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 아이 친구 학부모 중 한 분은 아이가 말을 안 듣거나 공부를 게을리할 때마다 입버릇처럼 '너 그러다 거지된다'라고 말씀하셨다. 교육적 옳고 그름을 떠나 효과가 좋았고, 한 번은 거지 사진을 검색해 보여준 적도 있다고 하셨다. 프랑스에 와서 그분이 떠올랐다. 왜냐면 그분의 거지 협박이 프랑스에선 안 통할 것 같기 때문이었다. 특히 파리 강서 쪽(서안) 거지들은 구걸을 하는 행위를 빼면, 알렉산더 대왕에게 해를 가리고 있으니 좀 비켜달라고 말했던 그리스 견유학파 디오게네스 같은 삶을 살고 있다. 이웃들이 갖다 주는 음식으로 요기하고 구걸해서 받은 돈으로 싸고 독한 맥주를 마시다가 숙취 몰려오면 그냥 자는 자유로운 삶. 사무실 앞에도 한 분 계신데, 출근할 때마다 따뜻한 바람이 나오는 지하철 환풍기 위에서 꿀잠 자고 있는 그분을 보며 가끔 부럽단 생각을 한 적도 있다. 여긴 침실이고 업무는 다른 곳에서 보는 건지, 낮에는 자리를 비우신다. 가끔 꽃이나 인형으로 침실을 꾸미기도 하는데 오늘은 큰 사진을 하나 구해 놓으셨다. 뭔가 익숙한 이미지라 자세히 들여 보니 경주 불국사 사진이다. 한류 열풍의 영향인가. 저 사진은 어쩌다 여기까지 오게 됐을까. 여하튼 저분의 심미안 하나는 인정해 드려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