샹젤리제에 처음 오면 사진을 찍는 저 형님처럼 개선문과 넓은 대로만 보며 감탄한다. 하지만 이 사진의 주인공은 도로 안의 지랄 맞은 운전자, 보행자, 온갖 바이커들이다. 느긋하고 여유로운 프렌치는 길 위에 존재하지 않는다. 아주 사소한 실수라도 발견했다 치면, 어찌나 서로 잔소리에 훈계질을 해대는지. 처음엔 이게 제국주의 시절의 국민성이 아직 남아있어 그런 건가 싶기도 했다. 한국의 로드파이터들은 적어도 화를 내지 위선을 떨진 않는다. 오늘도 자전거를 타고 가다 택시와 접촉 사고가 날뻔했다. 하지만 불어를 못하는 도로의 약자는 역시나 잔소리를 듣고도 침묵할 수밖에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