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보다 횟수는 줄었지만 작년보다 밀도 있는 영화들 위주로 보았다. 그중 절반 가까이는 개봉 시기에 맞춰 영화관에서 보았다. 최근 시험 삼아 왓챠를 구독하고 있는데, 역시 나는 직접 가서 보는 게 성향에 맞다.
2023년에도 좋은 영화관 시설을 많이 누려야겠다.
2022 best 영화
1. 헤어질 결심, 2021, 박찬욱
2. 아마데우스, 1984, 밀로스 포먼
3. 탑건: 매버릭, 2022, 조셉 코신스키
[전시]
2022: 42회(2021: 31회, 135% 증가)
작년보다 횟수는 늘었지만 인상적이었던 전시의 수는 작년과 비슷하다. 새로운 공간을 많이 찾아다녔지만, 아무래도 기존의 이름 있는 전시 공간들에 비해 완성도가 떨어진 건 사실이다. 하지만 이런 시도들이 계속되어야 새로운 문화 공간이 수면 위로 올라올 수 있다고 생각해서 내년에도 새로운 공간을 찾아다닐 예정이다.
2022 best 전시
1. 노실의 천사, 서울시립미술관 서소문본관
2. 안드레아스 거스키, 아모레퍼시픽미술관
3. 가면무도회,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
[책]
2022: 30권(2021: 14권, 214% 증가)
올해는 크게 세상을 공부하기 위한 책(데이터, 브랜드 관련-17권), 정신 건강을 위한 책(트레바리 독서모임의 독일문학-5권), 작업을 위한 책(건축, 타이포그래피 등 전공 서적-8권)을 읽었다. 그중 일상을 대하는 태도와 방식에 가장 많은 영향을 준 트레바리의 책들이 아무래도 기억에 더 남는다. 트레바리 '이참에 읽자' 북클럽은 올해 11월 첫 시즌이 끝나 2023년 1~4월까지 두 번째 시즌이 진행될 예정이고, 망설임 없이 두 번째 시즌까지 연장했다. 2023년에도 세 가지 분야의 책을 골고루 읽어야겠다.
2022 best 책
1. 모모, 1999, 미하엘 엔데
2. 숨그네, 2010, 헤르타 뮐러
3. 헤어질 결심 각본, 2022, 박찬욱
작년인 2021년 살면서 처음으로 한 해의 문화생활을 돌아보았다. 작년에는 비교 대상이 없다 보니 그저 숫자를 취합하고 내년의 다짐을 하는 정도로 그쳤는데, 올해 작년과 비교해 결산을 해보니 이런 문화생활을 왜 하는지에 대한 의문이 들었다.
작년에 '영화'는 너무 킬링타임용 위주로 봐서 좀 더 밀도 있는 영화를 보겠다고 다짐했고, '전시'는 매번 가는 곳이 아닌 새로운 전시 공간에 더 찾아가겠다고 다짐했고, '책'은 너무 적게 읽어서 더 많이 읽겠다고 다짐했다. 세 개의 다짐을 합쳐보면 넓으면서도 깊은 영감을 얻고 싶어 했던 것 같다. 장르별로 얻고자 했던 목적과 실제 얻은 것을 생각해 보았다.
'영화'는 미술이나 편집, 주제의식을 많이 곱씹을 수 있는 것을 원했던 것 같다. 그런데 돌이켜보면 나는 영화가 내 일상이나 작업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지는 않았다. 무의식적으로 작업 성향에 영향을 주긴 했겠지만. 영화가 주는 쾌감은 다른 어떤 콘텐츠보다 강렬하지만, 대체로 그 감정에서 끝났다. 영화와 함께 영화관 시설이 주는 신체적인 체험에 열광하고, 며칠 지나면 사그라들었다. 그래서 내가 좋았다고 말하는 영화들은 주로 내게 강렬한 감정을 가져다준 것들이다. 영화를 직업적으로 곱씹어보겠다는 내 의지와는 다르게 내가 좋아하는 영화는 본능을 자극하는 영화다.
