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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aim Jung Jan 10. 2022

행복을 되찾는 시선

여의도 IFC몰 MPX 갤러리 《미니어처 라이프 서울》

전시 기간: 2021.10.30-2022.02.06

관람일: 2022.01.09



일본의 미니어처 사진가로 유명한 타나카 타츠야의 개인전을 보고 왔다. 평소 일본 문화에 관심이 많기도 하고, 전시가 연장된걸 보니 사람들에게 인기가 많은 것 같아 호기심에 방문했다. 단순한 구성이었지만 그 속에 일본인인 작가의 섬세한 감각이 단정하게 스며들어 있었다.


타나카 타츠야는 어디서든 흔히 볼 수 있는 주변의 사물들로 작품을 제작한다. 그렇다 보니 그의 작품에서는 주제와 시각적인 요소로부터 일본 특유의 소소함이 잘 느껴진다. 예를 들면 일본에서 유명한 sns 스타인 시바견이 등장한다거나, 일본인들이 많이 먹는 야채인 오쿠라가 등장하는 식이다. 그리고 그 주제를 보여주는 작품 제목에서도 일본풍이 묻어나는데, 많은 작품이 동음이의어를 활용한 언어유희를 사용하고 있다. 일본만의 언어유희가 제목에 쓰이다 보니 그 맥락을 읽을 수 없는 한국인 관객들을 위해 해설이 붙을 수밖에 없는데, 해설을 읽다 보면 자연스레 그와 관련된 일본 문화를 접하게 된다. 예를 들면 일본에서 쇼핑몰에 '~힐즈'라는 단어가 자주 사용된다는 점에서 착안해 발음이 비슷하면서도 쇼핑몰과 어울리는 단어인 '하이힐'을 쇼핑몰 에스컬레이터에 빗댄 작품이 있는 식이다.

'쇼핑 힐'. 흰색 캡션은 작품의 정보를, 회색 캡션은 작품명의 의미를 설명한다.

이런 타츠야의 작은 일상 세계는 작품뿐만 아니라 공간에서도 느낄 수 있다. 작품은 전시장에서 '일, 스포츠, 계절, 모험, 우주, 세계여행, 운송수단, 가족'이라는 9개 섹션으로 나뉘어 펼쳐지는데, 전시 공간은 마치 그의 스튜디오를 직접 체험하는 듯한 느낌을 준다. 전시장은 하얀 벽에 작품 사진과 그 모형들로 구성되어 있다. 그래서 관객들은 사진과 함께 실제 모형을 보고 자신의 카메라로 담으면서 작가의 시선을 체험해보기도 하고, 자신만의 관점으로 새로운 작품을 촬영할 수도 있다. 특히 직접 사진을 찍으면서 작가가 말하는 어린이의 시선을 느껴볼 수 있는데, 작품처럼 사진을 찍으려면 다리를 굽혀 키를 낮춰야만 한다. 반면 어린이들은 모형이 놓인 좌대와 키가 맞아서 별로 몸을 굽히지 않아도 작가처럼 사진을 찍을 수 있다. 전시를 보는 과정은 작가의 스튜디오를 체험하는 동시에 어린 시절의 시선을 재발견하는 과정이다.

작품 모형과 작가가 촬영한 사진
작품을 감상한 뒤 스스로 찍은 사진

     전시장 안에는 이러한 스튜디오적인 요소들이 몇 가지 더 있다. 전시 중간 즈음에 있는 universe 섹션은 작품이 모두 검은색 배경 위에서 촬영되었는데, 그래서 그런지 전시장 배경도 검은색으로 되어 있다. 이렇게 작품의 배경색에 따라 전시장 배경이 바뀌는 것이 중간중간 지루해진 눈을 환기시켜 준다. 그리고 몇몇 작품은 액자 안에 실제 촬영에 사용된 미니어처들이 놓여있기도 하고, 서울 전시를 기념하는 포스터가 미니어처 사이즈로 붙어 있어 작가의 귀여운 센스를 느낄 수 있다.

서울 전시 포스터와 서울역


타츠야가 일상을 바라보는 시선은 사람들을 행복하게 만든다. 전시를 보는 동안 하하호호 웃고 대화하는 소리가 많았다. 다른 미술 전시보다 가족 단위의 관객도 많았고 어린이들과 어르신들의 비율도 높았다. 마냥 주제가 쉬워서 많은 사람들이 전시를 찾은 것은 아닐 것이다. 전달하고자 하는 메세지와 그 메세지가 떠오를 법한 적절한 사물을 고르는 작가의 능력이 사람들을 끌어모은 것일 터이다. 사람들의 단란한 모습을 보고 있자니, 좋은 취향을 가다듬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와 동시에 주변의 아름다움을 살필 줄 아는 시선을 갖는 것도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전시 공식 사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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