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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aim Jung Dec 01. 2022

건축이 예술로, 예술이 브랜딩으로

아모레퍼시픽미술관  《apmap review》

전시 기간: 2022.09.29~2022.12.18

관람일: 2022.10.27


*모바일 환경에 최적화된 글입니다.








apmap은 아모레퍼시픽이 한국의 현대미술 작가, 그리고 공공미술과 야외전시 분야를 지원하고자 기획한 프로젝트이다. 그동안의 apmap은 아모레퍼시픽 사옥 근처의 야외 공간에서 진행되었다. 그러나 올해는 코로나로 인해 제한되었던 내부 활동이 재개되고 있는 상황에 맞추어 용산에 있는 세계 본사 내 미술관에서 전시를 진행하고 있다. 전시의 무대가 실외에서 실내로 옮겨지긴 했지만, 미술관 건축에 관한 장소 특정적 작품들로 구성되었다는 점에서 기획의 방향성을 유지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데이비드 치퍼필드가 설계한 세계 본사는 건물을 이루는 포천석 바닥, 콘크리트 벽과 기둥, 유리벽, 천장까지 서로 다른 요소들이 일관된 그리드에 맞춰 결합되어 있어서 하나의 덩어리 같은 느낌을 준다. 달항아리로부터 영감을 얻은 디자인이라고 하는데, 정말 달항아리처럼 간결하지만 완결성 있는 마감을 가진 공간이다. 이번 전시는 22팀의 작가가 건축을 재료 삼아 공간과 작품 사이의 관계를 실험하는 장으로 다. 그중 인상적이었던 작품 9점에 대한 감상을 기록해 둔다.



1.

조각이자 가구로서 기능하는 황형신의 작품

1 전시실로 들어가면 기다란 조각이 고요하게 놓여 있다.  조각이기도 하지만 가구로서 앉을 수 있는 작품이다. 다른 재질의 돌들이 켜켜이 쌓여 한 덩어리의 조각이 되고, 하나의 금속 표면에 규칙적인 홈으로 나뉜 모습으로부터 미술관 건축의 모습이 보인다.


2.

작품 전경
(좌)입체적 드로잉, (우)평면적 드로잉

그 맞은편에는 평면과 입체의 경계에 놓인 듯한 철사 드로잉 작업이 설치되어 있다. 철사를 구부려 발레리나의 공연을 표현했는데, 조명을 통해 벽과 바닥을 두 가지 성격으로 활용한 것이 인상적이다. 작품 간에 간격을 두어 관객이 작품 사이를 거닐 수 있다는 점에서는 무대라는 입체적 성격, 작품 그림자를 벽에 비추어 또 다른 장면을 연출했다는 점에서는 도화지 같은 평면적 성격이 드러난다.


3.

(좌)작품 전경, (중, 우)벽면 드로잉

1 전시실 안쪽에 위치한 2 전시실은 공간 자체가 자궁처럼 느껴진다. 뒷면끼리 마주한 화면에는 각각 태아와 자연의 모습이 흘러나오고, 전시장을 둘러싼 벽면에는 작가가 직접 쓴 글귀가 선을 이루는데 멀리서 보면 글자들의 흐름이 꼭 태아의 심장 박동을 시각화한 그래프처럼 보인다. 전시 개막에 맞추어 작가의 첫 딸이 태어나게 되어 그 순간을 공간에 담긴 작품으로 치환한 것이다.


4.

OBBA의 〈The Cave〉

3 전시실 역시 하나의 작품으로 가득 차있다. 체인을 걸어 만든 샹들리에가 육면체의 안쪽 면과 거의 내접할 정도로 크다. 그래서 카메라로는 작품을 한눈에 담을 수도 없는데, 체인이 만들어내는 곡선이 벽과 바닥에 맞닿아 다양한 곡률의 선이 육면체 내부에 그려진다. 아마 샹들리에의 뼈대와 체인을 전시장 내부에서 조립해 설치하지 않았을까 싶은 상상력을 자극하는 작품이다.


