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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aim Jung Nov 23. 2021

원본은 가상에, 복제본은 현실에

서울도시건축전시관 《2019 서울도시건축비엔날레》 도시전

전시기간: 19.09.07-19.11.10

관람일: 19.11.05



아직까지 대다수 사람들에게 실물 전시가 디지털 전시보다 익숙하다고는 해도, 차라리 디지털 상에서만 존재하는 편이 나은 경우도 있다. 《2019 서울도시건축비엔날레》 도시전에서 목업(건축물을 실제 크기의 몇 분의 일로 줄인 모형), 패널, 영상으로 구성된 대다수의 작품은 시각적으로 정교함이 부족했고, 국외 작품들이 대다수였지만 번역이 제대로 되어있지 않아 내용을 파악하기 힘든 경우가 많았다. 그리고 전시 공간에 비해 넘쳐나는 작품들 때문에 수많은 정보들을 감당하기 어려웠다. 이런 모습은 굳이 이 작품들을 실물로 보아야 하는지에 대한 의문을 품게 했다.


비엔날레에 전시된 모든 목업, 패널, 영상 작업들은 디지털 기반의 작업들이다. 패널은 편집 프로그램에서 만든 이미지와 글을 인쇄한 것이고, 목업은 프로그램으로 모델링한 작업을 축소해 조립한 것이며, 영상은 디지털로만 존재하는 작업이다. 디지털 상의 이미지와 인쇄된 이미지는 상당히 다른 환경에서 볼 수밖에 없기 때문에, 디지털 환경 속 이미지를 실제와 가깝게 구현하기 위해서는 몇 번의 실험이 필요하다. 그러나 이번 비엔날레는 이러한 작업을 진행한 흔적이 전혀 보이지 않았다. 애초에 디지털 작업을 디지털 상에서 감상했다면 완성도로 문제가 생기지 않았을 텐데, 이것을 실물로 재현하면서 완성도가 낮아지는 결과를 초래했다. 디지털 작업의 복제품일 뿐인 실물 작업들로 전시를 구성하는 것이 과연 의미 있는 작업일까?

     비엔날레를 여는 가장 큰 목적은 비전공자들에게는 행사 주제에 대해 관심을 갖게 하고, 전공자들에게는 같은 관심사를 가진 사람들과 교류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주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차라리 오프라인 상에서는 전시 규모를 대폭 축소하고 대신 워크숍과 토크, 상영회 등 관련 프로그램을 적극적으로 운영하는 방안을 제안하고 싶다. 또한 현재 도시건축비엔날레 홈페이지에는 각 작품에 대한 개요와 대표 이미지가 아카이빙 되어 있는데, 이 아카이브를 디지털 박물관 수준으로 끌어올려 기존 전시에서 보던 영상, 패널, 목업을 디지털로 감상할 수 있도록 하고 오프라인에서는 오프라인에서 특화된 활동을 전개하는 것이다. 이러한 방식을 채택한다면 기존 비엔날레 형식의 가장 큰 문제인 완성도 문제를 훨씬 간단하게 해결할 수 있고, 검색을 통해 원하는 작품에 대한 정보만 선택적으로 열람할 수 있도록 하여 전시 관람의 피로도를 크게 낮출 수 있다. 또한 워크숍, 강연, 대담 행사를 통해 사람들에게 행사를 알리고 관심 있는 사람들이 모일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전시의 형식이란 무엇인가에 관해 묻는다면, 많은 사람들이 실물로 놓인 무엇인가를 보는 모습을 떠올릴 것이다. 과거부터 어떠한 의미 있는 물건을 사람들에게 내보이는 것이 전시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제는 디지털 환경이 우리 삶에서 차지하는 범위가 점점 넓어지고 있기에 전시 환경이 가상공간으로 옮겨가는 것도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이번 비엔날레는 아쉽게도 전형적인 전시 형식에 대한 강박으로 인해 건축 비엔날레만의 적합한 방식을 찾는데 어려움이 있었던 것 같다. 전시는 현실과 가상 그 어디라도 나아갈 수 있는 방향이 무궁무진하다. 그래서 앞으로 다양한 목적을 가진 전시들이 각자에게 맞는 방식을 찾아 자리를 잡아나갔으면 하는 바람이다.




전시 공식 사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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