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을 마치고 집에 돌아왔다. 여행자의 시선이 사라지기 전, 동네를 둘러보기로 했다. 시선이 일상에 짓눌리면 주변 풍경은 눈에 잘 들어오지 않는 법. 아직 남아있는 여행자 시선은 버려진 고가 철도를 산책길로 바꾼 작은 녹지를 찾아냈다. 뉴욕의 명물 하이라인 파크와 비슷한 곳. 하이라인 파크는 마천루 속 공원이란 점도 매력적이지만 도심의 흉물이었던 버려진 철도를 관광지로 탈바꿈시킨 아이디어 덕분에 많은 사람들이 찾는다. 막상 갔을 때 난 기대가 커서 실망스러웠는데, 사실 그 기발한 아이디어의 원조는 프랑스다. <비포 선셋>에 나왔던 프롬나드 플랑테 Promenade plantée가 그 주인공. 다만 원조는 파리 12구에 있고 오늘 내가 걸은 15구 버전은 원조의 자매품 정도 되겠다. 좀 더 아담하지만 만족스러운 산책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