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유진 Oct 10. 2019

'삶의 의미'를 찾는 용기

<우리가 지금 휘게를 몰라서 불행한가>

현재 성장판 서평단 2기로 활동 중이다. 한 달에 한 번 책을 수령하여 읽고 서평을 남기는 것인데, 지난번 책에 이어 이번 달에도 두 권의 책 중에서 하나를 골라야 했다. 두 책 모두 전혀 들어보지 못한 책이었지만 망설임 없이 <우리가 지금 휘게를 몰라서 불행한가>를 선택했다. '휘게'라는 용어는 낯설었지만 책 표지가 왠지 모를 사이다였기 때문이다. 그런데 책을 받아보고 나니 역시 서문부터 남달랐다. (*휘게 : 편안함, 따뜻함, 아늑함을 뜻하는 덴마크어, 노르웨이어 명사. 일상 속의 소소한 즐거움이나 안락한 환경에서 오는 행복을 뜻하는 단어)


자존감이니 무슨 감사일기 쓰기니 하는, 그렇고 그런 자기 계발서를 쓸 생각은 애초에 없다. 독자 여러분의 시간은 소중하니까. 결국 내가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행복은 나의 몫이라는 점이다. 진정한 행복은 나의 삶에서 비롯되어야 한다. 그리고 행복을 위한 과정 중에 경험되는 수많은 고난과 고통은, 불행으로 해석되어서는 안 된다. 건강하기 위해서는 근육이 땅기고 숨찬 운동을 해야 하고, 교양을 갖추려면 지루하고 따분한 책도 읽어야 한다. 멋진 몸매를 위해서는 맛있는 음식도 참아야 하고, 자기 계발을 위해서라면 꿀 같은 아침잠도 줄여야 한다.


그런데 이 작가님, 읽을수록 매력 있다. 책 표지만큼이나 내용도 시원시원했다. 애매하게 '그럴 수도 있지'라고 말하지 않고 '잘못된 것은 잘못됐다'라고 한다. 게다가 박사님 답게 다양한 책과 논문들을 바탕으로 이야기하시니 신뢰도 역시 높다.


목차를 읽으면서 당황했다. 왜 이렇게 소제목들이 많은 거지? 그런데 읽다 보니 작가님이 그만큼 하고 싶은 이야기들이 많았구나 느끼게 됐다. 한국인이 왜 불행한지를 조목조목 분석하는데, 한 번도 생각해 보지 못했던 관점에서 설명을 하니 새롭고 흥미로웠다. 그리고 단순히 비판에만 그치지 않고 훈훈하게 마무리하는 것도 마음에 들었다.


그리고 저명한 지식인, 학자들의 말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도 생각하게 됐다. 영향력이라는 것은 무시할 수 없는 것이며, 어쩌면 우리는 그 영향력을 펼치기 위해 열심히 살아가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러기에 자신의 영향력이 미치는 범위 안에서 본인이 하는 말이 그 영향권에 있는 사람들에게 얼마나 큰 잣대가 될 수 도 있는지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됐다.


요즘 서점에는 '괜찮아'라고 위로의 말을 건네는 책들이 많다. 그만큼 삶이 각박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일지도 모른다. 나 역시 그런 책들을 자주 접하는 것은 아니지만 제목만으로도 위안을 받기도 하는데, 종종 드는 생각은 그렇다고 해서 내가 더 열심히 할 수도 있을 일을 포기하라는 뜻은 아닐 것이라는 생각을 한 적이 있다. 위로하려 건네는 말을 듣고서 내 손에 쥘 수 있었던 어떤 것을 놓으면 안 된다는 것이다. 너무 애쓰지 않아도 된다는 말이 위로가 되는 것에는 분명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애쓰던 것을 멈추어 버리라는 뜻은 아님을 사람들이 알았으면 좋겠다. 나의 이런 마음이 작가님의 책 속에 군데군데 묻어나서 나는 이 책이 더욱 반가웠던 것 같다.


성장과 노력


과학시간에 역치라는 것을 배운다. 내가 학창 시절 공부를 하면서 얻었던 삶의 지혜(?)는 바로 이 역치였다. 다른 말로 하면 임계점이라고 표현할 수 있는데, 나의 경험상 공부든 운동이든 어떤 수준에서 다른 수준으로 넘어가기까지에는 반드시 역치의 값을 뛰어넘어야 할 노력이 필요했다. 게다가 그것을 넘어가기까지는 상당한 노력이 뒤따른다. 언제까지인지 알 수 없는 고통과 인내의 시간이 이어지는 것이다.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하지만 한 번 뛰어넘고 나면 쉬이 내려오지는 않는다. 내 경험에 따르면 한동안 공부를 좀 게을리 해도 성적이 더 오르지는 않았지만 곤두박질치지도 않았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상태보다 더 높은 결과를 바란다면 더욱 피나는 노력을 해야 했다. 위의 그래프에서 처럼 한 번의 도약이 있으면 한동안은 정체 시기가 오는 것처럼 말이다. 그 기간이 바로 역치를 뛰어넘어야 할 또 다른 노력과 고통의 단계였다. 어쩌면 우리의 삶은 오르지 못할 긴 정체의 시간과 짧은 도약의 기쁨 혹은 행복의 단계를 반복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그래프 출처] 성장 그래프 1- <계단식 성장>|작성자 초이)


그냥 즐겨서는 최고의 결과를 얻을 수 없어요. 저는 단 한 번도 즐겨본 적이 없어요. 책임감을 느끼고 나서부터 농구를 즐겨야겠다고 생각한 적이 단 한 번도 없어요. 목뼈가 나가고 코뼈가 부러지면서까지 이 악물고 하지 않았으면 지금의 기록은 없었을 거예요. 온 힘을 다 짜내서, 전쟁처럼 해내서 겨우 그 정도 한 거예요.


