뛸르히 기든에 세워진 대관람차. 휴가철에만 볼 수 있는 한정판 풍경이다. 가까이 가면 70년대 미국영화에 나올법한 유원지가 등장한다. 안전이 담보되지 않아 보이는 놀이기구와 다양한 미끼 상품으로 아이들을 현혹시키는 호객꾼들. 물욕이 강한 막내는 가느다란 실에 매달린 아이폰, 닌텐도스위치, 스마트 워치 앞에서 무너졌다. 총으로 실을 쏴서 거기에 매달린 물건을 떨어트리면 경품을 갖는 방식인데 요금이 무려 7유로다. 실이 너무 얇아서 더 의심스러웠다. 축구 부심 둘째는 두 번의 슈팅으로 상자 9개를 무너트려야 하는 게임에 5유로를 내고 도전했다. 하지만 아들의 축구실력도 야바위꾼의 정교한 설계 앞에선 속수무잭이었다. 물론 여기에 파리거주민은 없다. 관광객들이 아이들 성화에 7유로~10유로짜리 티켓을 구매하며 돈을 길에 뿌리는 동안, 휴가를 아직 안 간 파리인들은 생마르탱 운하에서 선착순 무료 보트를 받아 한가로운 시간을 보낸다. 여긴 휴가철 한정 관광객 삥 뜯는 공간인 셈이다. 임시긴 하나 파리 거주민의 자존심을 지키라고 아이들에게 일갈한 뒤 유혹의 공간을 간신히 빠져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