5.

홍수현, 〈빛의 풍경〉
(좌)아모레퍼시픽 세계 본사 외관-출처: 핀터레스트(cmc corp), (우)작품 내부 모습

4 전시실에서는 홍수현 작가님의 작품이 눈에 띈다. 작품을 구성하는 수백 개의 조명은, 마치 밤늦은 시간 아모레퍼시픽 본사 건물을 외부에서 보았을 때 수천 개의 루버 사이로 뿜어져 나오는 조명 빛을 보는 것 같다. 실외의 풍경을 자연광이 차단된 실내로 들여온 점이 흥미롭다.


6.

김용관, 〈무지개 반사〉

6 전시실의 작품들은 보다 일상에 근접한 주제를 건축과 맞닿도록 표현했다. 그중 김용관 작가님의 작업은 메마른 일상을 대변하는 중성적인 컬러의 전시장에 다채로운 색상의 오브제를 떨어뜨려 즐거움을 더한다.


7.

박여주, 〈일월오봉도III〉

이번 전시는 교육실, 복도, 로비 등 전시장 이외의 공간들도 전시장으로 활용했는데, 제각기 개성 있는 작품들이 공간의 성격과 맞물려 좋은 시너지를 내고 있다.

     먼저 교육실에는 조선시대 왕의 어좌 뒤에 놓였던 일월오봉도를 거리감 있는 공간으로 구현한 작품이 있다. 어좌에 왕이 앉듯 작품 가운데 관객이 자리함으로써 작품이 완성되도록 했다는 점이 특징다. 아모레퍼시픽미술관은 작품이나 공간 퀄리티가 좋으면서도, 기업 소속 미술관이 보니 인스타그래머블한 측면을 신경 쓰는 부분도 보이는데 이번 전시에서는 이 작품에서 그런 면모가 가장 두드러졌다.


8.

미술관 복도

어림잡아 10m가 넘는 복도의 조명 작품은 높은 천장과 양옆의 거울을 활용해 판타지적인 공간감을 준다.


9.

팀보이드, 〈전시, 그 자체〉

마지막으로 로비에 놓인 작품은 렌즈 바로 앞 기계를 촬영하고 그것이 화면에 송출됨으로써 작품 하나에 공간, 작품, 관객이 모두 포함된다. 작품만으로 그 자체 하나의 완결된 전시를 만들 수 있다는 실험인 것이다. 이번 apmap은 야외 전시로 시작한 프로젝트를 실내 공간으로 끌어들이면서 전시를 이루는 공간, 작품, 관객 사이의 관계를 실험하는 성격이 강한데, 그런 실험적 성격을 압축해 보여주는 작품이 로비에 있다는 점에서 제 자리에 놓여있다는 안정감이 들었다.



이번 전시는 아모레퍼시픽 건축에 대한 22팀 작가의 해을 모아둔 이라고 볼 수  것 같. 인적으로 세계 본사 건물 분위기를 좋아하는 편이라 이에 대한 다양한 생각들을 볼 수 있었던 즐거운 전시였다. 작품들 중 건축을 자신만의 주제로 풀어낸 해석들도 흥미로웠지만, 관객이 작품을 직접 체험하거나 SNS 상에서 좋아 보이도록 관객의 전시 경험을 고려한 해석좀 더 눈에 띄었다. 이 부분에서 이번 전시가 작가와 브랜드 모두에게 좋은 전략이었다 생각이 들었다. 작가는 브랜드 덕분에 전시 기회를 얻을 수 있고, 브랜드는 건축을 주제로 한 예술 작품을 통해 소비자들에게 브랜드만의 경험을 제공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아모레퍼시픽은 본사 건물 외에도 아모레 성수나 오산의 스토리가든 등 공간 브랜딩에 무척 공을 들이는 편이라서, 이번 전시는 예술로 브랜드를 보여주는 좋은 사례 중 하나가 될 것 같다.






전시 공식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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