작가님은 '즐기면 행복해질까'라는 한 꼭지에서 전 국가대표 농구선수 서장훈의 말을 인용한다. 아마 최고의 자리에 올라 본 운동선수나 연주자들 등에서 이런 예는 수업이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그들은 고통 없이 결코 최고의 기록이나 최고의 무대를 남길 수 없었을 것이다. 작가님은 그의 말을 빌어 그들이 이룬 성취만을 보려고 하지 말고 이면에 있는 노력을 봐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그리고 무엇이 그들이 그런 고통을 견디게 했는지 그 의미를 우리 역시 삶에서 적극적으로 찾아야 할 것을 강조한다. 그 의미를 찾는다면 (성취의 순간을 위해서) 고통을 '참아낸다'는 것이 아닌 '견뎌낸다'로 바뀌는 것이라고. 그러기 위해서는 '의미'를 먼저 찾아야 할 것이다. 그러한 고통을 견뎌낼 만한 의미를 우리는 찾아야만 한다. 행복한 삶을 위한 의미를 말이다.


반복되는 하루 하루나 직장일이 매일 즐겁고 재미있는 사람은 없다. 그러나 우리는 누구나 이러한 일상을 견뎌야 한다. 살아가기 위해서다. 우리의 삶에는 살아가기 위해서 견뎌야 하는 수많은 고통과 불편함 그리고 지루함이 있다. 그러나 그런 것들이 있다는 사실이 우리가 불행하다는 의미는 아니다.


올 초에 책을 내겠다는 호기로운 목적으로 책 한 권 분량의 초고를 완성했다.(출판사들로부터 외면당해 브런치에 한 주에 한 꼭지씩 업로드 중에 있다.) 그런데 이 책에 내가 하고 싶었던 말들이 다 적혀있다. 읽으면서 내 마음이 동했던 것은 아마 작가님의 한 마디 한 마디가 내 심정과 일치했기 때문이리라. 내 글이 더 초라하게 느껴지기도 했지만 이렇게 멋지게 만들어내신 작가님을 보면서 많은 반성을 했고, 동시에 좋은 책이 나왔다는 생각에 더없이 기쁜 마음이 들었다. 많은 이들이 이 책을 읽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서평을 쓴다. 한편으로는 고학력 엘리트 아저씨의 말이 '꼰대'처럼 여겨지면 어떡하나 싶은 염려도 있지만 그래도 누군가는 나처럼 내 말을 대신해준다는 사이다 같은 기분을 느낄 수도 있을 것이다.


문득 아빠와의 대화가 떠올랐다. 나는 항상 자신만만하게 내 이야기를 하면서 아빠한테 이래라저래라 일장연설을 하던 건방진(?) 딸이었다. 그런 내 말을 별 반응 없이 조용히 듣고 계시다가 한 번씩 해주시던 말씀이 있다.


"세상 모든 일이 네가 계획한 대로 이루어질 것 같으냐. 만만찮은 게 세상살이다. 고통 없이 이루어질 수 있는 것은 결코 없다"


언젠가부터 한 번씩 아빠의 말씀이 생각난다. 그렇다. 나 역시 오래 삶을 살지는 않았지만 지금껏 살아온 지난날들을 돌이켜보면 모든 것이 그랬다. 자신만만하던 내 인생이 내 계획처럼 흘러가지 않는 것을 경험했고, 무엇인가 노력 없이는 결코 공짜로 내가 바라는 일들은 일어나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됐다. 모든 것은 기브 앤 테이크였다. 신은 가만히 있는 자에게는 아무것도 주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았다. 행운의 여신은 단 한 번 로또를 구입한 사람보다는 아마도 오랜 기간 명당자리를 찾아서 꾸준히 로또를 구입한 사람에게 먼저 손을 내밀 것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 


작가님이 일주일 중 7일 동안 행복함을 느낀다면 병원에 가야 한다고 말해줘서 다행이다. 매일 행복하지 않다고 해서 내가 불행한 것은 아니었다. 우리 모두는 불행하지 않다. 하지만 지금 행복하지 않다고 느낀다면 '아주 작은 무엇'을 찾아 나서야 할 것이다. 반복되는 삶 가운데 나를 웃게 만드는 '아주 작은 무엇'을 찾아 지금 움직여야만 한다. 뭐가 됐든 하고 있는 가운데 비록 힘들지라도 행복할 수 있을 것이다. 좀 더 '의미 있는 삶'을 위해 무의식적으로 만지작 거리는 휴대폰을 잠시나마 던져 버려 보자. 한국인이여 우리는 지금 휘게를 몰라서 불행한 것이 아니다!



*이 글은 성장판 서평단 2기로 선정되어 출판사에서 책을 받아 쓴 글임을 명시합니다. 위의 서평은 전적으로 제 주관적인 감상임을 밝혀둡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왜 답을 해야 하는가? 이 질문 생각해 본 적 있나요?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