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번의 혁명을 일으키고도 두 명의 황제를 선택한, 모순적인 사람들이 프랑스인이다. 그 역사의 모순이 고스란히 담긴 곳이 방돔 광장이다. 1700년대, 루이 14세의 기마 동상이 있던 이곳은 왕의 전쟁 승리를 기념하기 위해 정복 광장이라 불렸지만(그 뒤에 다시 루이 대왕 광장으로 이름을 바꿨고), 왕을 몰아냈던 프랑스혁명 시기엔, 귀족들의 머리를 창에 꽂고 다니는 사람이 많아 창 광장으로 명칭이 바뀌었다. 동상이 파괴된 건 당연한 일. 왕의 목을 단두대에서 잘라버린 프랑스인이었지만, 그들의 다음 선택은 황제 나폴레옹이었다. 로마 황제의 모든 것을 부러워했던 나폴레옹은 지금의 고층 원주를 세우고 그 위에 월계관을 쓴 자신의 모습을 올렸다. 자신이 동경하던 시저 코스프레를 한 셈이다. 나폴레옹 이후 등장한 프랑스의 못난 왕들은 나폴레옹 동상을 앙리 4세로 교체했다. 그 이후 박정희 전 대통령의 향수처럼 나폴레옹 향수가 퍼져나가자, 앙리 4세 동상을 내리고, 프록코트를 입은, 우리가 아는 나폴레옹의 동상이 다시 세워졌다. 변덕 심한 다혈질 프랑스인들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다시 왕을 몰아내고, 시민들이 직접 통치하기 위해 만들어진 파리코뮌. 이 시절에 다시 탑을 부셨다. 물론 파리 코뮌은 실패로 돌아가고, 프랑스는 탑을 부순 비용을 당시 파리 코뮌에 참여했던 사실주의 화가 구스타브 쿠르베에게 청구했다. 그 이후 지금의 고대 로마 복장을 한 나폴레옹이 다시 들어섰다. 방돔 광장은 시민들의 변덕, 민주주의의 폐해, 역사의 모순을 상징하는 곳인가. 완벽한 균형미를 지녔음에도 무질서한 역사적 맥락을 품고 있는 이곳에 오면 늘 마음이 복잡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