만만찮은 일인데 40명이 동시에 접속을 한 상황은 얼마나 정신이 없을까.
교실에서 통솔하는 것과 줌 수업에서 아이들을 통솔하는 것은 확실이 차이가 있다. 줌이든 이 학습터든 화상수업을 하다 보면 여러 가지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물론 지금은 어느 정도 적응을 해서 아이들도 알아서 하는 편이지만 처음 준비를 하면서는 접속의 문제라던지 서버의 문제라던지 전자기기에 대한 혹은 소프트웨어에 대한 사용 방법의 미숙이라던지 여러 가지가 문제 상황이 되는데, 사실 이런 것들은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서 해결되는 문제일 수도 있지만 학급당 인원이 많을수록 그 요구사항을 일일이 해결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닐 것임을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다.
학생수와 관련하여 현재 쌍방향 수업의 문제점을 꼽으라면 첫 번째로, 접속 시간의 문제를 들 수 있다. 등교 수업 때도 언제나 지각하는 아이가 있듯, 쌍방향 수업에도 꼭 지각생이 있기 마련이다. 특히 초창기에는 제시간에 접속을 안 하는 아이들이 대다수여서 초반 20-30분은 접속하는데, 시간을 모두 허비하기도 했다. 아무래도 학교에 나오지 않다 보니 아이들의 경각심은 누그러들고, 늦잠 자는 아이들이 많았던 것 같다. 그런 아이들에게 일일이 전화하고 문자 하다 결국 어머니들께 전화를 드리는 일까지 발생하게 되는데 그러다 보면 20분 정도는 순식간에 지나갔다. 물론 지금은 많이 좋아졌다. (그래도 여전히 전화를 한다.) 그나마도 우리 반은 20명이라서 그 비율이 낮지만 한 반에 35명 이상이 되는 과밀학급의 경우 사실 지금도 접속하지 않은 아이들을 불러 모으느라 상당한 시간과 노력이 허비되고 있을 것이라 예상한다.
두 번째는 다양한 a/s의 문제라고 할 수 있는데, 아이들이 등교를 하면 아주 간단하게 해결될 일들이 온라인 상에서는 상당히 불편한 점이 많다. 왜냐하면 교실에서 같은 환경에 놓일 때와는 달리 집에서는 각자 처해있는 상황과 시스템이 모두 다르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아이들의 요구사항이 평소보다 많아지는데, 가령 화면 공유를 했을 때, 화면이 보이지 않는다는 아이들이 있다. 또 문제를 풀기 위해 업로드 해 둔 pdf파일이 보이지 않는다는 아이들도 있고, 집 컴퓨터에 차단 장치가 걸려있어서 줌 채팅창으로는 파일을 받을 수 없다는 아이들, 스마트 폰이 없는 아이들, 유튜브 및 카톡이 차단된 아이들, 교과서를 학교에 두고 온 아이들... 등 사실 수업을 하다 보면 아이들이 처해진 다양한 상황에 일일이 대처해줘야 하는데, 사실상 쉬운 일이 아니다. 내가 기기 사용에 뒤쳐지는 편은 아니라 신속하게 아이들의 니즈를 대처해주긴 하지만 만약 이 아이들이 두 배 가까이 된다고 생각하면 그 요구사항 역시 두 배가 될 터인데, 그러면 정말 힘들지 않을까 싶어 진다.
그렇다면 온라인 수업에서만 문제일까?
비단 온라인 수업에서의 문제만이 아니다. 학급당 인원수가 많아지는 것은 교육의 질을 떨어뜨리는 것에 다름없다. 초등학교는 아이들의 특성상 교실이라는 공간이 일방적으로 지식을 전달하는 곳으로써의 역할만 하는 것이 아니다. 한 수업당 몇 백 명씩 앉아서 강의를 하거나 듣는 어른들의 입장에서 본다면 뭘 그리 대수냐 싶을 수 있지만 초등학교에서의 교실은 결코 그렇지 않다. 아이들은 교실 안에서 수업을 듣기도 하지만 책상을 이리저리 바꿔서 모둠 활동을 하고, 작은 학예회를 하기도 하고, 급식을 먹기도 하며, 쉬는 시간엔 보드 게임, 공기놀이 등 다양한 놀이를 하면서 친구들과 추억을 쌓는 그런 공간이다. 그렇기에 한 반에 아이들이 많을수록 아이들 각자가 누리게 되는 공간이 그만큼 줄어든다는 뜻인데, 하루에 반나절 이상을 학교에서 보낸다고 생각할 때, 여유로운 공간이 사실상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다시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이다.
