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에서 상대적으로 국민 소득이 낮은 포르투갈이지만, 숙소 가격은 파리 못지않아 놀랐고, 저녁 늦게 도착한 평일 리스본 중심, 카몽이스 광장은 얼핏 봐도 관광객으로 넘쳐나고 있었다. 오늘 만난 포르투갈인 엔리케는 욕조 같은 지중해와 차원이 다른, 포르투갈 대서양 부심이 컸는데, 특히 대서양에서 잡은 자연산 해산물 프라이드가 높았다. 하지만 비싸진 숙소 가격만큼이나 대서양 해산물 가격도 만만치 않았다. 이렇게 포르투갈의 물가가 비싸진 데는, 2010년 초 재정 위기가 결정적였다. 돈이 부족해진 정부는 해외 자본 유치를 위해 투자 이민을 장려했고, '리틀 샌프란시스코'(리스본과 샌프란시스코는 정말 많이 닮았다. 심지어 다리까지)에서 싸게 살 수 있는 기회를 미국인이 놓칠리가 없었다. 그 결과 집값을 포함해 모든 게 비싸졌다.
그럼에도, 600년 전이 전성기였던 나라의 도심은 무질서하게 형성된 와중에도, 시간의 흔적이 거리 곳곳에 묻어났고, 인기 관광지 특유의 인위적임이 덜해서 관광객이 몰릴 수밖에 없을 것 같았다. 내가 찾았을 땐 정어리 축제가 한창이었고, 올리브 오일과 소금으로 간을 친, 그릴 마스터의 손을 거쳐 완성된 생선 육즙이 철철 흐르는 리스본 정어리를 먹어보면, 가격이 올랐다 한들, 아깝지 않았다. 거미줄처럼 얽힌 트램 전선은 과거의 흔적일까, 아님 장난감 같은 트램들이 현재 사용 중인 복잡한 경로일까. 저 거미줄에 담긴 '무질서한 자연스러움'이 리스본의 첫인상이었다. 하지만 나중에 알고 보니, 리스본은 18세기 역대급 지진으로 도시 건물의 80%가 파괴됐던 곳이며, 그 이후 나름 철저한 계획 속에 재건된 도시였다. 그러니까 저 트램 전선의 혼란스러움은 자연발생적이라기 보단 계획의 실패 정도로 보는 게 맞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