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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aim Jung May 19. 2022

스튜디오가 된 화이트 큐브

일민미술관 《언커머셜: 한국 상업사진, 1984년 이후》

전시 기간: 2022.04.08~2022.06.26

관람일: 2022.05.04





SNS용 관객이 이렇게나 많은 전시를 본 것은 무척 오랜만이었다. 람들이 작품 앞에서 몇 장, 포토존에서 SNS용으로 여러 장 찍는 모습은 많이 보았지만 전시장을 무대 즐기듯 활보하며 찍는 광경은 처음 보았다. 사진용 전시의 시작은 2015년의 디뮤지엄이었고, 이후로 포토존을 노린 전시들이 물밀듯이 생겨났다. 가볍게 즐기는 전시도 좋지만, 몇 번 방문하다 보니 인증샷을 위한 몇몇 사람들의 관람 방식에 질려서 그 이후 사진용 전시는 의도적으로 피해왔다. 그런데 SNS용 관심을 그다지 의도하지 않는 일민미술관에서 이런 종류의 불편을 겪으니 굉장히 신선했다. 포토존을 노린 것도 아닌 이 전시가 어쩌다 포토존이 되었는지 이리저리 생각해보게 되었기 때문이다.



우선, 이들이 인증용 사진을 찍는 행위 자체도 전시의 연장된 경험라고 볼 수 있다.

     전시는 상업적인 목적을 가진 한국의 상업사진이 클라이언트, 소비자, 사진가라는 세 주체의 욕구를 모두 충족시키기 위해 해온 다양한 노력들의 역사를 보여준다. 그래서 상업(commercial) 사진이지만 비상업적인(uncommercial) 속성을 가지고 있어 전시 제목이 언커머셜[uncommercial]이 되었다. 이와 마찬가지로 사람들이 전시에서 사진을 찍고 SNS에 올린 결과물은 언커머셜하지만, 그것을 찍게 되는 욕구나 과정에는 커머셜한 것들의 영향이 분명히 있다. 연예인들의 화보나 인플루언서들의 사진 같은 것들이 대표적이다. 이렇듯 전시 제목과 사람들의 행동이 모두 아이러니한 측면을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인증샷을 찍는 사람들의 행동은 전시 기획과 일맥상통한다.

연예인이 모델인 잡지 표지, 패션 브랜드 모델 사진


또 다른 이유로는, 주제와 관계없이 전시 공간 자체가 촬영 스튜디오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촬영 스튜디오는 작가의 의도를 구현하기 위해 공간을 구성하는 모든 요소들이 철저히 계산되는데, 이 점은 과거 전시 공간이 화이트 큐브로 발전한 이유와 비슷하다. 화이트 큐브 역시 작품 외에 어떠한 요소도 감상에 영향을 주지 않기 위해 탄생한 공간이기 때문이다. 이렇듯 포토존은 없지만 화이트 큐브의 도화지 같은 속성이 관객 입장에서는 사진 촬영 스튜디오처럼 느껴졌을 수 있을 것다. 그리고 실용적인 측면에서 살펴보면, 스튜디오는 대여하려면 시간당 몇만 원인데 비해 전시장은 촬영 스팟도 많고 적게는 몇천 원, 많게는 몇만 원이면 하루 종일 머물러도 아무도 뭐라 하지 않는다. 그래서 전시 공간은 무척 가성비 좋은 촬영 스튜디오인 것이나 다름없는 것이다.

전시장의 촬영 스팟들



이렇게 전시 주제와 공간의 화이트 큐브적 성격이 일민미술관을 포토 스팟으로 만들어 버렸다. 그리고 이 모습은 사람들이 자신을 전시하고 드러내는 것을 무척 자연스럽게 여기고 있고, 미술관을 자신을 드러내는 장소로 인지하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전시 공간이 작품을, 그리고 관객을 이중으로 담아내는 공간이 된 것이다. 전시디자인과 무대디자인은 무엇을 보여주기 위한 것을 고민한다는 점에서 비슷한 점이 많아 대학이나 대학원 교육과정에서 함께 다루는 경우가 많다. 과거에 비해 전시장의 모습은 많이 달라졌지만, 그 본질은 변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직접 발견해 흥미로웠다.






전시 공식 사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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