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에서 기대하는 풍경은 지금 일상에서 내가 얼마나 멀리 떨어져 있는지를 한 순간에 알려주는 이미지다. 하지만 동시에 그 풍경은 내 인식의 세계 안에 존재해야 한다. 이국적이지만 낯설지 않은. 그런 점에서 크로아티아의 남부 도시, 두브로브니크는 최적이다. 도시를 둘러싼 2km 성벽의 가장 높은 곳에 오르면, 붉은 기와로 뒤덮인 이국적인 도시 풀샷을 쉽게 촬영할 수 있다. 그러다 보니 도시인들의 여행 욕구를 자극하는 사진이 SNS상에 넘쳐나게 됐고, 이는 다시 전 세계 여행자들을 두브로브니크로 불러 모으는 효과를 가져왔다. 문제는 연간 2백만 명의 관광객이 몰리다 보니 물가는 파리 수준이고, 주차 등 편의 시설을 불편하며, 가끔 불쾌한 바가지를 쓸 수 있다는 점이다. 비수기인 요즘도 이 정도니 성수기엔 어떨지 생각만으로 아찔하다. 역시 세상에 공짜는 없고, 저런 이국적인 이미지를 보기 위해서 치러야 할 비용일 수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