'전시'는 세 문화생활 중 전공과 가장 밀접한 장르다 보니 새로운 공간적 체험을 얻으려 했던 것 같다. 전시는 크게 작품, 공간, 관객으로 구성된다. 한 공간에서 진행하는 여러 전시 중 관객과 작품은 매번 바뀌지만 공간은 그대로기에, 새로운 체험을 위해 새로운 공간을 찾았던 것이다. 올해는 16곳의 새로운 공간을 방문했다. 작년보다 2배 더 많은 횟수다. 새로운 공간이라고 하면 규모와 역사가 큰 기존 전시 공간에 비해 작은 단위로 운영되는 공간인 경우가 많은데, 기획은 이해하지만 그것이 실제 공간 경험에 반영되지 않는 경우가 많아 아쉬웠다. 그래서 그런지 올해 공간을 주제로 적은 브런치 글은 11편으로, 작년보다 8편이 줄었다. 공간적 체험은 아무래도 예산이 많이 필요한 일이기에 신생 전시 공간에서 공간적 체험까지 관리하는 것은 어려울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신생 공간을 찾아다니는 것도 좋지만, 내가 원하는 공간적 체험을 위해서는 기존의 규모 있는 전시 공간이 우선이라는 게 느껴졌다.
번외로 전시에 포함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고민한 전시들이 있었는데, 올해 유달리 늘어났던 '전시형 카페'와 각종 '팝업 전시'들이다. 누데이크 성수점, 마들렌 카페 도식화, 섬세이 테라리움처럼 카페 공간에서 전시를 경험할 수 있는 곳들이 대중적으로 큰 관심을 받았고, 도슨트 형식으로 진행되는 각종 브랜드들의 팝업 전시도 늘었다. 공간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는 흐름에 따라 리테일 공간에서의 전시 경험을 어떻게 분류해야 할지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2022년 리스트에는 넣지 않았는데 2023년에는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
'책'을 감상하는 방법은 트레바리 독서모임 덕분에 한층 성장했다. 책에 대한 다양한 생각을 나누고 책의 교훈을 생활에 적용하는 방법을 연구하면서 실제로 생활이 나아졌다. 다만 모든 책을 이렇게 읽는 것은 비효율적이라 독서의 목적에 따라 적합한 방법을 연구할 필요가 느껴졌다. '정신 건강을 위한 책'은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한 것, '세상을 공부하기 위한 책'은 정보 수집, '작업을 위한 책'은 작업에 직접적인 영감을 얻기 위해 읽는다.
'정신 건강을 위한 책'은 트레바리를 통해 독후감과 토론의 방식으로 정리하면서 내 일상에 적용하고 있다. 다만 한 번 이런 경험을 했다고 해서 이 습관이 정착되는 것은 아니기에 트레바리를 계속하면서 실사구시를 추구하는 환경에 나를 계속 놓아둘 예정이다.
'세상을 공부하기 위한 책'은 책에서 가장 쓸모 있는 정보들만 간추려서 왓챠에 기록하고 있는데, 변화하는 세상을 감지하기 위해 읽는 것이라 '이런 흐름이구나'하는 시선을 얻는 정도로만 활용하고 있다.
'작업을 위한 책'은 영화를 보는 것만큼이나 내게 강렬한 자극을 주는데, 한 책에 담긴 정보량이 너무 많아서 포스트잇과 메모로 책을 도배해놓고선 실질적으로 활용하지는 못하고 있다. 아이디어 노트를 따로 마련해 책에 적는 메모와 별개로 해당 책에서 얻은 영감을 따로 정리해두면 좋을 것 같다.
