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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aim Jung Sep 08. 2022

스튜디오가 된 화이트 큐브

「아트버스 카프」 2022년 9월호

두번째로 쓰는 「아트버스 카프」 칼럼 'SPACE' 기고글





요즘의 미술관은 작품을 위한 무대이면서 동시에 자신을 보이기 위한 스튜디오다. 작품에 온전히 집중할 수 있도록 방해 요소들을 최대한 없앤 화이트 큐브는, 그림뿐만 아니라 그림을 보는 감상자의 모습까지도 담아내기 좋은 공간으로 인지되고 있다. 미술관과 스튜디오는 무언가를 '전시'한다는 점에서 본질적으로 같은 공간이며, 이러한 변화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원인은 역시 SNS다.


SNS가 등장하면서부터 사람들은 가상 세계에서도 자아를 갖게 되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가상 세계의 자아는 일상에서 더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그런데 현실과 가상의 자신은 다르다. 현실의 나는 나 자체로 존재하지만, 가상 세계의 내 모습은 현실의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편집'할 수 있다. SNS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가상의 자아를 다듬을 필요성을 느낀 사람들은 현실의 나를 돋보이게 할 각종 방법을 강구하게 되었다. 그중 전시는 시각적으로만 예쁜 것을 넘어 보이지 않는 자신의 취향까지도 암시할 수 있는 좋은 재료로 사용되고 있다. 이러한 점에서 오늘날의 전시 공간은 작품의 무대인 동시에 나 자신을 위한 스튜디오이다.

미술관의 다양한 포토 스팟


자신을 전시할 공간을 찾는 사람들, 그리고 더 많은 사람을 끌어모으려는 미술관은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미술관에 들어오는 모든 것을 전시하도록 만든다. 과시하고 욕망하는 인간의 사회적 욕구에 비추어볼 때, 이러한 현상은 앞으로도 계속 유지될 것이다. 그러나 시각으로만 판단하는 가상 세계에서 보이지 않던 것들은 결국 현실에서 모두 드러나게 된다. 이러한 사실은 우리가 미술관을 수단으로만 바라볼 것이 아니라 그 자체의 목적으로도 즐길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들도록 한다.





아트버스 카프 2022년 9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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