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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aim Jung Dec 19. 2021

[28-3] 광장을 향한 건축, 시간, 작품의 삼위일체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광장: 미술과 사회 1900-2019》 3부

전시기간: 19.09.07-20.03.29

관람일: 19.09.29



3부작에 이르는 《광장: 미술과 사회 1900-2019》는 3개의 관과 국립 미술관이라는 지위가 있기에 가능한 대규모 전시였다. 전시에서는 역사적 사건들이 한국 미술과 사회에 어떠한 영향을 끼쳤는지 거시적으로 살펴보고 있다. 가장 이른 대한제국 시기는 덕수궁관에서, 광복 이후부터 현재까지는 과천관에서, 그리고 동시대는 서울관에서 관람할 수 있다. 같은 전시가 서로 다른 지역에서 동시에 열리는 경우, 그리고 그 전시에 모두 방문할 수 있는 기회는 흔치 않기에 전시의 마지막 시리즈인 3부 리뷰에서는 건축 · 시간 · 작품의 세 요소를 통해 3부작의 전시가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으며 서로 어떻게 연결되고 있는지 살펴보고자 한다.


각 관은 전시 주제와 이어지는 장소성을 가지고 있다. 덕수궁 내부에 있는 덕수궁관은 석조전 서관을 미술관으로 사용하고 있는 것인데, 덕수궁은 을미사변을 계기로 고종이 환궁하게 된 이후 대한제국의 역사를 안고 있는 궁이다. 1부에서는 개화기부터 일제강점기까지의 작품을 위주로 전시하고 있는데, 같은 역사를 공유하는 공간과 작품이 함께 있는 모습이 적격으로 보인다. 다음으로 과천관은 국립현대미술관의 본관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 경복궁과 덕수궁을 거쳐 1986년 과천으로 신축 이전되었는데, 본관 기능을 수행하는 만큼 한국 근현대 미술 작품을 4천 점 이상 보유하고 있다. 2부는 광복 이후 지금의 대한민국이 되기까지의 시기를 다루고 있는데, 과천관 역시 공간과 전시에서 다루는 시기가 일치한다. 또한 2부 전시는 1, 2 전시실 - 1 원형전시실 순서로 구성되는데, 1 원형전시실은 1, 2 전시실과 서울관의 3부 전시를 연결 짓는 고리 역할을 한다. 1, 2 전시실은 근대의 한국을 다루고 있으며, 1 원형전시실은 현재 한국 사회가 당면한 이슈들을 다루고 있다. 그리고 3부 전시는 한국에서 나아가 세계가 당면한 이슈들을 다루고 있다. 그래서 3부 전시는 아직 한국 사회에서는 조금 이르고, 멀게 느껴지는 이슈들을 포함한다. 1, 2, 3부에 걸쳐 모든 전시관이 사각형 형태를 띠는 와중에 유일한 원형전시실이 2, 3부 두 전시를 이어준다는 점은 건축적으로도 탁월한 배치이다. 마지막으로 세계적 이슈를 다루는 3부는 서울관에서 다뤄진다. 서울관은 전시가 열리고 있는 3개 관 중 가장 최근에 지어져 시기적으로도 맞을 뿐 아니라, 서울의 대표적인 관광지로서 외국인 관광객이 가장 많이 방문하는 관이라는 점에서도 적절한 주제를 다루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이번 전시는 3·1 운동 100주년과 국립현대미술관 개관 50주년을 기념하면서 시기적으로 굉장히 많은 의미를 담고 있는데, 건축 · 시간 · 작품이 전시를 매개로 하나로 연결되어 그 의미가 더욱 와닿을 수 있도록 뒷받침했다. 작품은 자신에게 꼭 맞는 그릇에 담긴 듯했고, 그렇기 때문에 작품의 의미가 관객에게 더 진솔하게 느껴질 수 있었다. 한국의 역사와 함께 걸어온 미술관이었기에 가능한 전시였고, 국립현대미술관이 기획할 수 있는 가장 국립현대미술관다운 전시였다.

리뷰를 위한 스케치




전시 공식 사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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