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알스카토 Aug 06. 2023

0805@Champ de Mars


아비의 체력은 하루가 다르게 쇠퇴하는데 아들의 축구실력은 늘어간다. 몸빵으로 부족한 실력을 메우는 데도 한계가 있다. 어느 순간 아들은 아비를 깍두기 취급하더니 급기야 동생과 한 편 먹고 2대 1 경기를 하잔다. 자존심 상해 기를 쓰고 이겼지만, 뭔가 좀 초 했다. 얼마 전 에펠탑 근처에 사는, 축구에 빠진 형을 소개받았다. 난 내심 저질스러운 내 체력의 민낯을 더 이상 안 봐도 된다는 생각에 반가웠다. 둘이 뛰게 하면 난 쉴 수 있겠지. 허나 변수가 있었다. 소개받은 형의 아버지 역시 조기축구 에이스 스트라이커였던 것. 어쩔 수 없이 아이들 못지않게 축구를 사랑하는 그 분과 함께 축구장 하프코트에서 2대 2 경기를 했고, 그날밤 햄스트링에 통증이 몰려왔다. 하지만 뭔가에 미친 에너지를 미약한 내 체력으로 거스를 수 없었고, 그 뒤로도 몇 번을 더 뛰다가, 오늘 에펠탑이 보이는 풋살장에서 근처를 오가는 뜨내기들과 비를 맞으며 4시간 넘게 축구를 했다. 발목도 허벅지도 아픈데, 아비의 고충도 모르는 아들 녀석은 약속 시간 30분 전에 나가 저리 훈련을 하고 있다. 에펠탑 보며 축구하는 것도 위안이 안 될 만큼 힘든 하루였다.

매거진의 이전글 0803@Rue Molière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