파헤친 내용들이 내 상태를 정확하게 반영하는 것은 아니다. 영화의 경우 아직 직접적으로 발현되지 않았을 뿐이지 내면에 계속 쌓이고 있으므로 언젠가 작업물로 구현될 수도 있고, 책은 독서모임을 하지 않을 경우 다시 제대로 활용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전시는 글로 풀어내고 있는데, 언젠가 한 번쯤은 이 글들의 상태를 점검해볼 필요가 있다. 이런 변수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의 내 상태를 정리해보는 것이 미래의 내가 이룰 어떤 것을 향해 조금 더 뾰족한 방향성을 제시해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해서 2022년의 마지막 날을 글을 쓰며 마무리했다.
즐거운 2023년이 되길.
2021.12.29에 인스타그램에 공유했던 2021 문화생활 결산
[2022 문화생활 리스트]
{영화}
굿 보스, 2021, 페르난도 레온 데 아라노아
혹성탈출: 종의 전쟁, 2017, 맷 리브스
킹메이커, 2011, 조지 클루니
노매드랜드, 2020, 클로이 자오
신비한 동물들과 덤블도어의 비밀, 2022, 데이비드 예이츠
*탑건: 매버릭, 2022, 조셉 코신스키
*헤어질 결심, 2021, 박찬욱
더 리더: 책 읽어주는 남자, 2008, 스티븐 달드리
*아마데우스, 1984, 밀로스 포먼
친절한 금자씨, 2005, 박찬욱
본즈 앤 올, 2022, 루카 구아단노
아바타: 물의 길, 2022, 제임스 카메론
베지테리언 다이어리, 2020, 김윤정
{전시}
20220101_세종문화회관미술관_러시아 아방가르드 혁명의 예술
20220109_ifc몰 갤러리_미니어처 라이프 인 서울
20220122_우란문화재단_물아일체
20220206_송파책박물관_상설전
20220223_예술의 전당_쓰지 않은 글씨
20220225_코엑스_리빙디자인페어
20220323_국립민속박물관_상설전
20220329_서울시립남서울미술관_청금루 주인 성찬경
*20220329_서울시립미술관본관_노실의천사
20220329_서울시립미술관본관_시적 소장품
*20220401_아모레퍼시픽미술관_안드레아스 거스키
20220413_국현현대미술관과천_가면무도회
20220425_대전신세계갤러리_백남준 이이남
20220425_대전신세계아트앤사이언스_살아있는 전망대
20220426_국립한글박물관_상설전
20220502_ddp_팀버튼전
20220504_국현서울_나 너의 기억
20220504_국현서울_히토 슈타이얼 데이터의 바다
20220504_oci 미술관_김을파손죄
20220504_일민미술관_한국의 상업사진
*20220603_간송미술관_보화수보
20220614_wrm space_움직이는 책
20220703_국현과천_생의 찬미
20220703_국현과천_시대를 보는 눈 한국근현대미술
20220705_다이브인_아트스테이 윤여동
20220708_코엑스_서울일러스트레이션페어
20220715_그라운드시소성수_웨스앤더슨 사진전
20220726_서울공예박물관_로에베공예
20220726_서울공예박물관_상설전
20220726_서울시립미술관본관_그리드 아일랜드
20220726_서울시립미술관본관_장미셸오토니엘
20220729_코엑스_호텔디자인페어
20220806_국립고궁박물관_궁중현판
20220814_국립민속박물관 파주
20220818_아파트먼트풀_the second cycle
20220903_tact_the home library
20221027_아모레퍼시픽미술관_apmap review
20221108_신사하우스_래콜렉티브 25개의 방
20221204_wrm space_한글꼴연구회 30주년 기념전
20221210_홍익대학교 시각디자인학과 졸업전시_frozen cube
20221223_코엑스_서울디자인페어
20221225_코엑스_서울일러스트레이션페어
20221230_wrm space_디자이너 x의 설득
+) 그 외 누데이크 성수점, 마들렌 카페 도식화, 루프스테이션 익선 디올 팝업 등 카페형 전시 공간과 팝업 전시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