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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유진 Oct 26. 2022

지금 이 순간에 오롯이 존재하기

프롤로그

조수미 씨의 인터뷰를 보았다. 그 영상을 통해 그녀가 아버지의 부고를 들었음에도 불구하고 한국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예정되어 있던 공연 일정을 소화해 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빨간 드레스를 입고 아베 마리아를 부르면서 그녀는 어떤 생각을 했을까. 조수미 씨는 지나간 과거의 삶 중에서 후회하는 일, 되돌리고 싶은 순간이 있느냐라는 질문에 단 한순간도 후회되는 일은 없기에, 돌아가고 싶지 않다는 답변을 내놓는다. 거기엔 아마 아버지의 부고를 듣고도 예정된 공연을 진행했던 그 순간도 포함될 것이다. 그녀가 독해서? 아니면 그녀 삶의 모든 순간이 최고였기 때문에? 아마 그건 아닐 것이다. 그저 때마다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을 했고 그에 따라 최선을 다했기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이미 지나간 시간이 모든 것을 희미해지도록 만든 탓도 클 것이다. 좋은 일도 나쁜 일도 그냥 '그때 그랬지...'라고 넘길 수 있을 정도의 시간이 흘러갔다는 것.


아마 최선을 다해 인생을 살아낸 사람들은 모두 그녀와 같은 답변을 할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누구든 치열하게 살았던 인생의 어떤 순간으로 다시 돌아가기를 원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 시절이 아무리 영광으로 빛이 나던 순간이라 할 지라도 다시 그때로 돌아가고 싶냐는 질문에 대부분이 '노'라고 대답할 것 같은 건, 멀리 가지 않고서 나만 보아도 그렇기 때문이다. 모델 한혜진 씨도 그랬다. 억만금을 주어도 자신의 20대로 돌아가고 싶지는 않다고. 나는 충분히 이해한다. 어쭙잖은 예시가 되겠지만 나는 치열하게 공부했던 재수 시절로 절대, 다시는 돌아가고 싶지 않다.


'되돌리고 싶은 순간이 있느냐?'


시간을 되돌리는 것은 불가능 하기에 어쩌면 질문 자체가 잘못된 것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런 가정을 하는 것은 어쩌면 아무 의미 없는 시간 낭비일지도 모르겠다. 그건 내가 비관론자가 되었기 때문이 아니라 상황을 객관적으로 바라보고자 하는, 어쩌면 조금은 이성적인 사람이 되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책을 읽으면서 글을 쓰면서 그런 나를 만나게 되었다.


아이들을 위한다는 명목으로 책을 읽었지만 사실 읽으면서 내가 재미있었고, 또 많은 것을 깨달았다. 그리고 소재도 사건도 스토리는 모두 다르지만 그 안에 담겨있는 작가들의 메시지는 비슷하다는 것도 발견했다. 영상을 통해서 미처 다 말하지 못한 이야기를 옮겨야겠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그래서 그 이야기들을 써 보려고 한다. 그들이 말하는 <지금 이 순간에 오롯이 존재>하며 살아갈 수 있는 인간이 되자 하는, 그런 다짐으로.



Photo by Greg Rakozy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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