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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aim Jung Jan 27. 2022

결과 겹의 공간

우란문화재단 《물아일체》

전시 기간: 2022.01.05-2022.02.23

관람일: 2022.01.22



요즘 예전부터 많이 다니던 이름 있는 미술관보다는 새로운 전시공간을 일부러 많이 찾아다니고 있다. 미술관은 저마다의 성향이 있어서 비슷한 성향의 전시만 접하지 않기 위함이다. 이번 전시는 우란문화재단이라는 곳에서 열리고 있는데, 작은 갤러리지만 흥미로운 기획의 전시를 펼치고 있어 앞으로의 행보가 기대되는 곳이었다.


 《물아일체》는 책가도 또는 책거리라 불리는 조선 민화의 한 장르를 정신적, 물질적인 개인의 취향이 반영된 그림으로 보고 있다. 그리고 이 점이 소비를 통해 자신의 취향을 드러내는 MZ 세대의 성향과 맥락을 함께 한다고 본다. 사실 소비를 통해 자신의 취향을 드러내는 것은 비단 MZ 세대만의 특징이라기보다는 사회 전반적인 흐름이라고 생각하지만, 이런 사소한 의문을 제외하고는 물아일체라는 기존 사자성어를 현시대의 상황에 맞게 재해석한 점이 재미있게 느껴졌다.

     갤러리는 마치 책가도 안에 들어온 듯한 느낌을 준다. 책가도라는 장르가 책에서부터 시작된 것이다 보니 작품에서도 책의 결과 겹이 느껴지는 것들이 많아서, 공간 역시 이 느낌을 휴먼스케일로 연장해 벽들이 여러 레이어로 겹친 형태로 되어 있다. 작품과 공간이 종이-책-서가-병풍-벽으로 이어지며 하나가 되는 것이다. 이 벽들은 막혀있기도 하고 프레임만 두고 비어있기도 해 공간의 강약을 적절하게 조율한다. 이렇게 작품의 연장선상이 되는 공간은 공간을 거니는 관객과도 물아일체를 이루며 전시 기획을 몸소 느낄 수 있도록 한다.

종이와 책의 결과 겹이 느껴지는 작품들
결과 겹의 전시 공간


책가도는 여러모로 흥미로운 지점이 많은 장르이다. 책가도가 다루는 주제도 그렇지만, 무엇보다도 투시도법으로 입체감을 주고 사람보다 큰 키의 종이나 병풍에 그려져서 그림이지만 입체적인 성질이 강하다는 점에서 그렇다. 이번 전시는 책가도의 의미와 형식적인 특징을 각각 기획과 디자인에 잘 반영해 조화로웠다. 전시를 보면서 취향의 물아일체뿐만 아니라, 기획과 디자인의 물아일체를 느껴보는 것도 좋겠다.




전시 공식 사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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