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는 바칼로레아라는 대입시험을 보면 서열이 없는 공립 대학에 누구나 입학할 수 있어서, 고등학생들이 보다 여유롭고 행복하단 얘길 많이 들었는데, 와서 보니 절반만 맞는 말이었다. 여기도 그랑제꼴 grandes écoles이라는, 서열이 나뉘어있는 좋은 대학에 들어가려면, 프레파 prépa라는 빡신 입시를 견뎌야 한다. 때문에 파리 주변에도 소위 좋은 학군이 있고, 학군에 따라 집값이 크게 달라지기도 한다. 보통 파리 밖 서쪽 지역, 우리로 치면 부천 부근이 학군이 좋아 중산층이 많이 살며, 한국의 평창동처럼, 귀족 같은 전통 부유층은 팡테옹이 위치한 중심가, 5,6구(7,8구)에 주로 산다. 반대로 파리 외곽 순환도로 주변, 특히 북쪽은 이곳이 과연 같은 파리인가 싶은 학교도 많다.
그럼에도 프랑스 그랑제꼴 간판이 한 인간의 인생에 미치는 힘이 한국 대학 간판의 힘보다 훨씬 큰데, 그 영향력에 비하면 프레파 경쟁률은 높지 않아 보였다. 난 그냥 돈 적게 벌고 편하게 살고 싶어라는 고등학생의 비중도 꽤 높기 때문이다. 프랑스의 위인들이 잠들어 있는 인기 관광지, 팡테옹 근처는 대학이 많아서 홍대나 신촌 같은 느낌이 난다. 학생도 많고 식당 물가도 좀 더 저렴하다. 팡테옹 근처엔 프랑스 인문/사회/자연과학 계열 최고 대학인, 프랑스판 서울대, 파리고등사범학교 ENS가 있다. 팡테옹 옆 마리 퀴리 캠퍼스를 걷다 보니, 자연스레 우리 애들이 이 학교에 다니는 상상을 하게 됐다. 전형적인 한국 부모스러운 망상이랄까. 당연히 외국인의 ENS 입학은 불가능에 가까울 정도로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