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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aim Jung Oct 31. 2021

머물다 가는 공간

취미가 《The Last Resort》

전시 기간: 21.04.10-21.04.25

관람일: 21.04.25



원래부터 넓은 공간에 혼자 머무는 걸 좋아한다. 그래서 고등학생 때는 주말에 혼자 학교에서 공부했고, 대학생 때는 실기실에 곧잘 머물렀다. 하지만 최근 들어서는 회사와 집만 왔다 갔다 하니 혼자 있을만한 시간이 마땅치 않아서, 전시 기조에 있는 휴식이라는 단어만 보고 바로 예약해버렸다.


《The Last Resort》는 지친 일상 속에서 잠시 쉬어갈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한 공간 디자인 스튜디오 씨오엠(studio COM)의 전시다. 전시되는 오브제들은 씨오엠에서 만든 가구. 휴식을 위한 풍경을 마련하기 위한 장치들이다. 그리고 공간 군데군데 숨바꼭질하듯 전시와 관련된 고민의 글귀들이 놓여있는데, 읽어도 그만 안 읽어도 그만이다. 그냥 편히 쉬다 가면 그걸로 되는 곳이다.

     전시는 30분 단위로 예약할 수 있었는데, 휴식을 위해서 30분은 많이 짧은 것 같아 연달아 두 타임, 총 1시간을 예약했다. 사실 1시간도 충분한 휴식을 취하기에는 짧았다. 개인적인 바람으로는 아예 호텔의 한 룸이나 적당한 에어비앤비 주택을 빌려서 실제로 사람들이 묵었다 갈 수 있도록 운영했다면 참 좋았을 것 같다. 그렇게 되었다면 기존 전시와 관람 시간이나 방식이 확연히 다른, 독특한 경험이 되었을지도 모른다. 다만 전시 기간 자체도 길지 않았던걸 보면 현실적인 고려사항이 많았던 것 같아 아쉬운 마음을 접기로 했다.

     안내도를 따라 공간을 둘러보는데 10분, 이모저모 가구를 살펴보는데 15분, 공간 사진을 찍는데 15분, 멍 때리고 글을 쓰는데 나머지 시간을 썼다. 오브제들은 할머니댁에 있었던 뻐꾸기 시계나, 피아노를 연습하기 싫을 때 멍하니 보고 있던 메트로놈, 구슬을 가지고 놀던 시간들처럼 어린 시절 느꼈던 향수를 담아낸 것들이 많았다. 그리고 취미가 자체가 한적한 주택가에 있어 오브제가 가진 분위기와 잘 어울렸고,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았다.

전시 풍경


우리가 일상 속에서 편안함을 느끼는 물건들이나 순간들이 있다. 씨오엠은 그러한 요소들을 모아 가구로 풀어냈다. 피아노, 메트로놈, 벽 몰딩 같은 아주 일상적이지만 보고 있으면 안정되고 생각이 비워지는 것들. 복작복작한 감정들이 켜켜이 쌓인 일상의 현실 속에서 휴식의 지점들을 찾아내 한 공간에 모아두니 그렇게 좋을 수가 없다. 참 따뜻하고 평화로운 시간이었다.




전시 공식 사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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