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 여행에서 루브르와 오르세 미술관 가기도 벅찬 사람들이 귀스타프 모로 박물관을 찾을 가능성은 희박하다. 지금도 덜 유명하지만 살아생전에도 모로는 인지도가 낮았다. 당대 트렌드인 인상주의를 거부하고 자기만의 스타일을 고수했기 때문. 그의 그림은 고전주의와 낭만주의가 뒤섞였으면서도 장식적이며, 전반적으로 음침하다.(그림이 워낙 알쏭달쏭해서인지 미술사가들은 그를 상징주의로 분류한다) 당연히 그림이 잘 안 팔렸기 때문에 모로 그림의 최대 컬렉터는 화가 자신이었다. 구스타브 모로 미술관의 가장 큰 매력은 모로의 생가에 작품이 전시돼 있다는 점이다. 즉 전시관인 공간 역시 모로가 본인 스타일대로 꾸민 거대한 작품이라는 것. 팀버튼 영화에 나올법한, 나선형 주철 계단으로 연결된 전시실은 모로의 작품 '살로메' 만큼이나 음산하고 기괴한 분위기를 풍긴다. 인상주의 화가이자 독설가였던 에드가 드가는 이곳이 '지하 납골당' 같다며 '동의어 사전으로 가득한 방'이라고 혹평했다는데, 바로 이 평가야말로 취향 독특한 여행객들이 귀스타프 모로 박물관을 들러야 하는 이유를 말해준다. 독특한 기괴함에 자신의 몸을 듬뿍 적셔보고 싶은 사람이라면 루브르, 오르세 전에 가야 할 곳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