게다가 교사 한 사람이 케어해야 할 아이들이 많아지면 한 아이에 대한 교사의 집중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 어린이집부터 생각해보면 간단하다. 어린이집은 교사에게 배정된 아이들이 연령대에 따라 정확하게 나눠진다. 우리 첫째, 둘째만 보더라도 3세 5명, 4세 7명, 6세 10명으로 정해져 손이 많이 필요한 시기에는 확실히 교사가 케어해야 하는 아이들의 수가 적다. 특히 국공립 어린이집일 경우(민간도 다르지 않을 것이다) 그 정원에 초과하는 인원은 규정상 절대로 받을 수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로 인해 애타는 엄마들이 적잖을 것이다.)
그런데 그런 규정이 학교에는 없다. 전학생이 오면 오는 대로 받아야 하기 때문에, 학생수가 많은 지역의 학교는 대부분이 과밀학급으로 아이들이 넘쳐난다. 학교에 오는 순간 1-6학년 학생들의 연령차이에서 오는 차이(신체적, 정서적 부분 모두)에 대한 구분은 없어진다. 학년 간 특성에 따르기보다는 일단 학교 전체 학급수가 정해져 있기 때문에 그 안에서 학년 당 인원수에 비례하여 학급수가 구분되고, 그에 따라 학급당 인원이 결정된다. 그렇기에 대부분의 학교는 몇 명의 오차가 발생할 수 있지만 학교 전체로 볼 때엔 학년에 구분 없이 학급당 인원수가 서로 비슷한 수준에 머무르는 것이다.
한 명이 20명을 대하는 것과 한 명이 40명을 대하는 것은 엄청난 차이다. 내 기억 속 유년시절의 학교도 그렇다. 나 역시 신도시로 이사를 가면서 당시 폭발적인 인원의 증가로 근처에 새로운 학교가 지어지기까지 반년 정도 60명 정도가 한 반에서 지냈던 기억이 있다. 당시 우리 반 친구들 중에서도 서로 모를 친구들이 있었을 것이고, 선생님이 과연 내 이름을 알기나 했을까 싶다. 교육의 질은 교사의 질을 벗어날 수 없다는 말이 있다. 학급당 인원이 많아질수록 교사가 보일 수 있는 관심의 표현 역시 그에 비례하여 줄어들 수밖에 없을 것이다. 아이들 한 사람의 한 사람의 과제 제출 여부 등을 체크하는 것만으로 진이 빠질 것이 눈에 선하다. (지금도 줌 출석 시 누가 빠졌는지 체크하는 것이 일인데, 40명 이상 되는 과밀학급에서는 어떻게 처리하고 있는 것인지 궁금해진다.)
세상이 빠르게 돌아가고 모든 것이 소비자 맞춤으로 흘러가고 있는 세상에서 교육 역시 마찬가지이다. 아이들 각자에 맞춰 다양한 요구(민원)가 빚 발치는 교육현장에서 학급당 인원수를 늘인다면, 슈퍼맨이 아닌 이상, 어찌 그들의 니즈를 모두 만족시켜줄 수가 있겠는가?
교육부와 한국 교육개발원이 작년 9월 7일에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교사 1인당 학생수, 학급당 학생 수가 과거에 비해 많이 급감하긴 했지만 아직도 OECD 국가 평균에 비교해 볼 때 그 수가 많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초등)
다른 분야에서는 세계 최고를 자부하는 대한민국이 왜 교육에서만은 늘 뒷걸음인지 아쉽기만 하다. 물론 많은 변화가 이루어지고 있다. 하지만 학급수를 줄인다는 것은 지금 시대적 흐름에 역행하는 것임은 분명하다. 코로나로 인해 가장 안타깝다 여겨지는 것 중의 하나는 바로 우리 아이들이다. 어른들이 당연히 누렸던 자유로운 생활을 그들은 어린 시절부터
제한당하고 있다. 부디 그들이 교실에 돌아왔을 때 조금이라도 자유로울 수 있는 공간마저 더 줄어들지 않기를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