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Haim Jung Feb 20. 2023

로봇 드로잉: 회화와 디지털 아트 사이

아라아트센터 《미구엘 슈발리에: 디지털 뷰티》

전시 기간: 2023.01.18~2024.02.11

관람일: 2023.01.18






인사동에 있는 아라아트센터에서 프랑스의 미디어 아트 작가인 미구엘 슈발리에의 개인전이 열리고 있다. 아라아트센터는 이번에 처음 가보았는데, 2012년에 지어진 건물로 연식이 조금 있어 그렇게 깔끔한 공간은 아니었다. 그래서 기록을 남기지 않으려다가, 작년 문화생활 연말결산을 하면서 새로운 공간을 계속 찾아가겠다는 결심을 했으므로 그런 의지를 다지는 차원에서 기록을 남기기로 마음을 바꾸었다.



전반적으로 건물에 연식이 있는 데다가 시설 관리가 잘 되어있지 않아서 더 흥미롭게 볼 수 있었던 작품의 매력이 가감된 것이 아쉬웠다. 훌륭한 음식일수록 담음새도 더 신경 쓰게 되는 법인데 그런 태도가 잘 보이지 않았다. 이곳에서 전에 열렸던 전시들을 쭉 살펴보았는데 전시를 자체 기획하기보다는 대관으로 공간을 운영하고 있었다. 그러다 보니 공간에서 열린 전시 횟수는 많아도 팀 내부의 전시 경험은 적은 것이 아닐까 싶었다.

     10여 점 정도 되는 작품들은 크게 관객들의 움직임에 반응하는 반응형 미디어 아트와 로봇이 그린 로봇 드로잉으로 나뉜다. 개인적으로 반응형 미디어 아트 작가로는 일본의 팀랩을 가장 좋아해서 그런지 미디어 아트 작품들은 그다지 인상적이지 않았는데, 로봇 드로잉 작품은 본 경험이 거의 없어서 관심 있게 보았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두 작품 모두 로봇 드로잉이었다.


우선 전시 2번째 작품인 〈그물망 드로잉〉은 로봇이 네온 펠트 펜을 사용해 그린 작품이다. 네온 펠트 펜이 무엇인지 찾아보았더니 의외로 일상적으로 구할 수 있는 문구류였다. 거의 대부분의 판매처에서 OMY라는 프랑스 회사에서 나온 같은 제품을 판매하고 있었는데, 작가가 프랑스인이고 이 회사도 프랑스 회사인 것이 왠지 관련 있어 보다.

〈그물망 드로잉〉
〈그물망 드로잉〉 전경

〈그물망 드로잉〉 바로 앞에 있던 미디어 아트 작품인 〈그물망 복합체〉에 이 드로잉에서 보였던 형태들이 나타났었는데, 같은 패턴으로 만들어진 작품을 미디어 아트로도, 회화로도 볼 수 있다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특히 미디어 아트의 경우 실물이 존재하지 않는 점이 늘 아쉬움으로 남는데, '로봇'의 '드로잉'이라는 점이 미디어 아트의 특성을 간직하면서도 회화라는 물성도 갖추고 있어서 회화와 디지털 아트 사이의 간극을 좁히는 다리처럼 느껴다. 두 장르의 장점을 모두 흡수한 장르라고 할까.

앞 공간에서 볼 수 있는 〈그물망 복합체〉


몇 층을 더 감상하고 나면 5개의 관절형 팔 로봇이 그리는 작품인 〈어트랙터 댄스〉를 볼 수 있다. 이 작품 역시 바로 앞 공간의 디지털 아트인 〈스트레인지 어트렉터〉를 회화화한 작업이다. 벽면에는 로봇이 그린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고 전시장 가운데서는 그림을 그리는 로봇을 볼 수 있는데, 움직임이 자연스럽지는 않지만 완성된 선들은 자연스러워 보였다. 5개의 손이 각자의 영역을 지키며 선을 긋다 보니 완성된 그림들은 제각기 달라 보여도 5개의 중심점을 가지고 있는 공통점이 있었다.

〈어트랙터 댄스〉
앞 공간에서 볼 수 있는 〈스트레인지 어트렉터〉

한 가지 아쉬웠던 점은 〈스트레인지 어트렉터〉의 개념을 회화화하는 과정에서 5개의 손이라는 다른 조건이 추가되면서 두 작품 사이의 연관성이 살짝 떨어져 보인다는 것이었다. 5개의 손이 가지는 기술적/수학적 의미가 있지 않는 이상 꼭 5개의 손으로 작품을 구현할 필요는 없었을 것 같다. 수학 쪽 지식이 전무하다 보니 작품의 의도를 정확히 파악할 수 없어 조금 아쉬웠다.

〈어트랙터 댄스〉



전시 자체가 만족스럽지는 않았지만 로봇 드로잉 장르의 효용을 발견해 나름의 수확이 있었던 시간이었다. 미롭게 보았던 작품들이 모두 로봇 드로잉이었다는 것도, 이들을 흥미롭게 느꼈던 이유도 전시를 볼 때는 파악하지 못했는데, 글을 쓰다 보니 정리가 되었다. 렇게 새로운 공간을 찾아다녀야 겠다는 의지를 다시금 다지게 된다.





instagram: @haaim.j

작가의 이전글 아카이브가 필요한 전시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