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브로브니크를 떠나는 날, 날이 계속 흐렸다. 날이 흐려지자 도시는 색을 잃었다. 모든 게 탁해졌다. 예전엔 겨울 유럽 여행 비용이 성수기의 1/2 수준이란 얘길 듣고, 어차피 공간은 그대로인데 가성비 좋게 구경하는 게 낫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날씨는 공간의 부록이 아니다. 공간을 구성하는 핵심 부품이다. 사진을 찍어보면 금방 알게 되는 사실. 여행은 결국 보는 것인데, 장소의 이미지는 날씨에 따라 계속 변하니, 여행 체험이 달라질 수밖에. 인상주의 작가들이 이미 이를 보여주지 않았던가. 아 다르고 어 다르듯 맑은 두브로브니크와 흐린 두브로브니크는 달랐다. 자그레브에 도착하니 구름 사이로 해가 비쳤다. 첫날 봤던 어수선한 그 자그레브가 맞나 싶을 정도로 달라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