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전시를 혼자 관람하는 편이다. 취미보다는 공부를 위해 전시를 보다 보니 이런저런 생각들을 정리하며 감상해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가끔은 다른 사람과 함께하는 것도 좋다는 것을 깨달은 계기가 있다. 2019년 대학 동기와 함께 갔던 유럽 여행에서 있었던 일이다.
당시 런던과 뮌헨을 여행했는데, 두 나라 모두 예술이 발달한 곳이다 보니 미술관과 박물관이 전체 일정의 대부분을 차지했다. 우리는 시간을 정해 각자 전시를 보고 어쩌다 마주치면 잠시 이야기를 나누다 헤어지기를 반복했다. 그런 와중에 런던의 국립 미술관에서 친구가 독특한 방식으로 사진을 남기는 것을 보았다. 친구가 어떤 초상화 속 인물의 양말만 찍고 가는 것이었다. 그 이유가 궁금했던 필자는 숙소로 돌아가는 길에 친구와 서로 전시를 어떻게 보는지 이야기를 나누었다.
우선, 필자는 작품이 놓인 공간의 전체 모습을 찍어둔다. 전시의 흐름을 기억하기 위한 목적도 있고, 각기 다른 작품들이 딱 맞는 공간에 놓여 있는 것을 발견하는 것 역시 전시를 보는 재미 중 하나기 때문이다. 그래서 전시장 구석에 등을 딱 붙이고 공간을 카메라에 담으려고 노력하곤 한다. 작품을 감상할 때는 작품의 전체 모습을 찍고, 인상적인 부분이 있으면 부분적으로 사진을 찍어둔다. 전체에서 시작하여 부분을 파악하는 순서로 전시를 보는 것이다.
공간 위주의 관점, 런던 국립 초상화 박물관
반면, 친구는 꼭 전체를 알고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 없었다. 그래서 친구는 공간에는 전혀 관심이 없었고 작품에서도 마음에 드는 부분만 기록으로 남기곤 했다. 대신, 친구는 그 기록을 훗날 작업에 활용할 수도 있다는 생각으로 한 장의 사진을 상당히 정성들여 찍었다.
작품 디테일 위주의 관점, 런던 국립 미술관
서로의 감상법을 알고 난 후, 우리는 상대방의 관점에서 전시를 보며 전시를 더욱 폭넓게 감상하게 되었다. 이후 필자는 전시 리뷰를 쓰면서 공간과 그래픽의 연관성을 고려하게 되었다. 또한, 친구는 여행 사진을 활용한 졸업 작품을 벽이 아닌 공간에 입체적으로 배치함으로써 각자의 작업에 깊이를 더했다. 이렇듯 서로 다른 관점이 만나 영감을 주고받는 것을 보면, 때로는 누군가와 함께 전시를 보는 것도 즐거운 경험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